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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포인트

탄핵 다음 집에서 할 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한마디를 얻어내기 위해 긴 시간 시민들은 광장을 메웠다. 탄핵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자면 그 끝이 헤아려지지 않지만, 무엇보다 불의하고 무능한 정권은 시민과 헌법의 힘에 의해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클 것이다.

 

간단하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제가 있고, 이 명확한 명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것. 그것이 최고 권력자이든, 재벌 상속자이든, 법률 전문가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탄핵은 중요한 매듭이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 아이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살게 해줄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라도 생긴 듯해 힘이 난다. 이제 국가의 운영은 더욱 투명해야 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특권을 취득해서는 안 되며, 수백 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위기에는 국가가 나서 최선을 다해 구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중요한 자리에 올랐으면, 그에 맞는 격을 갖춰야 한다. 

 

어쩐지 당연한 이야기를 써놓은 것 같아 쑥스럽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에서 내뱉는 갖가지 레퍼토리 중에 하나는 부모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연민이다.

 

이른바 ‘흉탄에 부모를 잃은 소녀’의 이미지가 이젠 65세가 된 정치 지도자를 여태 감싸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잘못은커녕 아직까지도 전 대통령의 이미지에 매달린 과잉 충성과 볼썽사나운 불복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괴이한 성벽이, 이제 그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살아온 일생의 성곽은 이런 모양새다. 그는 청와대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고, 프랑스 유학을 떠났으며 어머니사후에 돌아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아버지 사후에 청와대를 떠나 거대하고 부유한 재단에 속해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와 국회의원이 된다. 그 후 당대표와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 신세다.

 

그의 삶은 드러난 권력과 드러나지 않은 조력에 의해 구성되었다. 박근혜 개인은 없었다. 동시에 그의 일생에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 과정 또한 거의 없었을 것이다. 

 

토론과 논쟁, 갈등과 조정, 균형과 상식…. 가정과 학교에서 습득해야 할 민주시민의 양식을 그는 배우지 못했거나 배우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물러나 자택에 들어설 때 보인 그 기이하고 섬뜩한 미소에서 못 배운 티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광장의 시민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급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다. 우리는 광장에서 이뤄낸 형식적 승리가 끝내 좌절된 몇 번의 경험을 갖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탄핵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선 어르신은 물론이고 촛불을 든 젊은이들까지,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는 아직 부족한 게 아닐까. 학습의 시작은 물론 가정이다. 다른 게 아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과 의견 주고받음이 자연 스럽고, 누구도 일방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 내 아이부터 독립된 개인으로 존중하고, 자신의 사유와 주장을 잘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내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히 여기며, 실수와 잘못에 있어 솔직함을 가질 것. 반성하고 고칠 것. 그리하여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것. 이는 각자의 집에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다. 

 

인간 박근혜가 못했던 것이고, 우리 사회 많은 이들에게 부족 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탄핵 이후에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힘써야 할 일이다.

서효인 씨는요…

서효인 씨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