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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실전육아

이사 다음 날 해외여행을 떠난이유

On June 01, 2017 0

 

임신 당시 지카바이러스와 테러로 전 세계가 들썩인지라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가까운 제주로 태교 여행을 떠났다. 작년 6월에 출산을 하고 젖먹이 아기와 더위와 씨름하며 ‘방콕’에서 여름휴가를 났다. 그래서 해외여행이 무척 고팠다. 5월첫 주 황금연휴를 놓칠세라 일단 아기 여권부터 만들어두었다. 

 

블로그에서 아기 셀프여권 만들기를 검색해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3초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은 아이를 의자에 앉혀두고 딸랑이를 흔들며 셔터를 누르는 ‘멀티’가 전혀 안 됐기에 곧바로 가까운 사진관을 찾았다. 

 

즉석 여권사진을 받아들고는 시청에 가서 여권을 신청하고 일주일 뒤 같은 장소에서 받았다. 얼마나 설레던지.아기 데리고 가기 좋은 나라 몇 군데를 추려 검색한 뒤 일본을 목적지로 정했다. 번잡한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조용한 시골 마을인 유후인으로 말이다.

 

료칸에서 자연을 벗삼아 뜨거운 온천물에 몸담고 ‘힐링’ 해야지! 육아로 치진 심신을 달래보겠노라 야무지게 다짐했건만 이 여행이 힐링이 아닌 ‘헬’이라는 걸 짐을 싸면서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기는 했다.


사실 여행 전날 이사라는 빅 이벤트가 있었다. 엉망인 집은 둘째 치고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쑤시고 바들바들 떨렸다. 누군가는 이사한 직후에 무슨 여행이냐며 철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남편의 직업적 특성상 이런 장기 휴가가 거의 없는지라 정말 무리해 계획한 터.


덜덜 떨며 집채만 한 남편의 출장용 캐리어에 튜브 타입 이유식 2박스와 분유 1통, 틈틈이 먹일 간식거리, 분유 포트, 기저귀 등을 챙기는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캐리어가 미어터질 지경이다. 

 

“여보, 아기 물갈이하면 어떡해? 생수라도 챙겨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으니 남편이 끓이면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당장 짐을 싸면서도 몸은 여전히 후들후들. 이대로 비행기 표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 하다가 쌍화탕 하나 마시고 잠을 청했다.

 

남편은 웬 미련이냐며 혀를 끌끌 찼지만 어렵게 얻은 찬스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 다행스럽게도 아침이 되니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었다. 여행 첫째 날은 기대 이상으로 순조로웠다.

 

비행기, 기차, 버스 등 바퀴 달린 것만 타면 스르륵 잠이 드는 아이 덕분에 편하게 이동했고 남편과 나는 이런 효녀가 어디 있느냐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좋은 경치, 상쾌한 공기 를 쐬니 그간의 육아 스트레스가 뻥하고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아기용 튜브를 타고 신나게 온천욕을 즐긴 아이는 일찌감치 잠들었고 나와 남편은 오랜만에 맥주잔을 기울이며 세 가족의 첫 여행을 자축했다.


하지만 다음 날, 남편과 내 얼굴엔 만화책에서나 보던 빗금이 드리웠다. 때 되면 이유식 데워 먹이랴, 분유 타랴, 또 축축해진 기저귀 갈아주랴, 응가라도 하면 유아휴게실이나 장애인화장실 찾아 씻기랴 하루 종일 아기 시중드느라 기진맥진.


게다가 이곳은 깊고 깊은 산골 마을인지라 식당에 아기 의자가 있을 리 만무했 다. 한 명이 마치 푸드파이터처럼 입안에 밥알을 털어 넣으면 다른 한 명은 보채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식당 문을 수차례 드나들어야 했다.

 

게임 중 벌칙 받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사실 이런 수고로운 여행을 자청한 데는 이놈의 SNS가 제대로 한몫했다. 아기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 인친들의 행복한 가족사진들을 보면서 ‘좋겠다’, ‘부럽다’, ‘우와! 재미겠다’를 외치며 남편에게 스마트폰 들이밀기를 수차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온 여행이건만 솔직히 좋은 건 30이요, 피곤함이 70이다. 파랗게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삼아 환하게 웃고 있던 그들 역시 앵글 밖에서 아기 시중드느라 비지땀을 흘렸을 게 분명하다.


인스타그램에 유후인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 한 장을 기어코 올렸다. 복수다! 친정이며 시댁에서 웬 생고생을 그 멀리까지 가서 하느냐며 말리셨는데 역시나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음 번 여행은 ‘아이가 좀 더 크면!’이라는 매우 생산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우리의 첫 가족 여행이 끝났다.

이아란 씨는요…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10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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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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