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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포인트

아이를 낳아 행복한 나라

 

 

 

오늘도 출근길 전철역 출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월요일이라 더 그랬을까 사람들은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 사람들의 어깨 뒤로 대통령 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이 보였고, 출구 옆에는 선거 운동원 몇이 받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렇다. 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예년과 달리 따뜻한 봄날의 대통령 선거라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현직 대통령을 시민의 힘으로 구속시키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시 국가 지도자를 뽑는다 생각하니 꽤 근사한 5월 같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는 선거 로고송, 흩뿌려지는 명함, 색색의 선거 포스터,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공방 같은 것들 때문에 축제라고 일컬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선거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는 판이다. 그렇게 될 때에야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공약, 지금 절실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이제 보육(교육)복지와 출산율을 빼놓고 주요한 정책을 논할 수는 없게 되었다. 가까이에는 육아 때문에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있다. 육아를 홀로 감당하는 여성들의 경력은 쉽게 단절되고, 남성은 남성대로 부양 의무에 사로잡혀 야근과 주말 근무 등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리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금의 출산율 추이로는 젊은 세대는 점점 인구가 희박해질 수밖에 없고, 통계적으로 20~30년 후의 경제활동인구는 지금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사회 전반의 역동성과 활동력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노인복지 등 국가적 부담은 증대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행복할 것이라는 데 우리는 확신이 없다. 되레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큰 게 지금의 젊은 부모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며 매월 수십만 원의 부담을 져야 한다. 보육교사는 열악한 처우에 그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일부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의 국공립어린이집 검색에 열을 올리며, 몇 안 되는 단설 유치원 추첨에 사활을 건다. 이것이 과도한 복지를 바라는 개인의 푸념으로 들린다면, 시대정신을 오독한 것이다. 

 

종편 패널의 정치평론가, 중장년 남성 정치인 대부분이 지금도 헤매고 있다. 관심이 없었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는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며 공동체의 과제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를 낳기 전의 질문, ‘아이를 낳아도 내 인생이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가 대답해주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지, (시)부모님이 원하시니까 낳아야지, 노년을 생각해서 낳아야지’라 생각 하던 시절은 지났다. 

 

출산의 이유는 아이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여야 한다. 최소한의 보증은 국가의 몫이다. 임신부에 대한 배려를 정책적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국공립어린이집과 병설·단설 유치원의 숫자를 물리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없게 하고, 남성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5월 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그중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에 대한 고민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일이고,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럴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 바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서효인 씨는요…

서효인 씨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