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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코, 큰 머리, 3등신 몸매… 우리 아이가 ‘아가 인형’에 꽂힌 이유

부드러운 촉감의 애벌레 인형, 곰 인형, 토끼 인형 등 포근하게 껴안고 잘 수 있는 헝겊으로 된 애착인형만 밤낮으로 갖고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기를 쏙 빼닮은 ‘못난이 아기 인형’에 꽂힐 때가 있다. 대략 만 3세를 넘으면서부터다. 하도 갖고 다녀서 인형 얼굴은 꼬질꼬질 때가 끼고 옷도 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 인형만 좋단다.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인형인 듯 인형 아닌,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너 
아이들이 통통한 몸매, 동그란 얼굴, 3등신 몸매의 아가 인형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시중에 역할놀이 인형으로 나와 있는 제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머리도 크고, 몸도 통통한데다, 몸매도 3등신·4등신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전에 갖고 놀던 뽀로로나 크롱 인형이 고작 2등신에 불과하고 <딩동댕 유치원>의 뚜앙이 몇 등신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몸매의 소유자인 반면, 만 3세 무렵 갖고 놀기 시작하는 역할놀이 인형들은 실제 아기와 매우 유사한 모습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인형들은 아이의 외관과 매우 닮아서 ‘사람 같기도 하고’, ‘인형 같기도 한’ 묘한 지점에 놓여 있다. 아이들의 워너비 인형인 콩콩이나 콩순이 인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들 인형은 실제 인간에 비해 더 큰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코는 적절하게 생략되어(납작하게 묘사) 있으며, 팔다리 라인은 실제 사람의 아이보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한다. 머리카락도 최대한 아이와 비슷하게 디테일을 살렸다.

즉, 호감을 느낄 만한 부분은 과감하게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아예 생략해버렸는데, 바로 이 점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다.





 미숙한 아이 손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친근한 디자인
영실업의 콩순이·콩콩이 인형, 미미월드의 똘똘이 인형, 토이트론 달님이 인형 등은 우리나라 아이들 세계에서는 역할놀이 인형의 고전으로 통하는 베스트셀러다. 마트 장난감 코너의 최고 명당자리에 놓여 있는 이 인형들을 쭉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품의 라인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선 대부분 인형들이 단순한 조작만으로 목이 회전되고 팔다리의 고관절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전체적인 외관은 말랑말랑하면서도 탄탄한 보디감을 주는 플라스틱 소재라 헝겊과 솜으로만 이루어진 인형과 달리 자유자재로 팔다리를 구부렸다 펼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정교한 조작을 요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숙한 아이의 손동작으로도 충분히 인형의 팔다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정도다.

덕분에 아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역할놀이 스토리에 따라 인형을 의자에 ‘앉혀’ 밥도 떠먹일 수 있고, 이부자리에 ‘눕혀’ 재울 수도 있으며, 정성스레 머리를 빗겨줄 수도 있다. 이렇게 마음껏 돌보고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아기 인형을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돌봄 놀이용’으로 최적화되었다 
만 3세 정도 아이가 인형한테 밥을 먹이고 유모차도 태워주며 역할놀이 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이 아이는 집에 아기 모습을 한 인형이 있다면 굳이 강아지나 공룡 인형을 유모차에 태우며 ‘아기인 척’ 갖고 놀진 않을 것이다.

36개월 된 아이의 머리로도 동물 인형은 더 이상 자기가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자기를 닮은 아가 인형에 감정을 이입하기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역할놀이’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다양한 역할놀이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놀이 주제는 역시 ‘돌봄’이다. 만 5~6세 아이들의 역할놀이가 공주놀이, 우주여행, 마법 세계 같은 판타지의 세계로 그 주제가 확장된다면 만 3~4세 아이의 역할놀이는 일상생활 그 자체를 반영한다.


역할놀이란 ‘나’를 벗어나 관계의 폭이 넓어졌음을 반영하는데 그 첫 번째 롤모델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처럼 아기를 돌보거나 식사 준비를 하고, 빨래를 하거나 마트에 가는 등 일상적인 놀이를 재연해낸다.

그래서 ‘어부바 콩콩이’, ‘똘똘이 응가 놀이’, ‘마트계산대 콩순이’, ‘치카치카 목욕 놀이’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인형 시리즈에 흠뻑 빠져든다. 이 인형들은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등 ‘일상적인 돌보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함께 구성된 소품들은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데 무척 효과적이다. 아이는 마치 엄마가 자기한테 해주듯 인형을 돌보며 만족감을 얻는다. 아이는 자기를 닮은 아가 인형을 돌보며 ‘나’를 벗어나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한다.




 

plus tip 호감? 또는 비호감! ‘언캐니밸리 효과’
아이들이 자신을 닮은 인형을 좋아하는 이유는 언캐니밸리 효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언캐니밸리’는 주로 가상 인물 또는 로봇이 인간과 닮아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 곧잘 인용되는 용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존재에 호감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 형상을 한 인형이나 로봇에 흥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와 지나치게 유사해지는 순간,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며 심지어는 공포심을 갖는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을 때 호감도가 하락하면서 생기는 그래프상의 골짜기가 있는데 이를 ‘불쾌한 골짜기’, 즉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라고 부르는 것. 아가 인형을 보며 ‘귀엽다~’라고 환호하는 것은 ‘리얼’이 아니라, ‘적절한 유사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 쇼핑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실제 같은 신생아 인형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지나치게 유사한 모습을 지닌 나머지 ‘언캐니밸리’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촉감의 애벌레 인형, 곰 인형, 토끼 인형 등 포근하게 껴안고 잘 수 있는 헝겊으로 된 애착인형만 밤낮으로 갖고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기를 쏙 빼닮은 ‘못난이 아기 인형’에 꽂힐 때가 있다. 대략 만 3세를 넘으면서부터다. 하도 갖고 다녀서 인형 얼굴은 꼬질꼬질 때가 끼고 옷도 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 인형만 좋단다.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추경미
모델
김채원(3세)
도움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모이몰른(02-517-0071)
제품협찬
영실업(www.youngtoy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