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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속에서 '순서수와 기수'의 의미 알기

On February 27, 2018 0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 때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여섯 번째 칼럼은 순서수와 기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ROFILE

PROFILE 박영훈 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 현재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와 나온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숫자와 기호의 조합이어서는 안 되며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수학, ‘생활 속의 수학’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저서로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새로 쓰는 초등수학 교과서> 시리즈가 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다음은 아빠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 제과점에 간 가영(49개월) 엄마의 하소연입니다.
 



숫자를 잘 읽고 쓴다는 가영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숫자에 유의하며 다음 문장을 읽어보겠습니다.



네 줄의 문장에 5라는 아라비아숫자가 여러 차례 나옵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모두 같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압니다. 우선 ‘5명’의 5는 초대받은 친구의 수를 말합니다. ‘모두 몇 명이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양’을 나타내지요.

하지만 ‘오후 5시’의 숫자 5는 4시 다음과 6시 이전의 ‘시각’을 말합니다. 얼마만큼의 양이 아니라 ‘순서’를 의미합니다. 이렇듯 똑같은 아라비아숫자 5임에도 주어진 맥락에 따라 각각의 의미가 다릅니다.


수학에서는 이를 구분하고자 특별한 용어를 사용합니다. 순서를 나타내고 있는 5시의 숫자 5는 ‘순서수’라고 합니다. 반면에 5명과 같이 양을 나타내는 숫자 5는 주어진 집합의 크기(즉, 원소의 개수)를 나타낸다고 하여 ‘기수’ 또는 ‘집합수’라는 조금 어려운 용어로 부릅니다.

따라서 ‘5층짜리 아파트’의 5는 양을 나타내므로 기수에 속하지만, ‘5층에 있는 지희네 집’에 사용된 아라비아 숫자 5는 4층보다 한 층 위에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에 순서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위 문장에서 순서도 아니고 기수도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숫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5번 마을버스’의 5가 바로 이건데요. ‘5번 마을버스’가 4번 마을버스보다 크기가 더 큰 버스이거나 더 빨리 달리는 버스는 아닙니다.

여기서의 아라비아숫자 5는 단지 노선을 구분하기 위해 붙인 번호에 불과합니다. 5라는 숫자 대신 가나다라의 ‘다’ 또는 알파벳의 C를 사용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단순히 다른 버스 노선과 구별하기 위한 기호에 불과합니다.

이와 유사한 예로 축구선수 메시의 등번호 10번을 들 수가 있죠. 우편번호, 텔레비전의 채널 번호도 같은 종류의 숫자라 할 수 있고요.

이러한 숫자는 이름을 대신하여 사용한다는 뜻에서 ‘명명수’ 또는 ‘명목수’라고 부릅니다. 명명수로서 숫자는 양의 개념이나 순서의 의미는 전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학에서 다루는 숫자는 덧셈이나 곱셈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명명수는 연산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즉, 명명수에는 수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앞에서 보았던 가영이의 반응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3호 케이크’에 붙은 3이라는 숫자는 수량을 나타내는 기수가 아니겠지요. 크기를 나타내는 ‘순서수’이거나 제빵사가 임의로 번호를 매긴 ‘명명수’일 겁니다. 하지만 가영이는 이를 3개라고 이해한 거죠.

아마도 가영이는 그간 ‘개수 세기’만을 경험하며 수 개념을 형성했을 겁니다. 따라서 가영이는 숫자 3을 접했을 때 ‘몇 개인가?’라고 양을 묻는 질문을 떠올렸을 테고, 3호라는 숫자를 보고 3개의 양을 나타내는 기수로 인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처음 숫자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기수가 아닌 순서수와 명명수를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을까요? 기수, 순서수, 명명수를 제각각 별도로 구분해 가르치는 게 바람직할까요?

다음 문장을 읽어봅시다. 어른들 입장에서 기수와 순서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되돌아보면 나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9쪽을 읽고 있다.” … → 순서수

“모두 9쪽을 읽어라.” … → 기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각각의 문장에 사용된 아라비아숫자 ‘9’를 기수와 순서수라는 관점에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첫 문장의 9는 8쪽 다음, 10쪽 이전의 쪽수임을 알려주니 ‘순서수’입니다.

반면에 두 번째 문장의 9는 읽어야 하는 전체 쪽수가 9쪽임을 알려주니 기수에 해당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서 순서수는 기수 못지않게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의식적으로 구별해가며 숫자를 사용하진 않지요. 구별하기 위해 혼란을 겪지도 않으며 특별히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주어진 맥락에 따라 기수와 순서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이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수 세기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순서수와 기수를 의식적으로 구별하도록 지도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처음에 개수 세기 활동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수와 숫자를 익히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1등, 2등, 3등…’을 나타내기 위해 아라비아숫자가 쓰인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익힐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나의 숫자가 전체 양을 나타낼 때도 있고, 순서를 나타낼 때도 있는데 이를 구분하려는 것은 ‘교육학적인 구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순서수, 기수라는 용어는 물론 별도의 구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위와 같은 상황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도록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수 개념과 이를 기호로 표기한 아라비아숫자가 두 가지 상황에 모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앞에서 보았던 가영이의 반응은 이와 같은 순서수와 관련된 경험을 충분히 겪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접하고 나면 해결될 문제이지요.

이렇듯 숫자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기수, 순서수, 명명수를 구분할 만한 다양한 상황을 적절하게 제공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수를 익히는 학습지를 시켜볼 생각이라면 이런 활동이 골고루 담겨 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숫자를 익힐 때 쓰기 못지않게 ‘숫자 읽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⑥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 때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여섯 번째 칼럼은 순서수와 기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곽은지

2018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곽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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