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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 분투 실전육아

수족구 네 이놈!

On September 05, 2017 0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 중이다. 불과 석 달 전 지면에 아이와 첫 해외여행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돌도 안 지난 아이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고행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며 글을 마무리했건만 여름을 겨냥한 신나는 댄스 음악, 주변 사람들의 여름휴가 계획에 덩달아 들뜬 나는 지난날의 반성을 까맣게 잊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더랬다.

결혼 후 처음 맞는 긴 휴가에 우리는 참 많이 설레었다. 물욕 없는 남편은 여행지에서 입을 옷과 신발을 사겠다며 나 홀로 쇼핑에 나섰고 퇴근 후에는 결혼 후 한껏 푸짐해진 몸 가꾸기에 열을 올렸다.

캐리어는 ‘전날 싸자’ 주의인 나 역시 일주일 전부터 작은방에 캐리어를 펼쳐놓고는 빠진 물건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여행 당일, 밤 비행기라 아이는 비행 내내 숙면을 취했다. 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에 비행 내내 긴장을 하며 졸았더니 두통이 몰려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베트남의 다낭. 최근 TV 여행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며 우리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곳을 별 고민 없이 최종 여행지로 선택했다.


우리 부부의 여행 스타일은 목적지만 정하고 숙소며 식사며 현지에서 해결하는 베짱이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어인일인지 가보고 싶은 명소도, 먹고 싶은 음식도 미리 찾아보고 계획하며 꽤 오랜 기간 준비하고 기대했다.

근데 웬걸! 도착 2일 차,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을 앞두고 아이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운 게 아닌가. 가져온 해열제를 먹여보았지만 도통 열은 잡히지 않고 아이는 보챌 힘도 없는지 축 처져 내내 내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돌치레인가? 하필? 여기서? 한국에 가야 하나?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도통 맥을 못 추는 아이를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최근에 아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남편과 눈만 마주쳐도 세상 다 잃은 것처럼 울어댔다. 좁은 호텔 방에서 혼자 아이를 안고 업고 씨름을 하는데 옆에서 쭈뼛쭈뼛 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니 할 수 없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하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니 부글부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입과 손에 수포가 올라왔고 순간 매년 여름만 되면 열심히 취재해 써내려갔던 ‘수족구병’이 떠올랐다. 입안을 살펴보니 역시나 하얀 반점이 가득했다. 아이가 물만 마셔도 울고 침을 질질 흘리며 열이 펄펄 끓었던 이유였다.

잠복 기간 3~5일. 여행 가기 전 아이와 새로 생긴 키즈카페에 갔더랬다. 규모가 꽤 큰 키즈카페인데 때마침 어린이집, 유치원 방학 기간이라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테이블은 이미 만석, 엄마들은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좀 놀고 가야지 싶어 들어갔던 게 화근.

여자의 촉이라는 게 무섭게도 입장할 때 느낌이 싸했는데, 역시나 일이 나고야 말았다. 들어가지 말걸. 지금 후회한들 뭐 하나 어차피 벌어진 일인걸.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알아보고는 부랴부랴 짐을 싸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에 도착해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이후 아이는 거짓말처럼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띠리링~’ 귀국 이틀 뒤 같이 여행길에 나섰던 산후조리원 동기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이가 열이 나 병원에 가니 수족구병이란다.

아뿔싸! 여행지에서 두 아이가 나란히 수영장 베드에 누워 한 빨대로 사이좋게 음료를 나눠 마시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연신 굽실대며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긴 지 반나절 지났을까? 이번엔 남편의 손과 발에 수포가 올라온다. 하…, 병원에 다녀온 남편도 수족구란다.

이 엄청난 전염성을 봤나! 건강 체질인 나는 다행히 이번 사건을 피해갔지만 휴가 내내 아이와 남편의 병수발을 들고 나니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남편은 향후 5년 이내 우리 가족에게 해외여행이란 없다고 단언했다. 나도 이하 동문이다.

 

 >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11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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