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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상어에 관한 동상이몽

 


우리 집 두 아들은 저녁마다 역할놀이를 하자고 조른다. 가뜩이나 더위와 피로로 몸이 푹 꺼지는 것 같은데 노구(!)를 이끌고 아이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녀석들은 늘 포식자 역할을 맡고 엄마에겐 그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쪽을 연기하라고 주문한다.

이를테면 자기들은 육식 공룡 혹은 상어인 반면, 엄마는 늘 초식 공룡이거나 작고 힘없는 물고기 신세다. 아이들 눈에도 빠르고 힘이 센, 그러니까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개체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공룡과 상어에 대한 아이들의 사랑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일 게다.

“아기 상어 뚜루룻 뚜루, 귀여운 뚜루룻 뚜루”로 시작하는 ‘상어 가족’이 어느새 국민 동요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노래만 나오면 뭐에 홀린 듯 일어나 춤을 추는 네 살배기 아이를 바라보며 내겐 상어에 관한 추억이 있는지 생각해봤다. 정답은 역시나 영화 <죠스>다.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죠스>는 백상아리 공포영화의 효시로 꼽힌다. 이후 CG로 무장한 아류작이 쏟아져 나왔지만 <죠스>의 오락성을 뛰어넘은 작품은 별로 없다. 공포영화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상어 영화가 식상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식인 상어 영화는 잊을 만하면 한 편씩 등장하면서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2016년작 <언더 워터>는 탄탄한 스토리와 서스펜스, 시원한 볼거리를 고루 갖추어 한여름에 즐기기 좋다. 이 영화는 멕시코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던 여성이 상어의 습격을 받은 후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최근 개봉한 식인 상어 영화 <47미터>도 생존의 카운트다운을 다뤘는데,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교해가며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언더 워터>는 오직 낸시(블레이크 라이블리)라는 여성과 백상아리 이 둘의 팽팽한 대결에 집중한다. 낸시는 상어를 피해 작은 암초로 피신하지만 만조가 되면 암초가 물에 잠겨 피할 곳이 없어진다.

그녀는 만조까지 걸리는 시간, 상어가 움직이는 속도, 해변에 이르는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한다. 의대생이라 상어에 물린 상처를 응급처치할 능력도 갖췄다.

모든 공포영화에서 그렇듯 현명한 사람은 마냥 공포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극한의 통증과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안다. 상어 또한 피에 굶주렸다기보다 호기심 많고 영리한 동물로 묘사된다. 바로 이 점이 <언더 워터>를 좋은 스릴러 영화로 만든다.

공포스런 분위기와는 별도로 배경이 된 멕시코 티후아나 해변은 놓칠 수 없는 보너스다. 찬란한 하늘과 파란 바다는 그야말로 천국 같아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꼭 가보고 싶게 만든다.


말이 나온 김에 백상아리에 대한 오해를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다. 영화에서 오랫동안 살인마처럼 묘사되었지만 사실 백상아리는 사람을 먹이로 삼지 않는다.

백상아리가 사람을 무는 것은 식탐에 미쳐서가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고,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인 터라 아쿠아리움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인간에게 포획되어 화장품이나 약품 재료로 쓰이니 상어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만도 하다. 이런 씁쓸한 생태 현실과는 무관하게 어쨌거나 상어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매력적인 존재다.

어른들에게는 한여름의 서스펜스를,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니 말이다.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 상어다. 도망쳐. 오늘도 살았다. 휴~ 신난다. 춤을 춰.” 게다가 이 ‘상어 가족’ 노래는 꽤 중독성이 강하다.

 

 >  신민경 씨는요…
여섯 살, 네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틈틈이 보고 읽고 쓴다.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