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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 분투 실전육아

책 육아가 뭐길래

2017-10-23

 



생활비 잔고는 0원인데, 사고 싶은 전집과 교구는 세 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200만원이 좀 안 된다.

돌 때쯤 들여야 한다는 자연관찰책, 동네 친구 아기가 얼마 전 시작했다는 몬테소리 교구(다른 교구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좀 더 부담스러워 고민하던 찰나 주변 친구가 시작했다고 하니 반드시! 꼭! 구입해야 할 것 같은 이유는 왜 때문인 걸까 또르르),

그리고 말문 트일 때쯤 들이면 좋다는 프뢰벨 말하기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조금 전 지역맘 카페에 ‘괜찮은 영사분 소개해주세요’라는 글도 남겼다. 분명 임신했을 때만 해도 적어도 초등 입학 전까지는 손톱 밑에 꽃잎물이 들고 발바닥이 까매지도록 놀려야지 했는데 이런 다짐이 민망할 정도로 전집과 교구 리스트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래 엄마 사이에서 이 정도는 기본인 걸까? 한때 육아지에 몸담았던 경험이 눈높이를 높여버린 걸까? 세상 무관심한 내가 이렇게 열의를 다하는 게 새삼스럽다.


2년 전쯤 북카페 운영자, 육아 블로거, 독서 지도자들에게 취재했던 ‘이맘때 꼭! 추천 도서’ 등 내가 이전에 쓴 독서교육 기사들을 다시금 찾아보고 있는데 책 구입하는 데 도움이 톡톡히 되고 있다.

아이들 책 종류가 워낙 방대하고 허위 광고도 많아 좋은 책을 고르기가 여간 쉽지 않은데 지난날 취재원과 전화기가 뜨거워지도록 통화하고 밤새 원고를 쓰던 노고를 이렇게 보상받나 싶다.


그나저나 생활비는 제로고 교육비 명목으로 모아둔 돈도 없는데 이를 어쩌나. 읽히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어머니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실까 괜히 책 읽는 손녀의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내며 ‘예서가 책을 무척 좋아하네요 어머니 ^^’ 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어머! 우리 집안에 박사님 나오시겠네’가 전부.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니. 소심한 나를 탓하며 답답한 마음을 맥주 한잔으로 달래본다. 그러면서 장롱 안에 넣어둔 돌 반지를 꺼내 하나 둘, 셋… 개수를 세어보며 빠르게 금 시세를 검색해본다.


좋다는 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그러면서 책만큼은 돈을 아끼지 말라는 명언(?)을 가슴에 깊이 새기는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텔레비전도 없애고 싶으나 TV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TV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TV로 스트레스를 푸는 자칭 TV 마니아인 남편을 위해 거실 서재화는 잠정 보류 중. 언젠간, 아니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해볼 계획이다.

아이에게 독서가 숙제가 아닌 즐거움이 됐으면 한다. 어릴 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고 엉엉 울었다. 책을 읽고 어떤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라 독후감 숙제이기도 했고 읽기 싫은데 엄마가 읽으라고 혼을 내서. 다 읽기 전에는 방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소리쳐서.

그때 울면서 읽었던 그 책의 표지가 아직도 선명하다. 반면에 책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좀 커서 그 책 내용이 궁금했지만 선뜻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튼 아이에게 언제든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

또 내가 어렸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같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묘한 흥분과 설렘을 아이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런 내 모습이 유난이나 허세로, 책만큼은 정말 원 없이 읽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은 변명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 이 결정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11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