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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의 육아를 엿보다

On March 02, 2018 0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또한 한국만큼이나 힘들고 녹록지 않은 게 현실. 해외 각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PROLOGUE
극심한 취업난,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해버린 도시, 여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 해외 이주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요즘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부모가 늘고 있다.

영국의 어린이복지단체 어린이사회가 2016년에 발표한 ‘2015 행복한 어린 시절 보고서’에 따르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 어린이들의 비율은 9.8%로 15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걸음마를 뗀 순간부터 사교육에 노출되고 극심한 경쟁에 놓인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사회적 제도나 환경을 바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이 뛰어나거나 교육·복지 시스템이 잘 마련된 나라로 이민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떠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무런 정보 없이 막연히 이주를 꿈꾸다가는 실패하기 십상.

아이를 잘 키우고자 이민을 간다면 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어떠한지, 의료 제도는 잘 갖춰져 있는지, 어떤 문화인지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해외 각국에서 ‘이방인’ 신분으로 살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봤다.




CASE 1 호주
"사교육 걱정 없고 아름다운 대자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남편은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곤 한다. 


매주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바다로 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차로 15분만 가면 아이들이 마음껏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바다도 있다. 



호주에서 준우(4세)와 지훈(24개월) 두 형제를 키우는 김유정 씨는 최근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서호주 퍼스에 거주 중이다. 남편과는 대학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는데,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 대학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남편을 따라 호주로 이주하게 됐다. 그렇게 5년째 호주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학기제가 아닌 분기제로 운영하는 교육기관
첫째 준우는 올해 2월 1일부터 한국의 유치원과 비슷한 개념인 킨디(Kindy)에 다니고 있다. 킨디는 주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45분까지 수업을 하는데 한국처럼 통학 버스가 따로 없어 엄마나 아빠가 직접 등하교를 시켜야 한다.

오전 11시에 간식을, 오후 1시에 점심을 먹는데 이것 역시 직접 집에서 챙겨 간다. 이곳에서는 알파벳이나 숫자를 배우는 학습보다 미술, 모래놀이, 음악, 체육 등 예체능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호주는 한국과 다르게 학기제가 아니라 분기제로 운영하는데, 한 분기당 10주 정도 수업을 한다. 12월 중순에 모든 학사 일정이 끝나면 6주간의 여름방학 후 2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호주에서 미취학 아동을 어린이집에 하루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125달러(약 11만원) 정도로 비싼 편. 아이 둘을 보내면 하루에 250달러나 되다 보니 호주 부모들은 대부분 집에서 아이를 양육한다.

유정 씨 역시 준우가 킨디에 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그 대신 수영이나 짐보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음악 수업 등 스케줄을 만들어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단다.

만 5세가 되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비슷한 프리-프라이머리(Pre-Primary)에 가고, 6~7학년까지의 초등 과정을 마치면 세컨더리 스쿨(Secondary School)에서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을 받게 된다.

10년간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는 전문대학으로 진학해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11~12학년까지 학업을 이어간다. 호주에는 한국처럼 학원이 따로 없고 어려운 과목이나 공부가 더 필요할 때는 과외를 받는 정도다.

고등학생도 오후 3시면 하교하고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은 전혀 없다. 대신 이곳에서는 사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스포츠나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의 자유를 존중하는 육아 방식
각 가정마다 육아 방식이 다르겠지만 유정 씨가 느낀 호주 육아의 공통점은 ‘자유’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가 원하는 만큼 뛰어놀게 하며, 놀이터에서 발바닥이 까맣게 되도록 놀아도 화내는 엄마가 없다. 그런 모습에서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호주 엄마들은 아이가 잘못을 하면 지정해둔 자리에서 벽을 바라본 채 반성하는 ‘노티코너’로 훈육을 하는데 아이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오면 안아주고 위로해준다. 육체적인 체벌은 절대 상상할 수 없다.

온 가족이 나무와 바다를 접하며 느린 삶을 살다 보니 한국에서보다 심적으로 여유로움을 많이 느낀다. 특히 남편의 변화가 가장 크다. 퇴근 후 함께 마트에 가서 쇼핑도 하고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간다.

집 바로 뒤편으로 강이 흘러서 산책 삼아 걸어가 낚시도 즐긴다. 한국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아이들과의 애착도 제법 끈끈해졌다.



절차가 복잡한 의료 시스템
호주의 의료 시스템은 꽤 복잡하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예약해서 GP(일반의)를 먼저 만나야 한다. GP는 전문의를 만나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인지 1차적인 진단을 내리는 의사다. 증상이 심해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면 다시 예약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피검사나 엑스레이를 찍는 곳이 달라서 병원 몇 곳을 돌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유정 씨는 둘째 지훈이를 현지에서 낳아 호주의 출산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놀랐던 점은 초음파검사를 임신 중기에 딱 한 번 한다는 것.

한국에서 출산 전까지 초음파검사를 10번 넘게 하면서 태아의 얼굴을 확인해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임신 중기 이후에는 출산할 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드와이프(조산사)를 만나는데, 매번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임신 중 우울증에 대해 항상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출산 후 또 한 번 유정 씨를 놀라게 한 것은 산모용으로 처음 나온 음식이 샌드위치와 핫초코였다는 것이다.

산후 보양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산후조리 시스템 역시 전혀 없어서 출산 이틀 뒤 바로 퇴원했다.



대자연이 주는 행복
친인척 하나 없이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출산부터 육아까지 힘든 점이 많았다. 둘째를 임신했을 땐 주변에 도움받을 사람이 없어서 입덧을 하거나 아파도 쉴 수가 없었다. 만삭의 몸으로 첫째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고, 출산 후에도 제대로 산후조리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호주 생활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아름다운 대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맑은 공기, 초록 잔디, 푸른 바다까지 언제 어디서나 대자연을 만날 수 있기에 아이를 키울 힘이 생겨난다는 유정 씨.


유정 씨네 가족은 올해 호주 영주권을 신청하려고 한다. 남편이 박사 학위를 딴 뒤에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호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아이들이 대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노는 모습을 보니 호주에 정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혹시나 호주를 떠나 다른 곳에 가게 되더라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지금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  MOM’S TALK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라면 서호주를 추천해요. 자연환경이 정말 멋지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도시예요. 차를 타고 10분만 가면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공원과 놀이터가 많고 바다, 사막, 와이너리, 섬까지 한 도시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정말 다양해요.

에어비앤비나 서호주한인커뮤니티에서 단기 체류 숙소를 구하면 현지 마트에서 장을 봐 밥도 해먹고 근교로 여행도 갈 수 있으니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어요.

현지의 삶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호주준우네집’을 검색해보세요. 호주에 사는 저희 가족의 리얼한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CASE 02 프랑스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기르고 예의범절을 배워요"
 




여름방학을 맞이해 친구가 살고 있는 도시 리무쟁(Limonsin)에 놀러간 줄리.
은주 씨는 외동인 줄리가 외로울까봐 틈틈이 친구들과 교류를 갖도록 도와준다.


줄리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단체로 놀러간 날. 프랑스 학교에서는 학습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외동딸 줄리 아줄래(6세)를 키우고 있는 최은주 씨.

20대 중후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파리의 매력에 흠뻑 취해 현지에서 취업 후 정착했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베토벤 음악회에 갔다가 한 프랑스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됐다.

현재 파리 근처의 샤렁통(Charenton)이라는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벌써 올해로 프랑스 생활 17년째에 접어들었다.




프랑스 최고 산부인과에서 권장하는 한국식 수유법
파리 12구에는 프랑스 최고의 산부인과로 인정받는 ‘레 블루에(Les Bluets)’라는 병원이 있다. 일부 사립병원의 경우 의료비 수입 때문에 자연분만이 가능한 임신부에게 제왕절개를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병원을 택할 때는 각 병원의 제왕절개수술 비율도 꼼꼼히 비교한다.

레 블루에는 제왕절개술 비율이 가장 낮은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 보통 임신 6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레 블루에로 옮겨 출산 준비를 시작한다.

힘겹게 예약에 성공한 만큼 병원의 시스템이 무척 궁금했던 은주 씨는 병원에서 모유수유 강좌를 받으며 깜짝 놀랐다. 인형을 가지고 수유 자세를 연습하는데 강사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품에 안긴 인형의 각도를 확인하고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더라는 것.

게다가 아기랑 같이 누워 젖을 물리는 이른바 한국식 수유 자세를 적극 권하며 “엄마가 피곤할 때 수유와 낮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아주 편안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단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식 육아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정작 프랑스의 산부인과에서 한국식 수유법을 권장하니 참 아이러니했다고.



탄탄하고 체계적인 보육 시스템
프랑스의 보육시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크레쉬(crche)’라고 불리는 국영 탁아소, 놀이방 ‘멀티아켜이(multi-accueil)’, 가정 탁아소인 ‘아켜이 파밀리알(accueil familial)’이 그것.

세 시설 모두 소아 전문 간호사 이상의 의료면허를 소지한 원장이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소아과 전문의와 아동심리학자가 방문한다. 놀이방은 원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는데, 이 중 실질적으로 보육을 담당하는 건 보육교사 4명과 유아교육 전공자 1명이다.

연령별로 그룹을 나누고 보육교사 1명이 돌보는 아이 수가 법으로 정해져 규정 인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은주 씨는 줄리가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놀이방을 이용했다.

처음엔 너무 어린 나이에 보내나 싶어 걱정이 앞섰지만 프랑스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경험한 뒤에는 그런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

간혹 아이를 놀이방에 데려갈 준비를 하는 중에, 혹은 놀이방 현관 앞까지 가서야 “오늘은 스텝에 결원이 생겨서 줄리를 돌봐줄 수 없어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은주 씨. 그럴 때면 당황스럽지만 초과 인원을 받는다는 건 곧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하기에 오히려 더 믿음이 간다고.

최근 한국에서는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문제가 자주 뉴스에 오르지만 프랑스에서는 체계적인 그룹 단위로 일하다 보니 아동학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프랑스의 탄탄한 복지제도 덕분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월급의 무려 3분의 1을 사회보장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프랑스의 대표 영화배우 제라드 드 파르디유는 부담스러운 세금을 피하고자 2013년에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을 정도.

은주 씨는 결과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아이를 잘 케어해줄 수 있는 이유는 부모들이 납부하는 어마어마한 세금 덕분이라고 말한다.




3세부터 자립심을 기르는 프랑스 아이들
아이가 만 세 살이 되면 ‘에콜 마테르넬(ecole maternelle)’이라는 3년 과정의 학교에 다닌다. 의무교육이 아님에도 대부분 부모가 보내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사회성과 자립심을 기르고 부모에게는 자유 시간이 보장되어 무척 효율적이다.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 만 세 살이 되기 전에 혼자 손을 씻고 신발을 신는다. 은주 씨는 줄리에게 한 번도 손 씻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 놀이방에서 돌아온 아이가 발판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는 걸 보았다.

또 무슨 장난을 하나 싶어 따라갔더니 낑낑대며 발판에 올라서 손을 씻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라 하원 시간이 되어 놀이방에 줄리를 데리러 갈 때면 종종 아이들이 바닥에 널린 쿠션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이렇게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은주 씨가 “집에 가자”고 하면 줄리는 “엄마, 쿠션을 정리해야 해요”라고 말한단다.



다문화 국가에서 중시되는 예절 교육
프랑스에서는 고유한 언어와 풍습을 지닌 여러 나라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다문화 국가의 특수성은 프랑스가 자연스레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에티켓을 중시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자신의 생활방식을 존중받기 위해 타인의 방식을 존중하며 매사에 조심하는 태도는 자녀의 훈육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프랑스에서는 식당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좀처럼 볼 수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예절을 무척 중요하게 여겨 부모가 아이를 확실히 통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예 식당 출입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돌이 안 된 어린아이에게도 단호한 말투로 훈육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데,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검지를 세운 채 낮고 단호한 어조로 “Non, C’est pas bien(그러면 안 돼)”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어려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놀이방의 보육교사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엄격하게 훈육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단호한 말투를 들을 때 ‘내 행동이 잘못되었구나’를 자연스레 깨닫는다.




학습보다 스포츠를 가르치는 부모
프랑스의 부모들 역시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지만 유아기 때는 아이의 학습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에 스포츠는 어려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나쯤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은주 씨는 줄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테니스, 수영, 무용, 스키 등 대중적인 스포츠는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가끔 고국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다. 외동인데다 친척도 없어 줄리가 혼자 적적해 보일 때면 ‘한국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학업 스트레스 없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세상을 배워나가는 줄리의 모습에 ‘이곳이 아니면 힘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은주 씨다.

 

 ->  MOM’S TALK
“프랑스는 복지 시스템이 워낙 탄탄해 아이 키우기 정말 좋은 환경이에요.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주기적으로 관할 지역의 PMI(Protection Maternelle et Infantile)를 방문하는데요.

소아 전문 의사와 간호사, 아동심리학자, 조산원,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전문 인력이 임신과 육아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아기의 발달 상태, 예방접종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요.

저도 줄리를 키우면서 PMI에서 조언을 듣고 문제를 해결한 적이 많아요. 아이가 변비일 때 관장을 해야 하는지 등 사소한 문제도 친절하게 상담해주거든요.”



CASE 03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문화와 아프리카의 자연이 공존해요"
 




지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근처 바다로 가서 물놀이를 즐기는 게 일상이다.


어딜 가도 멋진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케이프 타운.



김수연 씨는 8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 케이프타운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그 후 결혼해 남아공에 눌러살게 된 지 6년 차. 아들 지완(6세)이를 키우면서 여느 남아공 사람들처럼 운동을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유럽을 닮은 남아공의 교육
남아공은 아프리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터라 영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남아공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를 믿어서 학교도 종교 중심으로 엄격한 분위기다.

영국적인 사고의 틀에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고, 소외된 약자를 배려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곳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이나 악기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특히 남학교에서는 스포츠 교육을 많이 시킨다. 한국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반면, 남아공은 스포츠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다.

학교에서 스포츠 경기도 많이 열려 아이들이 자연스레 페어플레이 정신과 젠틀맨십을 배운다. 대부분 아이들이 건강하게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다 보니 몸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편인 듯하다.


의외로 남아공 부모들도 교육이나 학교 참여에 적극적이다. 한국처럼 방과 후 사교육도 시키는데 영어나 수학 같은 주요 과목은 과외 선생님이 집으로 와서 봐주고 수영도 많이 배운다.

지완이는 지금 다니는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럭비와 플레이볼, 태권도, 크리켓, 과학 정도만 배우고 따로 학원에 보내지는 않는다.



너그럽게 아이를 기다려주는 부모
수연 씨가 남아공에 살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아이들이 울고 떼쓰거나 말썽부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거다. 드넓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이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남아공의 엄마들은 절대 자녀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답답한 상황에서도 감정 변화 없이 아이를 기다려주는 부모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가 울면 울음을 그치고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준다거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너그러운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부모에게 버릇없게 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니 부모를 잘 따르고 말도 잘 듣는 편이다.


아침에 지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또 하나 놀란 점은 엄마들이 전부 운동복을 입고 온다는 것. 아이를 아침 일찍 데려다주고 바로 운동하러 가는 엄마들이 그만큼 많다.

이곳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이런 건강한 삶에서 오는 여유가 육아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시간 여유가 많은 아빠들
남아공의 생활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편이다. 대부분 오후 3~4시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5시 정도. 그래서 남편들의 육아 참여도가 높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보면 아빠들이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아이들과 몸으로 많이 놀아주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퇴근 후 아이와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정원을 가꾸고 장을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다. 그렇게 아이랑 시간을 보내고도 운동을 따로 한 가지씩은 즐긴다.

헬스나 사이클, 테니스, 골프가 특히 인기. 남아공은 밤 9~10시쯤 되면 모든 식당과 술집, 가게,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 이 역시 남편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인 듯싶



출산 후 찬물로 목욕하는 남아공

이곳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만큼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의료보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은 지정된 병원이나 지정 의사에게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폭넓은 보험 서비스를 받으려면 보험료가 만만치 않은 게 좀 아쉽다.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만큼 산후조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공 역시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없어 아이를 출산하면 바로 퇴원해 찬물로 목욕하고 와인을 마신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엄마들이 많은 걸 보면 산후조리에 대한 중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수연 씨는 지완이를 낳을 때 한국으로 돌아와 출산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현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수연 씨. 특히 지완이가 어릴 때 엄마들과 함께 갈 만한 실내 공간이 없어서 모임 한 번 갖기 어려웠다.

이곳은 주로 야외에서 생활하는 편인데 바람이 늘 강하게 부는 날씨라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한국에는 키즈카페 같은 실내 놀이터가 잘되어 있는데, 이곳은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아쉽다고.

또한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통학 버스가 따로 없다. 그래서 늘 보호자가 직접 운전해 데려다줘야 한다는 점도 불편한 것 중 하나.


하지만 답답한 도시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불편한 점을 감수하더라도 지완이가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MOM’S TALK
“남아공 사람들은 겉치레하는 데 돈이나 시간을 쏟는 대신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여가 생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 공간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곳도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퇴근이 빠르고 프리랜서로 재택근무 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에 비해 여가 시간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취미나 운동으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게 가능하죠.”



CASE 04 일본

"보육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아이들 의료비가 거의 무료예요"
 




일본은 구역마다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 좋다.


일본의 운동회도 우리나라처럼 홍팀, 백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한다. 달리기, 공 던지기, 장기자랑 등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안민정 씨는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중국인 남편을 만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하게 됐고, 둘 사이에 어여쁜 딸 레나(5세)와 메이나(13개월)가 태어났다.

일본에서 살고 있기에 부부의 공용어는 일본어다. 한국에서 태어난 레나와 일본에서 태어난 메이나 두 아이 모두 생후 백일 때부터 일본 공립어린이집에 맡기고 민정 씨는 직장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워킹맘을 위한 보육원 VS 전업주부를 위한 유치원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워킹맘만 보육원(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민정 씨는 두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고 있는데 일부 사립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보육원 신청과 입소를 행정기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엄마의 근무 시간과 급여 등을 종합해 점수를 환산한 뒤 반드시 보육이 필요한 아이 순서대로 입소를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중간에 일을 그만두면 아이도 보육원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 2세 이전에 맡길 수 있는 기관은 보육원이 유일해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에서는 만 2세부터 대부분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 국공립이나 사립 유치원 모두 오후 2시 전후에 끝나서 주로 전업주부 엄마들이 보낸다.

게다가 유치원은 학부모회가 활발한 편이고 엄마들의 행사 참여를 적극 권장하기 때문에 워킹맘은 만 3세 이후에도 유치원보다 보육원에 보내려고 하는 편. 보육원은 시스템이 체계적이라 워킹맘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만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가령 열이 37.5℃가 넘는 날에는 아예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 지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해열제 등 약을 먹여주지도 않으며, 병원에 가서 전염성이 있는 병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아야 등원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몇 명 이상이 독감에 걸리면 반 전체가 의무적으로 쉴 만큼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관리가 철저하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등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보육원이나 유치원 생활에 한국과 큰 차이점이 있다면 얇은 옷을 여러 겹 입혀 보낸다는 것.

두꺼운 옷은 아이가 움직이기 불편하고 통기성이 좋지 않아 땀을 흘릴 경우 체온 조절을 하는 데 좋지 않아서다. 그래서 겨울에도 두꺼운 옷은 피하는 편. 한국과 기온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겨울에도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한국 못지않은 일본의 사교육
일본은 오는 2020년부터 입시제도가 논술 위주로 바뀌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코딩과 영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영어교육에 느긋했던 사람들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지금 일본에서는 유아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다.

코딩은 물론 로봇교실, 과학실험교실이 초등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걸 보면 사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본 공립초등학교에서 수영을 필수 과목으로 넣으면서 수영이 대중적인 운동이 됐는데, 보통 유치원생쯤 되면 수영교실 하나쯤은 필수로 다닌다. 일본 학원의 특징은 대부분 주 1회 수업으로 기초를 다지는 걸 중시한다는 것이다.

첫째 레나가 수영을 배운 지 2년쯤 됐는데 여전히 기초반이다. 한국에 비하면 진도가 더딘 편이지만 아이가 배운 것을 소화할 시간을 여유롭게 주면서 진도를 나간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레나는 현재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일본에서는 음악이나 미술, 발레 등은 준비물이나 발표회 비용이 꽤 드는 편이라 대중적이지는 않다. 이밖에도 레나는 구몬교실에서 주 2회 일본어, 산수 등을 배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홈스쿨링이 가능한 엄마는 직접 가르치지만, 그보다는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구몬교실에 많이 보내는 편이다. 한국처럼 학원에서 통원 차량을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을 하려면 엄마의 시간과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담 없는 일본의 의료 제도
민정 씨가 생각하는 일본 육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의료 제도다. 일본은 중학생까지 의료비와 약값이 거의 무료다. 그래서 지갑 없이 언제든 소아과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치과 진료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다.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는 아동을 위한 야간 응급 병원에 가면 되는데 이 역시 무료다. 둘째 메이나가 간단한 수술을 하고 5일간 입원한 적이 있는데 청구 금액이 단돈 1만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아 때부터 보험을 드는데 일본은 의료비 부담이 적어서인지 태아보험이나 건강보험보다는 학자금 보험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일본은 출산 후 나름 몸조리를 해서 입원 기간이 긴 편이다. 민정 씨는 메이나를 일본에서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10일 정도 입원했다. 보통 일본 엄마들은 퇴원 후 친정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나라에서 지원하는 도우미를 부른다.

도우미는 1시간에 1만원 정도로 비싼 편은 아니지만 전문 산후조리원이 따로 없어서 일본 산모들은 한국의 산후조리원 문화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키즈카페 대신 실내 놀이방
한국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간다면 일본 엄마들은 실내 놀이방에 간다. 일본은 구역마다 아이가 놀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행정기관에서 실내 놀이방을 무료로 운영한다.

키즈카페도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데다 실내 놀이방 관리가 워낙 잘되어 굳이 키즈카페를 찾진 않는다. 민정 씨는 주말마다 집 근처 공원이나 실내 놀이방에 가는데, 돈 들이지 않고 아이랑 놀러갈 곳이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민정 씨네 가족은 한국인 엄마와 중국인 아빠가 일본이라는 타지에서 가정을 꾸린 터라 다문화적인 요소가 아이에게 큰 장점이 될 거라 생각해 당분간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다.

해외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의 정체성을 지켜주면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산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 게 민정 씨의 작은 바람이다.

 

 ->  MOM’S TALK
“일본에서는 아이랑 외출할 때 항상 물통과 손수건을 들고 다녀요. 어딜 가든 손 씻고 휴지 대신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게 기본이고, 수분을 보충하도록 물통을 꼭 들고 다니는 게 습관화되어 있더라고요.

유치원생인 딸은 학원에 가면 인사하기, 신발 가지런히 놓기, 준비물 챙기기 등 사회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요. 사교육의 경우도 기본적인 배려와 매너를 확실히 가르치는 일본식 교육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또한 한국만큼이나 힘들고 녹록지 않은 게 현실. 해외 각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김도담 기자
참고도서
<프랑스 뽀아뽀 육아법>(알에이치코리아), <일본 엄마의 힘>(황소북스)

2018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강지수·김도담 기자
참고도서
<프랑스 뽀아뽀 육아법>(알에이치코리아), <일본 엄마의 힘>(황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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