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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⑧ 숫자 쓰기 편

‘숫자 쓰기’ 연습에 공 들여야 하는 이유

On April 11, 2018 0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여덟 번째 칼럼은 수 세기 활동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숫자 쓰기’입니다.

PROFILE

PROFILE 박영훈 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 현재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와 나온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숫자와 기호의 조합이어서는 안 되며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수학, ‘생활 속의 수학’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저서로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새로 쓰는 초등수학 교과서> 시리즈가 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  수 세기 활동의 마지막 단계, ‘숫자 쓰기’
아이가 아라비아 숫자 ‘1, 2, 3…’을 보며 멈칫거리지 않고 ‘하나, 둘, 셋…’ 또는 ‘일, 이, 삼…’이라고 정확하게 읽는다면 숫자 쓰기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겁니다. 아라비아 숫자도 한글 자음이나 모음을 익히는 한글 쓰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숫자에 대한 정확한 시각적 이미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다음 한글 쓰기와 마찬가지로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숫자를 그리면 됩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곧 글자를 그리는 게 아니듯, 수학적 사고가 담겨 있지 않은 숫자 쓰기는 그저 ‘숫자 그리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숫자 쓰기에 들어 있는 수학적 사고와 활동은 무엇일까요?


우선 1부터 9(또는 10)까지의 숫자를 처음부터 쓰도록 강요해선 안 됩니다. 1부터 5까지 쓴 다음 6부터 9까지 나누어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도 숫자만 쓰는 건 피해야 합니다. 왜일까요? 아래 그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연습문제>


숫자만 쓰는 연습을 시키는 대신 그 숫자에 해당하는 개수만큼의 대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위 그림에서는 야구공, 손가락, 주사위의 점을 보여주었지요. 이렇게 ‘수 세기 활동’과 ‘숫자 쓰기’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1부터 5까지 숫자 쓰기를 먼저 권한 걸까요? 지금까지 이 칼럼을 빠짐없이 읽어온 독자라면 바로 답할 수 있을 겁니다.
‘직관적 수 세기’라는 용어를 기억하시나요? 5개 이하 개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을 직관적 수 세기라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되는 건 아니고 수 세기 경험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 어느 정도 수 감각이 형성되어야 가능합니다. 숫자 쓰기를 연습하면서 직관적 수 세기라는 수학적 활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1부터 5까지 숫자 쓰기에서 1과 4는 별로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똑바로 선을 그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숫자 2는 곡선과 직선을 함께 그려야 하니 약간의 연습이 더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종종 숫자 2와 3을 아래 그림처럼 거꾸로 쓰는 아이가 있습니다. 신발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방향감각이 아직 미완성 상태라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니 조급하게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5까지 숫자 쓰기 연습은 다음 예시처럼 숫자에 해당하는 대상물을 대응하고 확인하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직관적 수 세기 활동과 결합된 숫자 쓰기 연습이야말로 더 완벽한 수 감각을 형성하게 해주니까요.


<1부터 5까지 숫자쓰기 연습>


6부터 9까지 숫자 쓰기 활동 역시 숫자에 해당하는 대상을 함께 제시하며 익혀야 합니다. 이때 숫자 6과 9는 동그라미를 그려야 하므로 조금 어려워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두 개의 동그라미가 들어가는 숫자 8은 한결 수월해집니다.


<6부터 9까지 숫자쓰기 연습>


위 그림을 살펴볼까요? 5개 묶음과 낱개로 구성된 부분에 주목합시다. 예를 들어 숫자 8을 쓰면서 8이 5와 3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6 이상의 수는 직관적 수 세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몇 개씩 묶어 세는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데, 위 그림에서 보듯 먼저 5개를 묶어 세었습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묶어 세기가 결국 ‘덧셈 연산’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숫자 쓰기를 익히며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덧셈 연산 준비를 하려는 겁니다.


이제 숫자 쓰기가 단순히 숫자라는 기호를 그리는 것에 그쳐선 안 되며, 엄연한 수학적 활동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셨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숫자 쓰기에서 구체적인 대상을 눈으로 보며 하나의 상징기호로서 그 의미를 확인하게 해야 합니다.




 ->  두 자리 숫자 쓰기는 이렇게…
1부터 9까지 숫자 쓰기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이제 ‘10, 11…19’까지 두 자리 숫자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숫자 13의 예에서와 같이 십의 자리 1 옆에 이미 알고 있는 숫자 3을 넣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때 새로운 기호와 새로운 수학적 개념이 나오는데 숫자 ‘0’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수학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0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피타고라스나 유클리드 같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도 0이라는 숫자는 물론 0에 대한 개념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0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인 7세기경으로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접어들 무렵 인도의 이름 모를 천재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0’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십진법 체계에 의한 숫자 표기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 0은 정말 중요한 기호입니다. 만일 0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203이라는 수를 표기할 때 ‘2_3’과 같이 중간에 빈칸을 만들어 표기할 수도 있지만 ‘2_3’은 ‘23’이라는 수와 혼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한 숫자 표기 방식을 ‘위치기수법’이라 하는데, 숫자가 어느 위치에 놓였느냐에 따라 그 수의 값이 정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220에서 숫자 2는 놓여 있는 자리에 따라 이백 또는 이십을 의미합니다. 위치기수법에서 0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숫자 0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가 0℃’라는 것은 결코 온도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1℃보다는 낮은 온도이며 얼음이 어는 기준을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지난 호에 언급했던 순서를 나타내는 서수를 떠올리면 됩니다. 반면에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0은 수량을 나타내므로 기수가 되겠지요. 따라서 0이라는 숫자의 도입도 순서수와 기수라는 두 가지 접근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 문제를 한번 살펴볼까요?





‘0’이라는 숫자가 표시된 바구니에는 사과가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수량을 나타내는 ‘기수로서의 0’을 뜻하죠.

그런데 전체 패턴에 주목해보면 0을 순서를 나타내는 수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4, 3, 2, 1에서 ‘3’은 4 앞의 수, ‘2’는 3 앞의 수, ‘1’은 2 앞의 수이므로 ‘0’은 1 앞의 수, 또는 0 다음의 수는 ‘1’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으니까요.





순서수로서의 0을 위 그림의 예처럼 직접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숫자만 나열된 예시에서 우리는 0의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연습이 충분히 되고 나면 ‘11, 12…’ 같은 두 자리 숫자 쓰기에 보다 능숙해집니다. 물론 다음 예시처럼 눈으로 확인할 대상을 함께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10개를 묶고 3개가 있으니 13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아이 스스로 터득하게끔 만든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익숙해진 아이라면 이제 곧 ‘13은 10+3이 아닌가요?’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죠. 그렇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드디어 ‘덧셈과 뺄셈’ 연산을 다뤄 볼 예정입니다.

-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⑧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여덟 번째 칼럼은 수 세기 활동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숫자 쓰기’입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2018년 04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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