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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실전육아

'영사'를 만나다

기획
김도담 기자
이아란
일러스트
이현주
2017.03.28


아이가 태어나면 ‘흙으로 집을 짓고 콩 벌레를 잡아 병에 담고 꽃잎을 빻아 병원 
놀이를 하는 건강하고 자유로운 아이로 키워야지’라고 다짐했다. 평범한 일상 속 에서 놀이거리를 찾아내고 바람에 팔랑이는 나뭇잎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 말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이상은 이상일 뿐이었다. 조금 변명을 보태자면 나 역시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는 평범한 엄마라는 거.

 

또래 아이들보다 뒤집기, 앉기, 배밀이, 심지어 치아가 조금 늦게 난다 싶으면 불안했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이 우수했으면 좋겠고 일류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는 뭐 이런 마음이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스며들더란 말이다. 

 

육아잡지 기자 시절 아이의 뇌 발달에 대해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시냅스 수가 많은 뇌일수록 정보를 보다 정확히 전달하는데, 쉽게 말해 똑똑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시냅스의 수는 돌 무렵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바로 이 시기의 뇌에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 ‘엄청난 이론’을 아는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클래식을 온종일 틀어놓고 지루하다 싶으면 영어 동요 CD로 바꿔 흘려듣기는 기본! 전집, 문센, 촉감놀이 등 7개월 아이가 할 수 있는 놀이와 수업은 다 하고 있다. 

 

TV홈쇼핑을 보다 쇼호스트가 오감 발달부터 인성, 예술적 감각까지 다방면으로 훌륭한 아이로 만들어준다는 전집을 현란한 스킬로 소개하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기를 수차례.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만나는 선배맘들의 조언 또한 수백 번은 클릭한 것 같다. 

 

그러던 중 백화점에서 프○○ 전집 영업사원(일명영사)을 만났다. “어머~ 아기가 참 귀엽네요. 어머니, 지금 아기에게 딱 맞는 책이 있어서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시간 되세요?” 입소문은 날 대로 났지만 전집 중에서도 최고가에 속해 많은 엄마들을 갈등하게 만든다는 소문의 그 전집이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고민하던 찰나 영사를 만나 실물 책을 보게 되니 눈과 귀가 번뜩! 미팅 날짜를 잡고 집에 가는 길, 이번엔 몬○○○ 영사가 다가와서 내 발목을 한참 동안 붙잡았다. 

 

유아휴게실과 유모차 대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백화점은 아기 키우는 엄마들에게 성지와도 같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를 알고 백화점 곳곳에 포진해 있는 전집 영사들이 새삼 신선했다.

 

 3개월간 심사숙고한 끝에 마침내 프○○ 전집을 들였다. 가격 대비 아이에게 효용 가치가 있을지 고민스러웠지만 ‘어찌 됐건 첫째 아이니까!’, ‘영아는 구강기이니 중고보다는 새 책을!’ 이런저런 합리화로 들인 전집이 책장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겠지만 말이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해 뮤지컬 배우 저리 가라 오버해서 책을 읽어주니 아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해 웃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니 보람되기 그지없다. 

 

얼마 전에는 기저귀 갈 때, 낮잠 잘 때, 일어났을 때, 밥 먹을 때 등 아이 키우는 집에서 자주 쓰는 영어 문장을 적어 TPO에 맞춰 침대, 식탁 등에 붙여놨다. 퇴근해서 이를 본 남편은 옹알옹알하는 아기한테 무슨 짓(?)이냐며 혀를 끌끌 찼다. 

 

그간의 내 행적을 쭉 적고 보니 유별스럽다. 막상 나는 똑똑하지도, 영어를 잘하지도, 책읽기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아이를 들들 볶고 있을까.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그 마음은 없어져버린 걸까.

 

왜 전집을 사려고 신용카드를 꺼내 들 때는 그런 생각이 조금도 나지 않았을까. 아니, 전집 들여줬다고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로 자라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내 아이에게 과연 무엇이 진짜 좋은 일인지 혼란스러운, 생후 7개월 아이 엄마의 고백이다.

이아란 씨는요…

이아란 씨는요…

전 <베스트베이비> 기자로 7개월 된 딸 예서를 둔 초보맘. 3년간 육아지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육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오늘도 ‘초보’딱지를 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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