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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MUNITY IN A TOWN 동네 커뮤니티가 뜬다!

동네 커뮤니티는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인연을 맺은 모임이다. 가까운 이웃끼리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일상생활과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동네 커뮤니티’에 몸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다.

 


PROLOGUE...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워킹맘의 비율이 점차 늘고 보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만큼 이젠 온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동육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육아와 교육 등 공통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모인 ‘동네 커뮤니티’도 늘고 있다.

동네 커뮤니티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마음 맞는 서너 가족끼리 필요할 때 서로 아이를 돌봐주거나 함께 나들이를 가며 친분을 이어가는 것도 동네 커뮤니티의 한 형태다.

최근에는 모임의 성격이 좀 더 다채로워지며 취향과 취미가 같은 부모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강사를 초빙해 동네 강좌를 여는 등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동네 커뮤니티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가 모이고 엄마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엄마의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같은 고민을 나누며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육아도 한결 수월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부모 자신을 위한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함께 살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동네 커뮤니티 모임을 갖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시골에 아이들만의 자연 놀이터를 만든 도시 아빠들, 자신이 운영하는 북카페를 부모들의 배움 공간으로 내어준 부부, 동네 엄마들이 모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육아 모임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냇물아흘러흘러’에서는 매달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강좌가 개최된다. 


휘게리 놀이터 옆에 있는 밭에서는 고구마, 오이,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운다.


아빠들이 만든 통나무 징검다리 위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북카페 겸 대안공간 ‘냇물아흘러흘러’. 


직접 아이 머리카락 자르는 법을 배우는 아이꿈두레터 엄마들. 


아이꿈두레터 아이들은 모임을 통해 자연스레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한다. 





 

 

 01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공간, 
냇물아흘러흘러

 

 


엄마들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어느 순간 사회와 단절된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속에 섞여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책 읽는 시간도 있었건만 엄마가 된 후에는 도통 깊이 사유할 심리적 여유는 물론 사람들을 만날 기회마저 줄어든다.

배움과 소통에 갈증이 난 엄마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냇물아흘러흘러’다. 동네 사랑방이자 부모와 아이들의 배움터 역할을 도맡는 이곳은 황창근·이현주 부부가 운영하는 북카페 겸 대안공간이다.

2016년 3월 문을 연 이후 2년째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이 무엇이든 도모해볼 수 있는 공간’을 모토로 그 역할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냇물아흘러흘러’는 동네 아이들이 편하게 들러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2년 동안 크고 작은 수업과 모임이 열렸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 애착이 가지만 그중에서도 현주 씨에게 가장 잊지 못할 모임은 <여성의 자아찾기, 내 안의 여신찾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2주 동안 진행한 내면 여행 모임이었는데요. 6명의 ‘모임벗’이 여성주의 책 세 권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매주 모이면서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며 스스로의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죠. 이 모임이 끝날 즈음 모임벗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기도 했어요.

어떤 분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또 어떤 분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도 했고요. 그 변화 과정을 꾸준히 네이버 밴드에 올리셨는데,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분들도 글을 읽으며 응원을 보내고 자극을 받기도 했답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엄마들의 그림책 모임’도 기대가 크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상인데 이제 막 엄마가 된 이들이 연대하면서 서로 격려해나갈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뭉클하다. 물론 그간의 과정이 순풍에 돛 단 듯 평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여러 모임이 동시에 진행될 때가 있다 보니 혹시라도 놓친 일은 없는지, 일정에 차질은 없는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므로 파트너에 대한 배려도 소홀할 수 없다. 그중 아직까지 어렵고 고민되는 부분은 경제적인 문제다.


“이 공간이 지니는 가치와 경제적인 부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이곳을 계속 운영하려면 경제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으니까요. 이곳에서 이뤄지는 무형의 모임과 수업 등을 ‘돈’이라는 물질로 환산하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오래 고민하고 시행착오도 겪었죠. 이 부분이 가장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 외면하지 않으면서 잘하고 있는지 계속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매일매일 즐거운 순간과 아찔한 시간이 교차하지만 이곳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을 볼 때면 언제나 뿌듯하다.


“엄마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친구들과 놀다가 목이 마르면 잠깐 들러 물 마시고 다시 놀러 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공간을 마련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여기서 제대로 ‘판’을 펼쳐주시는 부모님들을 볼 때도 뿌듯하고요.”



앞으로도 동네 사랑방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는 현주 씨네 부부. 두 사람은 냇물아흘러흘러가 부모와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공간, 아이들과 더불어 부모들의 마음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3월 냇물 시민강좌에서는 격월간 <민들레> 현병호 발행인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에 대한 간담회’가 열렸다.

 >  엄마들의 배움터, 아이들의 아지트
음악을 전공하고 녹음실을 운영하던 창근 씨,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현주 씨가 서로의 일을 정리하고 ‘냇물아흘러흘러’를 열자고 마음을 모은 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다. 사회적으로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난 후 두 사람은 그간 하던 일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자고 결심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부모로서 그리고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부모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배우고 소통하는 대안 공간을 열기로 했다. 이는 두 아이의 엄마인 현주 씨에게도 꼭 필요했던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3년 정도 책 모임에 참여해 직접 진행을 맡기도 했어요. 책도 읽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정말 간절했거든요. 그렇게 큰아이 손을 잡고 둘째 아이는 둘러멘 채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죠. 그러다 보니 부모들이 아이 데리고 갈 만한 공간이 정말 적다는 걸 알았어요.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난 뒤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그때부터 온기 있는 공간, 누구나 와도 따뜻하게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 꿈을 차곡차곡 모아 공간을 열고 열심히 쓸고 닦아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냇물아흘러흘러에서는 부모들이 주체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렌트룸 수업’,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북클럽 ‘읽고 쓰기 세미나’, 매달 열리는 시민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모임을 이끄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모임을 열고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이뤄진다.


“저희 공간을 찾는 분들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함께 살지만 ‘내 삶’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들이죠.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강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의 눈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난답니다. 그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힘이 나요.”


이 북카페는 부모들에게는 배움의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지트 같은 곳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고, 목마를 때 잠시 들러 목을 축일 정도로 동네 아이들에게 담이 낮은 정겨운 ‘마을회관’이다.


‘냇물아흘러흘러’의 시간표. 이곳에서는 부모들이 직접 수업을 열거나 모임을 주최할 수 있다.




 

 

 02 
유쾌한 도시 아빠들의 
시골 놀이터 제작기

 

 


최근 아이들을 위해 직접 시골에 놀이터를 짓고, 그간의 이야기를 묶어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를 출간해 화제를 모은 네 명의 아빠들이 있다.

예님·예라 자매의 아빠 이수진 씨, 경원·정욱 남매의 아빠 임상규 씨, 주은·다은 자매의 아빠 김태성 씨, 지호·주호 형제의 아빠 송성근 씨는 퇴근 후 일주일에 두세 번 동네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이다.

평일에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는 게 일상이며 주말이면 아이 데리고 어디를 갈까 매번 고민하는. 이들이 무려 ‘시골 놀이터 제작’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서울 생활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방법을 찾다가 홍천 휘게리의 농가 주택을 개조해 주말마다 가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생각했죠.

20년 지기 사업 파트너인 상규 아빠와 일을 진척시켰고, 평소처럼 배드민턴 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빠들 몇 명이 관심을 보였어요.”


농가에는 아이들의 놀이거리가 없을 거라는 수진 아빠의 제안에 모두 흔쾌히 숲속에 아이들만을 위한 자연 놀이터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평소 아이들의 성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태성 아빠가 프로젝트의 총괄 감독을 맡았다.

목수였던 부친을 따라 공사판을 전전했던 성규 아빠는 집을 짓는 공사와 각종 기구 및 자재 관리, 매사 파이팅이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 성근 아빠는 행동대장, 마지막으로 요리 솜씨가 뛰어난 수진 아빠는 다 같이 먹을 음식과 밭농사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로 했다. 긴 여정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  아빠들의 도전
호기롭게 뛰어들었건만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허리에서 어깨 높이까지 넘실대는 잡풀이 무성한 부지를 보니 도통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게다가 다들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인 터라 휘게리에 갈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주말 단 하루. 그마저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돌잔치다 결혼식이다 피치 못하게 빠지는 날이 생겼다.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전기톱의 시동을 거는 데만 30분이 걸리고, 작업이 서투르니 톱밥이 사방으로 날려 옷을 버리기도 일쑤. ‘자연 놀이터’임에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욕심에 이것저것 연장을 사들이느라 만만치 않은 비용을 써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을 제대로 체감했다고. 태성 아빠는 미숙한 작업 실력 탓에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단다.

“수진 아빠랑 둘이 간 날이었는데 수진 아빠가 워낙 요리 실력이 좋아 과식을 해서인지 식곤증이 왔어요. 졸음을 참아가며 톱질을 하다 손가락을 베인 거예요. 식은땀이 주르르 나더라고요. 하마터면 손가락이 잘릴 뻔했다니까요.”

오른손에 남은 흉터를 찾으며 부산을 떠는 태성 아빠의 너스레에 “왼손이었어”라며 핀잔을 주는 수진 아빠, “지금은 흔적도 없어 못 찾아요” 농을 치는 성근 아빠와 성규 아빠. 이들에게 휘게리에서의 힘들었던 작업 과정은 어느새 잊지 못할 추억이자 즐거운 이야깃거리로 남았다.


 >  아이들만의 소중한 아지트, 휘게리 놀이터
주말만 되면 훌쩍 사라지는 아빠들에 대한 아내들의 원성과 놀이터를 궁금해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은 날로 커져갔다. 결국 네 가족이 공사 현장 근처 펜션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홍천에 모였다.

막상 ‘놀이터’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초라한 허허벌판을 떠올리며 아빠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게 무색하리만치 아이들은 놀이터를 보자마자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 네 아빠는 그날 더없이 행복했다고 입을 모은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들끼리 신나게 뛰어놀더라고요. 저희끼리 흙에 물을 부어 치대더니 만두를 빚고, 삽으로 땅을 두 시간씩 파기도 하고요. 그간의 피로감이고 뭐고 정말 신바람 나서 일했습니다.(웃음)”


처음엔 “옷 지저분해져!”, “그러다 감기 걸릴라” 걱정 어린 잔소리를 덧붙이던 아내들도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보며 이내 만족스런 표정을 내비쳤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


“부모들은 우레탄이 깔린 동네 놀이터에서도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마치 그곳에서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걱정하잖아요.

사실 넘어지더라도 살짝 긁히는 것뿐인데 말이죠. 숲속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요. 그냥 자유롭게 풀어주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구나.”

그 후로는 완공까지 기다릴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온 가족이 다 함께 휘게리를 찾았다.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뛰어놀고, 엄마들은 밀렸던 수다 타임을 갖고, 아빠들은 자재를 뚝딱이거나 밭을 살펴보는 일상이 이어졌다. 이곳 휘게리에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긴 셈이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너희 공간이니 혹시 고칠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말해줬어요. 아빠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 그런지 ‘그네가 높다’, ‘의자가 미끄러진다’ 등등 기다렸다는 듯이 막 쏟아내더라고요. 불만 사항을 접수한 이상 고쳐놓긴 해야겠고, 너무 많으니 아차 싶기도 했죠.(웃음)”

균형감각을 길러주겠다는 소망에서 출발한 통나무 징검다리와 유격장, 좀 더 재미난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설치한 그네와 수로까지 아이들만의 훌륭한 아지트로 탈바꿈한 휘게리 놀이터에는 아빠들의 사랑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다시 작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며 완성된 휘게리 놀이터를 그려보는 아빠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한가득 피었다.




 >  또 하나의 가족, 휘게리 패밀리
아이들이 자연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랐던 아빠들의 소박한 바람에서 출발한 ‘휘게리 자연 놀이터’는 어느새 또 하나의 포근한 집이 됐다.

주말마다 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네 가족 사이에는 다른 이들이 시샘할 정도로 끈끈한 가족애가 생겼고,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이전엔 없던 공감대가 생겼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인식은 ‘늘 바쁜 아빠’에서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는 슈퍼맨’으로 바뀌었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니?”라고 시작되던 어색한 질문은 뜬금없이 “놀이터 말이야~”라고 시작해도 언제나 즐겁게 이어지는 대화로 탈바꿈했다.


“사실 가족 여행을 떠나면 아빠들은 운전하고 맛집도 찾아놔야 하고 짐도 날라야 하잖아요.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온전히 즐기기보단 봉사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나들이 장소를 고를 때도 고민이 깊어요.

놀이동산에 가면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부모는 피곤하고, 엄마 아빠가 원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면 아이들은 먹을 게 없고요. 하지만 휘게리라는 공간이 생긴 뒤로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캠프파이어도, 바비큐 파티도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거잖아요.”


사회에서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음에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네 가족이 온전히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이자 기쁨이다.

물론 그룹 안에서 어우러지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형제같이 조언을 나누고 서로 맞춰가다 보니 아이들뿐 아니라 아빠들에게도 휘게리는 ‘성장’의 공간이 됐다.


“4~5년 전이랑은 모두 조금씩 달라졌어요.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서로 가까이서 보니 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고집도 많이 없어졌고요. 단 하나 바라는 점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오래도록 관계가 지속되는 거예요.

10년, 20년 뒤에도 함께 얼굴을 맞대고 맥주 한잔 마시며 툭 터놓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이대로 끝내기엔 연장 값이 너무 아깝잖아요.(웃음)”


이다음엔 ‘도시 아빠들의 도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금세 이야기꽃을 피우는 네 아빠. 이 유쾌하고도 따뜻한 공간에서 아빠들이 그려나갈 또 다른 미래가 궁금해진다.



 

 

 03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아이꿈두레터

 

 

아이꿈두레터를 이끌어 가고 있는 엄마 권순옥, 이수정, 윤상미, 강은진 씨.


공동육아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뜻을 모아 만든 ‘아이꿈두레터’. 서울 양천구 목2동에 사는 엄마들과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인 엄마 2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2017년 6월에 첫 모임을 갖은 뒤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엔 소소한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지역구의 지원을 받아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매일 성장하고 있다. 나이가 비슷한 엄마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공예 같은 엄마를 위한 활동이나 아이들의 발달을 돕는 놀이와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꾸려나간다.




 >  자치구의 도움으로 이뤄낸 육아 모임
모임의 시작을 이끈 이는 윤상미 씨와 이수정 씨. 두 사람은 2015년경부터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고 친목 있는 엄마들끼리 자유롭게 모임을 갖다가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마을사업’을 접하게 됐다.

이들이 거주하는 목2동은 어느 동네보다 마을 활동이 활발한 편. 마을공동체적 교육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자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인 ‘모기동 마을학교’도 운영되어 부모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다가 문득 동네 엄마들을 더 많이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많은데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분명 저희처럼 공동육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엄마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물론 생각처럼 뜻 맞는 엄마들을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역 맘카페에 글도 올리고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다행히 마을 활동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보육반장(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육아사업의 일환으로 양육자에게 맞춤형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선생님의 도움으로 하나둘 마음 맞는 엄마들이 모이게 됐다.

하지만 엄마들이 모임을 가질 장소가 턱없이 부족했다. 혹시나 자기네 집에서 모이자고 할까 봐 부담을 갖고 아예 모임에 나오지 않는 엄마들도 생겼다.

그때 마침 주민센터에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육아모임을 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건의했더니 한 교회에서 공간을 내어줬다. 덕분에 매주 목요일에 2시간씩 모여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작년에는 고체 비누 만들기나 가죽 카드지갑 만들기 같은 엄마의 힐링을 위한 활동 위주로 진행했어요.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건 앙금 플라워케이크 만들기예요.

목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엄마들이 배우고 싶은 수업을 기획해 신청하면 반을 개설해주는 ‘모두의 학교’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저희의 아이디어가 선정된 거예요.

사실 엄마들이 취미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데 아이 맡길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잖아요. 그런데 사회복지관은 공간이 넉넉해서 아이들을 데려가 클래스를 들을 수 있었어요.

물론 아이를 돌보며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죠. 2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데 아이가 있다 보니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어요. 강사 선생님도 직접 섭외해야 하고 어려움은 많았지만 재밌고 보람 있었던 활동 중 하나예요.”



지역 교회에서 내어준 공간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모임을 갖는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모두가 함께 돌아가며 아이를 케어한다. 


사회복지관의 도움으로 아이와 함께 앙금 플라워케이크 클래스에 참여했다. 



 >  꾸준히 생각하고 도전하는 엄마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잡음이 생기곤 한다. 아이꿈두레터도 마찬가지였다. 강제성 없이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모임이다 보니 매번 일을 하는 사람만 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을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수업도 진행해야 하니 부담감에 그만두는 엄마도 여럿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엄마들에게 역할을 하나씩 맡겼다.

기획총괄, 장소 섭외, 총무, 회계, 서기, 출석부 담당, 사진 촬영 등 사소한 것 하나라도 누구나 하나씩 임무가 생긴 것이다.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니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갖게 됐고 모임을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공동육아 활성화 사업’에 신청했어요. 여럿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지역 주민에게 최대 3년까지 지원을 해주는 건데, 사실 예산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라 귀가 솔깃했죠.

예산부터 운영 계획까지 엄마들이 전부 생각해서 제안서를 작성하는 거라 실무진 엄마들끼리 거의 매일 밤 만난 것 같아요. 심지어 새벽 4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준비한 적도 있어요.

아이 업고 한곳에 모여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국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제 서울 시청에 가서 면접 볼 일만 남았어요.“

아이 낳고 육아에만 매진하다 보니 무언가에 열정을 쏟은 일이 정말 오랜만이었다고 말하는 엄마들. 사업보다는 자신들이 무얼 하고 싶은지 깨닫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데 더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엄마들은 모임 이름을 새로 지었다. 작년엔 엄마를 위한 활동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에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신체 활동으로 오감 체험을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이름도 ‘육감 육아’라고 지었다. 아이들의 오감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키워주는 육아를 해보자는 의미다.


육감 육아 모임은 목2동 주민에게만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영등포구 당산동, 신정동, 마곡동 등 다른 지역에도 입소문이 나 찾아오는 엄마들이 종종 있다.

시작은 목2동 주민이었지만 딱히 제한을 두지 않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생각이다. 아이와 가족 중심의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데 육아 모임에서 나아가 지역사회도 함께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커뮤니티로 확장하고픈 바람이 크다.

 

동네 커뮤니티는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인연을 맺은 모임이다. 가까운 이웃끼리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일상생활과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동네 커뮤니티’에 몸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김도담 기자, 전미희(프리랜서)
사진
이성우, 안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