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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여행 육아

아웃도어는 가장 훌륭한 교구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10.30

 



나는 <엄마 내공>이란 책에서 ‘젊은 엄마들에게’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썼다. ‘키즈카페 가지 마라. 그곳은 빤한 놀이 공간이다. 놀이에 빤한 정의를 심어줄 뿐이다. 그런 세팅이 안 되어 있으면 쭈뼛대는 아이로 자라날 뿐이다.

놀이는 언제 어디서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가능성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이 모든 ‘가능한’ 놀이가 아이에게는 배움이다.

네 친구들이 허구한 날 모여서 말하는 ‘공부’나 ‘배움’의 정의를 바꿔라. 그들이 말하는 건 배움이 아니라 ‘시험’이다. 네 아이는 아직 시험 칠 나이가 아니다. 배울 나이다. 하늘로부터도, 땅으로부터도, 먼지로부터도.’


키즈카페 가지 말라는 말만으로도 엄마들은 기절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글은 한발 더 나아간다.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아이를 걷게 하라. 매시간이 다르고 매계절이 다르다. 그 다름을 느끼는 것이 예술이고 살아가는 의미이다.

그을리게 하라. 풀, 흙, 벌레를 만지게 하라. 옷이 더러워지게 하라. (빨래 좀 작작 해라. 그래야 너도 논다. 그래야 환경도 좋아진다.) 기게 하라. 구르게 하라. 뛰게 하라. 적당히 긁히거나 까져도 된다. 더 좋다. 회복되는 과정은 언제나 성숙과 인내를 배우게 하니.’

위 글을 한 줄로 줄인다면 ‘바깥을 적극 활용하라’가 될 것이다. 집 안은 사각의 콘크리트 공간이다. 물건으로 가득한 그곳에 변화는 없다. 오직 또 다른 물건을 들여놓을 때에만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의 오감을 개발한다고 백만 원이 넘는 교구를 방 안에 들여놓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바깥은 이미 조물주가 만져놓은 완벽한 교구다.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아이는 낯선 냄새를 한꺼번에 맡게 된다. 코를 벌름대며 정교한 후각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청각은 어떤가? 수십 가지의 소리가 밀려든다. 시각은 어떤가? 매일 예상치 못한 것들이 새롭게 차려진 무대 위에 등장하고 사라진다. 게다가 이 교구는 공짜다.


나는 강연에서 엄마들에게 권한다. 비 오는 날 아이를 데리고 나갈 것. 웅덩이에서 철벅철벅 흙탕물을 튕기고 놀게 하고, 내친 김에 장화를 벗어 물 포클레인 놀이도 하게 할 것. 이런 아이가 마음껏 창의적이 되고, 마음껏 자기주도적이 된다. 눈이 오는 날, 낙엽이 가득한 날, 보름달이 휘영청 뜬 달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늘과 땅을 동원해서 도저히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의 무대가 사시사철 준비되어 있는데, 왜 그걸 버려두고 방 안이나 문센에 가둬두다가, 어쩌다 한 번 비싼 티켓을 사서 고작 촉감놀이 박람회 같은 델 데리고 가나?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 속에는 바람의 매서움이 있다. 햇빛의 따사로움이, 땅의 폭신함이, 길냥이의 귀여운 유혹이, 웅덩이 속 숨겨진 이야기가, 엉금엉금 기는 벌레의 숨은 고난이, 별의 속삭임이, 산 위에서 내려다본 큰 풍경이… 등장하고 또 등장한다.

교구를 쥐어주고 문센에 집어넣어야 이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날마다 이 등장인물들을 ‘진짜로’ 만나야 오감으로, 온몸으로 책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엄마들에게’라는 글은 그래서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아이의 몸과 사고를 교실과 의자에 묶어두지 마라. 최대한 몸을 움직이게 하고 감각을 쓰게 하라. “나는 엄마를 하늘만큼 사랑해”라는 말은 하늘의 높고 큼을 느끼고, 사랑의 깊고 벅참을 느낀 아이만이 그 순간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느끼지 못하게 하고서 말하라. 다그치지 마라.’

 

 >  오소희 씨는요…

여행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13년 전 당시 세 살이던 아들 중빈이를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다. 블로그(blog.naver.com/endofpacific)에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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