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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실전육아

독박육아 중입니다만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맡고 있던 공사의 마무리를 두 달 앞둔 요즘 거의 매일 밤 9시, 10시가 되서야 들어온다. 생후 7개월인 아이는 절대 엄마와 같이 놀아야 하고 안아 달라 떼쓰고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귀가 따갑도록 찡찡 울어대는데 그야말로 ‘오 마이 갓!’이다. 

 

 

긴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면 그제야 현관문 도어록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남편이 야속하다가도 누렇게 뜬 얼굴을 보면 안쓰럽고 얼마 못 가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반복되는 분노(?)에 부부 사이 벌어질까 남편과 두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이틀 연속 늦지 않기. 둘째, 일주일에 두 번은 무조건 칼퇴 하기. 직장생활 하는 사람 너무 옭아매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당장 내가 죽겠는데 어쩌란 말인가.
 

둘째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던 찰나,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조리원 동기이자 동네 친구가 둘째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그녀는 둘째도 같이 낳아 기르자며 성화지만 나는 “글쎄…”라며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이 글을 보면 섭섭할 수도 있지만 친구 남편들과 비교를 좀 하자면 이렇 다. 한 친구의 남편은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한다. 

 

둘째 갖기 프로젝트를 실행 중인 다른 한 친구의 남편은 가업을 잇고 있어 일반 직장인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편이다. 반면에 내 남편은 새벽 6시에 출근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 9시를 넘기고 주말도 격주로 쉬고 있다. 한마디로 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
 

둘째가 태어나면 지금의 노동 수준의 곱절은 될 텐데 ‘하아…’ 언감생심이다. 결혼 전, 일찍 아이 낳아 키우는 친구에게 “둘째 언제 낳게? 빨리 낳아야지”라는 말을 잘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속 모르는 바보멍청이 같은 소리였다.
 

육아지 기자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힘들고 외롭다고 했다. 물론 그 수고로움을 감당할 만큼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백하건데 그때는 엄마들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

 

왜 취재 온 나를 붙잡고 이렇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지, 뭐가 그렇게 그녀들을 힘들게 하는지. 솔직히 남들 다 하는 거 유난스럽다고(!) 속으로 흉도 좀 봤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 몹시 후회한다. 아이를 낳아보니 그간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설명된다.


게다가 남편들은 왜 그렇게 모두 바쁘고 여전히 철없는 소년이란 말인가. 언젠가 평일 낮 시간에 쇼핑몰에 간 적이 있는데 유모차를 끌고 우르르 몰려다 니는 아기 엄마들을 보며 갈 때가 어지간히 없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아기 데리고 가기엔 쇼핑몰만 한 곳이 없다. 친구들과 밥도 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날리고 저녁거리도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육아휴게실이 잘갖춰져 있으니 이곳만 한 곳이 없다. 답답한 집 안에서 벗어나니 아이 얼굴에도 생기가 돌고 나 역시 하루를 빨리 보낼 수 있으니 꼭 뭘 사지 않아도 백화점에 출근 도장을 찍게 된다.


인스타그램 속 또래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관리를 얼마나 잘 받았는지 피부는 반짝반짝 광이 나고 근사한 리조트로 여행을 가고 틈틈이 자기 일도 하는 등 무척이나 능숙하게 엄마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매일 잠이 부족 하고 눈 밑은 거뭇거뭇하고 밥도 급하게 먹느라 옆구리에 살도 부쩍 붙은 것 같은데 이들은 어찌 그리 여유로운지….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한숨을 쉬고 있으니 남편이 다가와서는 그런 게 다 보여주기 식의 삶이라며 차라리 텔레비전을 보라나 뭐라나.


오늘도 나는 남편 없는 저녁을 보내고 있다. 선배맘들의 은혜로운 말씀에 따르면 ‘독박육아가 길어지면 무력감에 휩싸이기쉽고, 에너지가 급속도로 소진되어 작은 일에도 짜증나기 쉽다’고 한다. 백 번 천 번 맞다. 

 

그러니 피곤에 찌든 곰손 남편이라도 붙들고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등 차근차근 알려주고 격려해야지. 또하나, 누군가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나 자신의 균형을 잘 잡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 마음을 다잡는다.

이아란 씨는요…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7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 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