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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집으로 가는 길


 

아이가 생기면서 아동학대나 실종, 유괴 관련 뉴스를 접하는 게 더욱 고통스러워졌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로 받아들였던 것이 이제는 그에 대한 공포와 분노가 온몸으로 와 닿는다. 아마도 세상 모든 부모들이 비슷한 심정이리라.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태어나고도 버려지고 실종되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조금 먼 나라의 예를 들어볼까? 인도에서는 매년 8만 명의 아이들이 실종된다. 

 

이들 중 운 좋게 집으로 돌아가거나 건강한 가정에 입양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리를 떠돌다가 인신매매로 노동시장에 팔려간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영화 <라이언>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루 브리얼리’라는 한 인도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집을 잃어버린 전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라이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다섯 살 소년 사루가 온갖 고초 끝에 호주의 어느 가정에 입양되기까지를 보여주고, 후반부에서는 서른 살 성인이 된 사루가 위성 지도 프로그램 ‘구글어스’를 통해 헤어진 가족들을 찾는 과정을 다룬다.

 

인도에서 호주까지, 다시 호주에서 인도까지, 결국 <라이언>은 사루가 집으로 가는 고단하고 가슴 벅찬 오디세이인 셈이다. 특히 전반부의 이야기는 아주 눈물겹다. 사루는 형을 기다리다가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든다. 그러다 눈을 뜬 곳은 혼잡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광활한 도시, 캘커타.

 

아이가 그곳에서 수개월을 떠도는 동안 영화는 인도의 어두운 현실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가난과 추위, 폭도들과 나쁜 어른들 틈에서도 아이는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라이언>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면 바로 사루의 양부모다. 이들은 불임이 아니었지만 아이를 낳는 대신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거두기로 결심한다. 

 

실 입양에는 불편한 현실이 따른다. 산고를 거쳐 낳았든, 가슴으로 낳았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입양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가 알지 못하는 그 아이의 과거까지 함께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루의 양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한다. 사루는 아직도 자기 걱정을 하고 있을 인도의 가족들과 자신을 거둬준 양부모 사이에서 번민하면서도 ‘친부모냐, 양부모냐’ 식의 이분법에 빠지지는 않는다. 

 

헤어진 가족을 찾는다고 해서 지금의 가족과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라이언>은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란 혈연을 뛰어넘는 보다 본질적인 것이 아닐까. 

 

나는 꼬마 사루와 성인이 된 사루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조금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영화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 영화가 던져준 화두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아동 실종이라는 암울한 현실, 구원이 될 수도 또 하나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입양 가족의 딜레마 같은 숙제를 안게 된 기분이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다. 수많은 고민거리 틈에서도 주인공의 집념과 원시적인 의지가 빛나기 때문이다. 사루 브리얼리가 이룬 기적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가 품은 희망과 결단, 간절함이 결국 그를 집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마침내 아주 힘들고도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다. <라이언>은 고단한 길을 걸어왔고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러브레터다.

신민경 씨는요…

신민경 씨는요…

여섯 살, 네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틈틈이 보고 읽고 쓴다.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전미희 기자
신민경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attyim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