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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IRST! 소리가 먼저입니다

On February 22, 2018 0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영어 동요를 불러주고, 좋다는 영어 전집을 들이며, 입소문난 영어 학습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 건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2편은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 S.A.I.L 학습법 중 첫 번째 키워드에 해당하는 ‘S: Sound First!’입니다.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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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영어교육자.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학습하는데 있어 ‘뇌과학’이 제공한 중요한 단서를 바탕으로, 신경학적 관점에서 ‘영어두뇌’에 대해 연구 중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신경언어학과 영어교육’을 강의했다.

<아이의 영어두뇌>,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의 저자이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학사이버영문법>과 EBSLang <EBS 대표 영문법>등의 교재를 개발했다. KBS <스페셜다큐>, EBS <다큐프라임>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



“공포영화를 볼 때 사람들이 늘 하는 실수가 있어요. 귀를 막아야 하는데 눈을 가리는 거죠.”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인터스텔라>, <인셉션>, <쿵푸 팬더>,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정상급 음악 프로듀서 한스 짐머가 한 말입니다.

무서운 장면이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귀에 들려오는 아주 낮거나 강렬한 스타카토 음은 순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눈에는 눈꺼풀이 있으니 감으면 되지만, 귀에는 뚜껑이 없으니 손으로 막는 수밖에 없지요. 아니, 귀를 틀어막아도 낮은 저음의 진동은 몸으로도 느껴집니다. 귀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평생 동안 쉬지 않고 듣습니다.

심지어 쿨쿨 자는 아이 귀에 대고 이름을 부르면 깨어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아이의 뇌가 반응합니다. 눈은 초당 20개 정도의 정보를 가늠하지만, 귀는 1초에 200개가 넘는 ‘청각 사건’을 구별합니다.

1초에 1000번 진동하는 소리와 1002번 진동하는 소리의 차이도 어린아이는 알아차립니다. 참고로 피아노 건반에서 가운데 도(C4)보다 레는 30번 정도 더 많이 진동하는 소리입니다.



 ->  낯선 외국어를 들었을 때 신생아의 반응은?
외국어 소리를 처음 듣는 아이는 어떨까요? 크리스틴 문이라는 학자는 태어난 지 불과 하루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말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한 결과를 2013년에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미국 아기 40명과 스웨덴 아기 40명이 실험 대상이었고 생후 7~75시간 된 신생아들이었습니다. 방금 전 태어난 아기들이니 말을 할 수도 없고 고개도 못 돌리는데 어떻게 실험을 진행했을까요?

아래 그림과 같이 아기들 입에 엄마 젖꼭지와 비슷한 장치를 물려 아기가 젖을 얼마나 자주 빠는지 측정했습니다. 귀에 닿은 헤드셋을 통해 80명의 아기들에게 외국어 모음을 들려주자 아기들이 더 열심히 젖을 빨더랍니다.


 

신생아 외국어 듣기 실험 장치(Moon, 2013) 


이 반응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 소리에 공포를 느꼈거나 신기하게 여겼다는 뜻이죠.

갓 태어난 아기들이 평균 33시간 만에 모국어 모음을 배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니, 연구자들은 이 아기들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모국어 소리를 익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태아는 임신 5개월 정도 되면 해부학적으로 귀가 완성되고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언어의 경우 자음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모음을 먼저 익히기 시작합니다. 그런 만큼 낯선 외국어는 불안감이나 모험심을 자극합니다.

많은 뇌과학자들이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뇌가 언어를 하나의 특별한 음악으로 받아들인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 외국어 소리는 아기들에게 공포스러운 영화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  아이의 귀에 영어는 ‘낯선 음악’입니다
사람의 귀가 소리의 높낮이(음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언어학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말과 영어는 말소리의 높낮이 분포가 서로 다를까요? 아직 정식 논문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얼마 전 파일럿 연구로 진행한 분석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미국 영어, 영국 영어, 한국어의 음향 분포 차이(박순, 2017)


세계 주요 7개 언어(한국어, 미국 영어, 영국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의 음향 특성을 분석하였으며 그중 3개 언어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피아노 건반을 상상하면서 표를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표의 가로축에서 왼편은 낮은 음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은 음입니다. 사람의 귀는 1초에 20번 떨리는 저음부터 1초에 2만 번 진동하는 고음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단,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로 높은 음을 잘 못 듣게 됩니다).


그래프 선이 위로 올라갈수록 해당 음 높이의 소리가 많이 쓰인다는 뜻입니다. 예전 연구에서는 보통 몇 초에서 몇 십 초 정도의 소리를 분석했지만, 저는 언어마다 각각 1시간 이상 분량의 말소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우선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를 비교해보면 영국 영어가 미국 영어에 비해 높은 음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우리말 곡선은 어떤가요? 한국어는 낮은 음의 비중이 아주 큰 언어로군요.

영국 영어보다는 미국 영어가 우리에겐 음향적으로 좀 더 친근하게 보이긴 하지만, 아이들 귀에는 두 가지 영어 모두 ‘색다른 음악’으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더구나 사람의 귀는 모국어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운동세포’를 갖고 있습니다.



 ->  귓속의 운동세포 덕분에 뇌는 ‘듣고 싶은 것’을 듣습니다
사람의 귀 가장 안쪽에도 피아노 건반이 있습니다. 다만 진짜 피아노에는 검은건반과 흰건반이 88개에서 97개까지 있지만 우리 귀 깊숙한 곳에 있는 피아노 건반, 즉 청각세포는 한쪽 귀에 약 3500개나 있습니다.

달팽이관 속에 들어 있는 이 건반들은 특이하게도 뇌의 명령을 받는 운동세포 덕분에 더 확실하게 소리에 반응합니다. 마치 피아노 오른쪽 페달을 밟으면 소리가 더 크게 증폭되듯 이 세포들이 제대로 작동할 때 내게 필요한 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1초에 수만 번까지 늘어났다 줄어드는 ‘프레스틴’이라는 이 운동세포 덕분에 시끄러운 식당에서 가족과 대화를 이어가는 게 가능합니다(칵테일 파티 효과).

그런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는 소음에 매우 약해서 조금만 소란해도 조용할 때는 어렵지 않게 들었던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되죠.

아직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귀에 있는 이 운동세포들은 모국어 특유의 소리 특성에 맞게 반응하도록 조율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귀는 그저 수동적으로 소리를 수신하기만 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두뇌에서 내리는 명령을 전달하는 회로가 방금 이야기한 운동세포를 향해 아주 많이 뻗어 있기 때문이죠. 즉, 뇌는 ‘듣고 싶은 것’을 듣습니다.



 ->  ABC보다 영어 말소리에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영어를 처음 가르칠 때 대개 글자로 ABC부터 가르치는 것이 순서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이전 아이라면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우선 영어 말소리에 귀가 익숙해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영어 유창성에 관해 오랜 기간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온 연구자들은 동의합니다.

그래야 ‘낯선 음악’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고 ‘운동’으로서 영어를 익히기 위한 기본기가 만들어집니다. 많이 들어서 아이의 두뇌 속에 ‘업로드’ 되어야 입으로 ‘다운로드’ 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 환경에서는 영어가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으니 영어 동요 CD를 아침이나 잠자리에서 매일 틀어주거나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영어로 된 동영상을 하루 1~2시간 보여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방법은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무릎 영어’입니다.


비록 음향적 특성이 영어에 맞지는 않을지 모르나 부모가 영어를 읽어주는 그 자체로 아이는 낯선 외국어에 청각적 애착을 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렇게 소리 내어 읽어주는 영어교육의 과학적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박순 영어두뇌 만들기 ②편 끝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영어 동요를 불러주고, 좋다는 영어 전집을 들이며, 입소문난 영어 학습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 건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2편은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 S.A.I.L 학습법 중 첫 번째 키워드에 해당하는 ‘S: Sound First!’입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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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전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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