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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엄마가 되었나요?

On January 17, 2018 0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라는 책을 내고, 새로운 경험을 계속하고 있다. 난생처음 육아 전문지에 칼럼을 쓰게 됐고,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도 했다. 북콘서트도 예정돼 있어서 ‘내 이야기’를 할 일이 점점 는다.

얼마 전 MBC 표준FM 프로그램인 <라디오 북클럽>에 출연했을 때 “저는 흡연자여서 임신기와 수유기 때 담배를 참는 게 좀 힘들었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청취자들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제작진 전용 사이트를 열었더니 이런 내용이 와 있었다. ‘정말 이기적이네요. 그런 게 하고 싶으면 엄마 되길 포기해야지. 그만한 희생정신도 없으면서….’ ‘임신·수유 중에 무슨 담배야, 정신머리 없이….’ 내 출연 분량은 17분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유독 그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며칠 뒤 어느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한 날도 비슷했다. 기사 제목이 ‘아이보다 내가 먼저, 이런 엄마는 비정상인가요?’였는데, ‘네, 비정상입니다~’라는 식의 댓글이 꽤 많이 달렸다.

일련의 반응을 보며 깨달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엄마의 모습’에 대해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거기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아이를 갖기 전까지 한 번도 엄마가 되는 삶을 상상한 적이 없고, 심지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엄마 되기’를 피하고 싶었다. 임신기와 수유기에는 이따금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이 고파 참기 힘들었으며, 그건 아이를 향한 사랑의 감정과는 전혀 별개의 욕구였다.

‘엄마라면 이래야지’라는 강고한 편견은 엄마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옥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여성을 겁먹게 하고, 엄마들에게는 죄책감이 들게 한다. 임신 중에 담배를 피웠다는 것도 아니고, 참느라 힘들었다고 말한 것에도 비난을 가하는 분위기라면 어떡하란 말인가.

엄마에게 욕망이 없기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결국 엄마들이 욕망을 말하지 않는 수밖에. 이건 자기들이 기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하지 말라고 입을 막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가 있느냐’는 비난의 글을 마주했을 때 움찔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손가락질까지 받으며 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그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위축된 마음에 고요히 울렸던 질문은 이거였다. ‘내가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언제였더라?’

내가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줄 때는 주로 하기 힘든 일에 용기를 내서 한 발짝 나갔을 때다. 내가 내 멱살을 잡고 스스로를 끌며 한 걸음 전진했을 때 많은 말과 가벼운 태도로 인한 일상의 잦은 실수들이 조금이나마 만회되는 기분이 든다.

바로 지금이, 그렇게 억지로라도 내 발을 옮겨 ‘말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떻게 엄마가 되었는지, 나로 하여금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그렇게까지 겁먹게 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실제로 키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려워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어 발언할 권리는 우리의 생존과 존엄과 자유의 기본이 되는 조건이다”라고.


당신에게서도 듣고 싶다. 어떤 시간을 지나 당신의 아이와 만났는지, 엄마가 된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리, 좀 더 크게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어보자. 우리의 아이들은 좀 더 편안하게 ‘엄마 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장수연 PD는요…

장수연 PD는요…

딸 둘 엄마이자 페미니스트, 취미는 음주와 독서, 장래 희망은 작가인 MBC 라디오 PD. <이동진의 문화야 놀자>, <세상을 여는 아침 강다솜입니다>, <써니의 FM데이터>를 연출했으며 지금은 <미쓰라의 야간개장> 연출을 맡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 기자
장수연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

2018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강지수 기자
장수연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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