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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나만의 금메달을 향해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루한 겨울을 재미나게 보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가 싶다. 김연아가 은퇴하면서 피겨스케이팅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눈과 얼음 위를 가르는 각종 스포츠 종목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특히 스키점프는 스키 경기의 하이라이트로 영화 <국가대표>가 흥행하면서 단숨에 인기 종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키점프는 위험이 많이 따르는 종목이다.

아찔한 높이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최대한 멀리 날아가야 하는데 노련한 선수들도 까딱했다간 큰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키점프는 한계점이 없고, 미쳐야만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하는가 보다.

실제로 평창에서 스키점프대를 본 적이 있는데 쳐다보기만 해도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선수들도 매번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싸우며 도약대에 서지 않을까.


<독수리 에디>는 영국 최초의 스키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테런 에저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에디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둘의 공통점은, 실력은 최하위였지만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에디는 형편없는 기록을 내고도 독특한 독수리 춤을 추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캘거리 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는 에디의 실화를 바탕으로 비운의 천재 코치 피어슨 피어리(휴 잭맨)를 가상 캐릭터로 등장시켜 둘이 함께 올림픽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최고를 향해 질주하는 여느 스포츠 영화와 달리 <독수리 에디>는 재능 없는 사람이 어떻게 꿈을 키우고 이루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실제 인물인 에디 에드워즈가 스키점프 선수로 활약한 것은 캘거리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었지만 말이다.


이미 올림픽에서 경이로운 재능을 펼치는 별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대부분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스키점프도 대여섯 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감각을 일깨우고 체중과 체력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고통스런 종목이다.

이런 스키점프를 하기엔 에디는 너무 나이가 많았고, 고도근시에 체중도 많이 나갔으며, 무엇보다 재능이 없었다. 그러나 에디의 목표는 금메달을 따는 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변변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올림픽에 나가 끝내 점프에 성공한다.

누군가는 그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비웃었을지도 모르지만 에디는 자신이 빛나는 사람임을 잊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명언에 비춰보건대 에디는 이미 자신만의 금메달을 딴 셈이다.


<독수리 에디>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가능성을 찾으려는 도전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긍정적인 자세까지 나눌 수 있는 교훈이 많다.

그러나 아이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하기에 앞서 나부터 부모로서 그 꿈을 존중하고 지지해줄 용기가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내 아이가 타고난 재능도 별로 없으면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려 할 때 나는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줄 것인가.

1등만 위대한 게 아니고, 때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어려운 문제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올해 동계올림픽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지켜볼까 한다. 메달은 비록 세 개뿐이지만 선수들이 모두 자신만의 금메달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신민경 씨는요…
여섯 살, 네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틈틈이 보고 읽고 쓴다.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