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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일기

사탕을 주지 마세요

On March 12, 2018 0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악마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막무가내로 울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사탕 한 알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 음식으로 아이를 달래면 안 된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더럽게(!)’ 말 안 듣는 여섯 살, 네 살배기를 키우다 보니 주머니며 가방에 젤리 한 봉지씩 쟁여놓지 않으면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달달한 간식의 힘을 빌릴 때마다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는다. 20대에 임플란트에 입문한 아내와 사랑니 네 개를 망치로 조각조각 쪼개어 발치한 나는 치과의 ‘치’자만 들어도 말 그대로 ‘치’가 떨리는 터라 아이들에게만큼은 건치를 물려주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단 음식에 길들여지다가는 건치는커녕 치과를 제 집 드나들듯 다니는 단골손님이 될 확률이 더 높다. 물론 그동안 자식만은 ‘치’ 떨리는 경험을 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나름 열심히 치아 관리를 해주긴 했다.

단 음식은 필요할 때만 먹이고 양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꼼꼼히 전동 칫솔을 고르고 치약도 이것저것 따져가며 선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내 이는 못 닦아도 아이들 이는 꼭 닦여 재우고, 아침 세수는 못 시켜도 이만큼은 닦여 어린이집에 보냈더랬다.


그렇게 들인 공이 무색하게도 올해 만 5세인 큰아들이 지난해 영유아건강검진에서 자그마치 어금니 4개가 충치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하여 처음 데려간 치과에서는 의사가 입을 벌리고 치료받는 게 힘들어 낑낑거리는 아이를 마치 어른 대하듯 윽박질렀다.

급기야 꿀밤까지 때리며 겨우 이 하나를 치료하더니 “우리는 하나에 1만4000원 받지만 어린이치과에 가면 열 배는 비싸요”라며 큰 선심 쓰듯 굴었다.

괜히 돈 아끼려다 아이만 고생하는 것 같아 나머지 이를 치료할 때는 어린이치과에 갔다. 그리고 어린이치과의 후덜덜한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들고서야 지난번 치과 원장의 태도가 조금이나마 이해됐다.


둘째 딸은 최근 앞니에 충치가 생겨 몇 번을 치과에 들락거렸는데, 힘든 충치 치료보다도 앞으로 사탕이나 젤리를 먹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더 큰 울음을 터뜨렸다.

진료를 마친 의사 선생님께 “도대체 이를 그렇게 열심히 닦였는데 왜 충치가 생깁니까?”라고 묻자 “요즘 애들은 단 음식에 너무 많이 노출돼서 열심히 닦는 것만으로는 충치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라는 단호박(!)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음식점을 나설 때면 작은 사탕이나 설탕을 잔뜩 넣은 요구르트를 주고, 마트에 가면 콜라 못지않은 설탕물 어린이 음료가 귀여운 캐릭터와 ‘식약처 인증’ 문구로 포장돼 있다.

또 감기 때문에 찾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진료를 마치면 아이들에게 작은 막대 사탕을 주고, 약국에 가면 비타민이란 이름의 작은 악마들이 계산대 옆에서 아이들을 현혹한다.

어디 그뿐인가. 어린이집에서 친구 생일 답례품으로 받아오는 선물 꾸러미 속에는 어김없이 사탕, 젤리 등이 한가득 들어 있다. 길에서 만나는 지인들도 복병이다.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으레 사탕이나 젤리 같은 단 음식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야박하게 안 된다고 거절하기 미안해서 그냥 허허 웃고 말지만, 동물원 우리에 붙은 문구처럼 ‘우리 아이에게 사탕을 주지 마세요’라고 가슴에 붙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도대체 부모들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견디는 걸까. 이렇게 고민하는 나도 정작 오늘 저녁 딸아이가 목욕을 피해 도망가기 시작하면 젤리 봉지를 뒤적이겠지만 말이다.

 

김성욱 씨는요…

김성욱 씨는요…

5세, 3세, 신생아 세 아이의 아빠로 육아휴직 중. 라테파파를 꿈꾸었으나 육아휴직 일주일 만에 주부 습진 예방용 핸드크림 바를 여유조차 없다는 걸 깨달은 이 시대의 참육아인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2018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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