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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119 소아과> 하정훈 원장에게 ‘육아의 정석’을 묻다

On October 20, 2017 0

클릭 한 번에 원하는 육아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부작용도 생겼다. 정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어떤 게 진짜 올바른 정보인지 가려내기 힘들게 된 것.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육아 정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고자 하정훈 원장을 만났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가장 유명한 육아서는 무얼까? 많은 사람들이 <삐뽀삐뽀 119 소아과>를 떠올릴 것이다.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운, 1000쪽이 넘는 이 책이 20년 동안 부모들 사이에서 국민 육아서로 손꼽히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91년이면 인터넷이란 용어도 생소하던 시절이에요. 하이텔에 처음 육아 상담 글을 올렸는데 그때만 해도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였죠. 글자를 한 자 치면 1~2초쯤 뒤에 모니터 화면에 보이던 시절이라 작성한 원고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적이 부지기수예요.(웃음)

힘들긴 했지만 꽤 재미있고 즐거워 꾸준히 글을 올렸죠. 입소문이 났는지 TV 출연 요청이 많아졌고 그때부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당시 스무 군데가 넘는 곳에서 출판 제의를 받았다. 대부분 이미 올라온 육아 상담을 정리해 당장 책을 내자고 했는데, 단 한 곳에서만 내용이 아직 부족하니 더 보충해 책을 내자고 제안했다.

출판 시기는 상관없으니 완성도 높은 책을 써달라는 말을 듣고 믿음이 갔다는 하정훈 원장. 방대한 육아 상담 자료를 한 권의 책으로 엮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료실에서 상담했던 내용을 토대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질문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기 쉽도록 백과사전식으로 갈무리하고, 아기의 대변 모양, 감염성 질환, 피부질환, 비뇨기질환 등 아이들에게 자주 생기는 질병을 부모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직접 사진을 찍어 수록했다.

결국 출판사로부터 선입금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서야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제껏 보지 못한 획기적인 육아서였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직관적으로 정리된 책에 부모들은 열광했고, 이후 20년간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육아서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출판사와 계약하며 조건을 하나 더 붙였는데,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개정판 작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거였어요. 매일 업데이트되는 질문들을 그때그때 수정해 반영하기 위해서였죠. 실제로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3~4개월마다 수정 작업을 거쳐요.

올해 출간된 개정 12판만 해도 벌써 4번째 수정 작업을 거쳤는데, 편집자는 힘들겠지만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100번 넘게 수정 작업이 이뤄졌을 겁니다.”


20년째 판매 1~2위를 달리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라면 어느 순간 게을러질 법도 하건만 하 원장은 남들이 보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개정 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보가 바뀐다는 건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정확한 정보를 부모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시대에 따라 부모들의 관점도 바뀌고 고민도 달라지게 마련. 새롭게 업데이트된 육아 정보를 확인하고, 진료실에서 부모들을 만나며 새로운 육아 트렌드를 반영한 질문을 그때그때마다 수록한다. 하 원장이 아직까지도 오래된 진료실에서 부모들을 만나는 이유다.





 ->  넘쳐나는 가짜 육아 정보, 뭐가 진짜일까?
얼마 전 한 온라인 육아 매체에서 우유에 대한 잘못된 기사를 게재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5세 이전까지는 저지방 우유 대신 일반 우유를 먹이라는 내용이었다.

매달 수십 권의 육아서가 쏟아져 나오고 어디서든 육아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요즘, 오히려 하 원장은 답답함을 느낀다. 잘못된 육아 정보가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된 기사가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소아과학회뿐 아니라 국내 전문가들 모두 두 돌부터는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마시도록 권고합니다.

일반 우유를 계속 먹이라는 건 명백히 잘못된 기사인데도 좋은 정보를 주어 고맙다는 댓글이 대다수더군요. 방송도 마찬가예요.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현미 섭취에 대한 방송 보셨나요?

7세 이전 아이에게 현미나 잡곡을 먹이지 말라는 내용이었는데, 그에 앞서 방송국에서 직접 제게 연락해 자문을 구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이건 잘못된 정보라 분명히 말했는데도 결국 방송이 되더라고요.

미국 소아과학회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두 돌부터 현미나 잡곡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는데 정반대 방송이 나가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시대가 바뀌듯 육아 정보 또한 바뀐다. 이전만 해도 분유를 먹는 아이는 이유식을 생후 4~6개월에 시작하라고 권고했지만, 최근엔 6개월 이후에 먹여도 괜찮다고 설명한다. 불소치약 또한 마찬가지.

예전에는 두 돌까지는 쓰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이야기했는데, 2014년 10월부터 두 돌 이전에도 불소치약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 데이터가 새로 도출되면 육아 정보 또한 새롭게 바뀌는 것이다.

하 원장은 이처럼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되면 반드시 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육아 정보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적극적으로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정정 내용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 그가 최근 모든 SNS를 중단했다. 유명세가 있으면 껄끄러운 잡음도 생기게 마련. 아무리 틀린 이야기를 해도 그것이 진짜인 양 여기는 사람들과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데 어느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유명 매체에서도 전문가의 견해를 듣지 않고 혹하는 가십성 정보를 다루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새롭고 쇼킹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겠지만 결국 그 해는 아이들에게 돌아오거든요. 요즘 나오는 육아서는 마치 <성문종합영어> 같아요.

육아를 주입식 교육으로 알려줍니다. 과연 이런 책이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일부는 그 육아법이 맞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요.

아이는 제각각 모두 다른데, 마치 진리인 것처럼 부모들이 따라하도록 권하고 있어요. 육아는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닙니다. 톱니바퀴처럼 모든 게 맞물려야 돌아갑니다. 엉터리 정보는 부모들을 혼란케 만들 뿐입니다.”


20년 동안 육아의 기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하정훈 원장. 전통 육아에서 말했던 아이를 사랑하되 엄격하게 키우고 좌절을 겪으며 성취감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육아의 정의라 강조한다.

애착육아가 부모들에게 잘못 퍼지며 아이에게 무조건 관대해야 좋은 부모인 것처럼 여기게 된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에게 자유를 허용하라는 것은 일상의 틀 안에서 자유를 주라는 의미. 그 틀을 미리 부모가 잡아주고 자유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부모의 권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육아를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과 문화로 가르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가 됩니다. 가령 수면교육을 예로 들어볼까요? 10년 전만 해도 굳이 수면교육을 해야 하느냐는 사람이 대다수였어요.

그런데 요즘엔 당연한 것으로 여기죠. 제가 15년 전 처음으로 책에 아이를 반드시 카시트에 태워야 한다고 썼을 때만 해도 ‘왜 애를 괴롭히느냐’라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이처럼 육아도 문화가 되면 부모는 한결 더 수월해집니다. 부모가 당연하게 생각해 밀어붙이면 아이는 따라오게 되어 있거든요. 이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육아입니다.

시시각각 올라오는 수많은 육아 정보에 현혹되지 마세요. 자기 자식은 부모가 가장 잘 압니다. 자신만의 육아 철학을 확립하면 그 믿음은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  하정훈 원장이 꼽은 엄마들이 잘못 아는 육아 지식 9
1 5세 이전까지는 일반 우유를 먹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두 돌 이후부터는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하루에 2컵 정도면 적당한데요. 저지방 우유에는 영양소가 더 적다는 말이 있는데, 우유에 함유된 지방은 동물성 포화지방으로 오히려 성인병이나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두 돌 이전에는 지방이 두뇌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에 일반 우유를 먹이는 게 좋지만, 만 2세 이후부터는 서서히 지방 섭취를 줄여야 비만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두 돌 이전이라도 아이가 몸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간다면 저지방 우유를 먹이라고 권고하기도 합니다.



2 현미는 두 돌 전에는 먹이지 않는다
현미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먹던 식품입니다. 현미를 먹이면 소화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미를 불려서 조리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이유식 브랜드 거버에서는 현미 이유식을 ‘브라운 라이스’로 따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돌 이후에는 흰쌀에 현미나 잡곡을 20~30% 정도 섞고, 두 돌이 지나면 50% 이상 섞어 먹이세요.



3 열이 날 때는 옷을 벗기고 냉찜질을 한다
몸에 열이 난다고 냉찜질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냉찜질을 하면 체온과 차이가 많이 나므로 아이가 추워서 벌벌 떨게 됩니다. 이렇게 추워서 떨면 근육에서 열이 발생해 오히려 체온이 더 올라가죠.

또한 찬물은 피부의 말초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열은 피부를 통해 발산되는데 냉찜질을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열이 효과적으로 발산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열이 날 때는 해열제를 먼저 사용하세요. 그래도 열이 심할 때는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시고요. 이때는 머리, 가슴, 배, 겨드랑이, 사타구니까지 온몸을 닦아주시면 됩니다.



4 아기가 설사할 때는 굶긴다
설사하는 아기는 먹였다 하면 쌉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아기를 굶기는 게 설사를 멈추게 만드는 제일 좋은 방법인 줄 압니다. 설사가 심해서 탈수가 된 경우 급성기에는 전해질 용액을 먹여서 탈수를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늦어도 반나절 이내에 원래 먹던 음식을 먹이도록 권장합니다. 아기가 계속 설사를 하니 진짜 먹여도 되나 궁금해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의사가 먹여도 된다고 얘기했다면 먹는 족족 설사를 해도 먹이는 게 좋습니다.

설사할 때 먹이는 특수 분유나 전해질 용액은 설사를 멎게 하는 치료약이 아니라 설사할 때 먹일 수 있는 음식이란 뜻입니다. 쉽게 말해 먹여도 설사가 더 심해지지 않게 하는 음식이란 뜻이죠.

아기들의 경우 음식을 먹으면 식도뿐만 아니라 장도 같이 움직여 장 속에 이미 만들어진 설사가 밀려나옵니다. 어른이야 훈련에 의해 식도 따로, 장 따로 움직일 수 있으니 이런 걱정은 별로 없지요. 하지만 아기들은 아직 훈련이 되지 않아 먹으면 바로 싸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가 설사를 한다고 함부로 굶기지 마세요. 설사가 오래갈수록 제대로 먹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바이러스성 장염은 잘 먹어야 됩니다. 우유를 먹여도 되고 고기도 기름이 너무 많은 부위만 빼고는 먹여도 괜찮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알려주면 설사를 하더라도 그냥 먹이세요. 먹으면서 치료하는 것이 굶기면서 치료하는 것보다 당연히 낫습니다.





5 아플 때는 예방접종을 미룬다
열이 39℃ 이상으로 펄펄 난다면 미루어야 하겠지만 심하지 않으면 맞히는 게 좋습니다. 기침이나 설사 또한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예방접종이 가능합니다. 접종 후 아이가 열이 난다는 부모들이 있는데 약 5% 정도만 해당됩니다.

그리고 여러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면 몸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걱정하는 부모도 많은데, 동시 접종 시 이상 반응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아기들을 위해 동시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6 스테로이드 항생제는 최대한 짧은 기간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제는 1~7등급으로 나뉘는데, 아이들에게는 대개 7등급을 사용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약품 사용이 엄격한 미국에서조차 슈퍼에서 팔 정도로 안전한 약입니다. 오히려 괜한 두려움에 약 사용을 거부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토피성피부염은 피부 보호막이 무너지는 질병입니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미리 약을 써 조치해야 하죠. 물론 스테로이드제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 후 사용해야 합니다. 부모가 임의로 사용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받은 약을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 또한 좋지 않습니다. 항생제는 남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단, 꼭 필요한 경우 일정 기간을 채워서 복용해야 합니다. 조기에 끊으면 바이러스가 내성을 만들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 기간을 채워 복용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7 아기에게 황달이 있으면 모유수유를 끊어야 한다
모유 먹이는 엄마가 어쩔 수 없이 모유를 끊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황달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기가 황달일 때 모유를 중지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황달이 모유 때문에 생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2일간 모유수유를 중지해서 아기의 상태가 좋아지면 모유성 황달임을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모유를 먹여도 괜찮습니다. 모유성 황달인 경우 계속 먹인다고 해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하진 않기 때문이죠.

황달의 원인이 모유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모유를 끊어보는 것밖에 없어서 모유수유를 중지하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황달의 원인이 모유가 아닌 경우에도 계속 모유를 먹여도 괜찮습니다.



8 엄마가 간염 보균자이면 젖을 못 먹인다
아닙니다. 엄마가 B형감염 보균자인 경우라도 출생 직후에 헤파빅과 간염 예방주사를 맞은 아기라면 모유를 먹여도 상관없습니다. HHeAg이 양성이든 음성이든 상관없이 모유를 먹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9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는 키가 안 큰다
감기를 자주 앓으면 키가 안 큰다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감기는 아이들에게 평생 꼭 이겨내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면역력은 몸에 바이러스가 학습되는 것입니다. 감기를 앓아야 면역력이 생겨 나중에 고생을 덜 합니다. 아이가 너무 고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치료하면서 합병증만 조심하면 됩니다.

 

클릭 한 번에 원하는 육아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부작용도 생겼다. 정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어떤 게 진짜 올바른 정보인지 가려내기 힘들게 된 것.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육아 정보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고자 하정훈 원장을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사진
이성우, 조병선
모델
박도겸(13개월)
참고도서
<삐뽀삐뽀 119 소아과>(유니책방)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사진
이성우, 조병선
모델
박도겸(13개월)
참고도서
<삐뽀삐뽀 119 소아과>(유니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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