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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속 명소 찾아 여행 떠나는 정유선 씨 가족

가족 여행의 네 가지 빛깔 case 2

On August 15, 2017 0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임신한 정유선 씨는 태교를 위해 밤마다 동화책을 펴들었다. 꽤 오랫만에 읽은 동화책은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화 속 계모들은 걸핏하면 아이를 구박하고, 주인공들은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늘 똑같은 결말로 끝났다. 현실과 전혀 다른 동화 이야기에 반감을 느끼다가도 ‘나도 어릴 때 이런 동화를 읽으며 자랐을 텐데 내가 너무 딱딱해졌나?’라는 생각이 들어 태어날 아이와 동화책 속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case 2 동화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

아이가 태어난 뒤 정유선 씨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아이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 방법으로 그녀는 여행을 택했다.

동화 속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어린이’가 깨어나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래서 딸 지안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다양한 동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영국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뒤 아이와 동화책을 읽으며 함께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좋아하는 작품에 나오는 장소나 등장인물,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기 나누며 일정을 정리했죠. 아이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선 등을 고려해 꼼꼼하게 여행 계획을 짰어요.”




그렇게 정유선 씨와 딸 지안이는 장장 40일간의 동화나라 모험을 떠났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걸리버 여행기>와 <거인의 정원>의 흔적을 찾았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보물섬>,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더 왕의 전설>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에서는 <피터 래빗 이야기>, <해리 포터>, <로빈 후드의 모험>, <위니 더 푸>의 발자취를 따랐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잉글랜드 뉴캐슬에 자리한 애니크 성이에요. 영화 <해리 포터>에서 퀴디치 게임을 했던 장소죠. 애니크 성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이는 해리 포터에게 사인이라도 받을 것처럼 들떠 있었어요.

애니크 성은 아이들에겐 천국이에요. 마법의 빗자루를 타는 레슨도 받고, 키즈존에서 왕자·공주 옷을 입고 만화 속 주인공 놀이를 할 수 있거든요.”


영국의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아기 곰 푸를 만나기 위해 런던 숲속을 헤매기도 하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두 모녀. 하지만 상상의 나라로 떠난 그들도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 더블린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한 것.


“더블린에서의 마지막 날 길을 건너는데 ‘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가 가방이 열렸다는 거예요. 깜짝 놀라 살펴보니 가방 안에 있어야 할 생수통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어요. 당황해서 가방을 마구 뒤지는데 다른 소지품은 그대로 있고 지갑만 홀랑 없어졌더라고요.

신용카드는 목에 걸고 현금은 따로 보관해서 큰돈을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무척 속상했어요. 아이만 없었다면 너무 당황해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그 일이 있고 이틀 뒤에 난쟁이 요정인 ‘레프리콘’이 사는 섬을 방문했다. 띄엄띄엄 자리한 농가 옆으로 요정이 사는 작은 집이 늘어선 곳이었다. 아이는 요정을 찾고 싶어 여기저기 뛰어다녔는데 결국 레프리콘을 찾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레프리콘을 만나지 못해 실망했느냐고 묻자 곧 돌아온 아이의 대답이 정유선 씨의 마음을 울렸다고. “엄마, 나 요정 만났어! 그 지갑 가져간 아저씨가 장난꾸러기 레프리콘이야.” 예상치 못한 아이의 위로에 정유선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여행 중에 힘들 때마다 오히려 의젓한 지안이에게 의지했다고 고백하는 그녀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지안이가 ‘컸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많아졌어요.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오늘은 뭐가 재미있었는지 묻곤 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오늘은 뭐가 재미있었고, 왜 화가 났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는 등 표현력이 부쩍 늘었어요. 또 어설픈 솜씨로 자기 짐을 스스로 챙기려고 노력한다든가 자신만 생각하던 여섯 살 아이가 ‘엄마는 괜찮아?’ 하며 제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놀라웠고요.”




아이와 여행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포기해야 할 일도 많다. 웅장한 성당과 박물관을 코앞에 두고 길에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달팽이를 보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정유선 씨는 기네스의 고장인 아일랜드에서 맥주 한 잔은커녕 바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단다.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엄마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떠드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런 아쉬움은 한순간에 날려버렸다고 말한다.


“아이와의 여행에 거창한 목표는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낯선 장소에서 아이와 나란히 보폭을 맞추어 걷는 게 중요하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이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요.

저에게 딸 지안이는 최고의 여행 파트너예요. 다음 동화 속 여행은 독일 메르헨 가도로 정했어요. <신데렐라>, <라푼젤>, <브레멘 음악대>, <백설공주> 등 동화를 민담으로 수집한 그림 형제의 탄생지가 있거든요. 아이와 함께 그 길에 서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요.”

 

tip 정유선 씨가 추천하는 여행지 BEST3

 +  하트필드 애쉬다운 숲
곰돌이 푸의 마을.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버스로 40분 정도 가면 나온다. 애쉬다운 숲에 도착해 지도를 구입하면 <위니 더 푸>에 나오는 여러 장소가 표시되어 있는데,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곳을 찾으며 산책하기 좋다.

 +  애든버러 스카이 섬
<피터 팬>에 나오는 네버랜드의 모델이 된 곳. 투어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안개가 가득한 섬을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있다.

 +  노팅엄
로빈 후드가 숨어 지내고 시인 바이런과 소설가 D. H. 로렌스의 작품이 탄생한 셔우드 숲이 있다.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아이들 놀이거리가 마련된 키즈존도 조성돼 있다.

> 정유선 씨는요…

 >  정유선 씨는요…

TBS, KBS를 넘나들며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외동딸 지안이를 키우고 있다. 지안이와 함께한 여행기를 담은 책 <아이와 함께, 크로아티아>, <아이와 함께 아일랜드 영국>을 펴냈다.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임신한 정유선 씨는 태교를 위해 밤마다 동화책을 펴들었다. 꽤 오랫만에 읽은 동화책은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화 속 계모들은 걸핏하면 아이를 구박하고, 주인공들은 첫눈에 반해 결혼에 골인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늘 똑같은 결말로 끝났다. 현실과 전혀 다른 동화 이야기에 반감을 느끼다가도 ‘나도 어릴 때 이런 동화를 읽으며 자랐을 텐데 내가 너무 딱딱해졌나?’라는 생각이 들어 태어날 아이와 동화책 속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심효진·김도담 기자
사진
이성우
사진제공
정유선

2017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심효진·김도담 기자
사진
이성우
사진제공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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