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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TREND REPORT

트렌드,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알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사업하는 사람들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2017년을 상징하는 트렌드 키워드는 무얼까? 매년 한 해를 시작할 때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각종 트렌 드 리포트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7>,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기자들의 현장 경험 을 더해 2017년 정유년을 관통할 육아 트렌드 키워드 12를 선정했다.

"문제가 뭔지 알아요? 진짜 철조망은 여러분 머릿속에 있다는 거예요 "

       - 영화 <치킨 런> 대사 中에서…

 

CHICKEN RUN! 

매년 한 해를 이끌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하는 서울대 트렌드분석 센터에서 꼽은 2017년 정유년의 대표 키워드는 닭의 해에 걸맞게 도 ‘치킨 런(Chicken Run)’이다. 치킨 런은 2000년 인기리에 상영된 애니메이션.

 

양계장을 운영하던 주인이 경기가 어려워져 닭을 잡아 치킨파이로 만들려 하자 닭들이 전략을 세워 닭장을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날지 못해 양계장 철조망을 넘을 수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는 내용은 저성장을 비롯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 사람들이 특유의 강인한 기질을 발휘해 어려운 파고를 뛰어넘기를 바라는 의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자녀를 키우며 가정을 이끄는 부모들 역시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비장할 것이다.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한 현실,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육아 여건 속에서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와 가족이 희망이라 여기며 오늘도 ‘열일’, ‘열육아’ 중인 대한민국 부모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쳐본다.

 

 


 

01 김영란법 한국사회를 바꾸다

지난 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공직자,정치인, 언론인을 주 타깃으로 한 이 법안은 부모들의 실생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법안이 시행되던 초기, 법률이 정한 공직자에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도 포함시켰기 때문. 

 

당시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사와 학부모를 ‘직무관 련성’이 있는 관계로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금액에 상관없이 음식 대접이나 선물을 금지하였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행사가 있을 때면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선생님 도시락 준비나 아이들 생일 음식 장만은 물론, 그야말로 작은 성의 표시로 여겨지던 음료수 접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너무 야박하다’, ‘심한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었고, 담임교사를 만날 때면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이 있었는데 이젠 아예 고민을 접을 수 있어 마음 편하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하지만 과연 어린이집 교사를 공직자로 볼 것이냐 아니냐 여부가 꾸준히 논의된 결과, 2016년 12월 22일 관계 부처의 논의 끝에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 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대표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솔직히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거나 식사 대접을 할 때 우리 애를 좀 잘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거나 밥값을 대신 내주다 보면 아무래도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선물 같은 건 주고 받지 않고, 각자의 몫을 스스로 책임지는 더치페이가 곧 ‘관계의 평등’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많다. 남자라서 여자에게 사주고, 선배라서 후배에게 사주는 게 아닌 동등한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은 북유럽 국가의 부정 부패가 낮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행 초기이다 보니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과도기를 겪는 중이지만 김영란법 시행은 ‘부모와 교사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02 격한 공감 얻어 더 슬픈 신조어 맘고리즘

 

연초 각 언론사에서는 그 해의 트렌드를 짚어낸 다양한 신년 기획을 선보인다. 그중 육아, 여성 인권을 소재로 한 경향신문의 ‘맘고리즘을 넘어서’라는 기획이 엄마들의 압도적인 공감을 얻었다. 엄마(mom)와 알고리즘(algorithm)의 합성어 ‘맘고리즘’은 육아와 돌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 방식을 일컫는다. 

 

과거와 달리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 역시 꾸준히 늘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육아만큼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 기획은 인터넷,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며 엄마들의 격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전업맘, 워킹맘 할 것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과 육아로 고민하고 갈등 중인 엄마들이 부지기수. 이들의 고민은 모성, 가족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 문제다. 엄마의, 여자의 인권을 위해, 나아가서는 가족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다. 

 

그나마 아빠의 육아를 독려하던 ‘아빠 육아’라는 용어가 이제는 조금 철 지난 키워드가 돼가고 있는건 다행인 걸까. 아빠가 육아 조력자, 단순히 ‘돕는 대상’이 아니라 엄마와 똑같은 ‘육아 당사자’임을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물론 현실의 젠더 감수성은 여전히 뒤처져 있지만. 2017년은 이런 부분이 좀 더 공론화되고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03 2017년에도 이어질 유쾌한 엄마놀이 인증​ 

 

#애스타그램 #엄마놀이 #착한엄마코스프레중 #독박육아는괴로워 #말안듣는남매돌보기 #아이와일상룩…. 엄마의 일상을 인증하는 SNS의 다양한 글을 살펴보자.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를 돌보는 중이고 집안일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임에도 ‘놀이’, ‘코스프레’ 같은 재미나고 발랄한 제목을 붙이곤 한다. 

 

팩트 자체만 놓고 보면 저녁 준비를 했고, 아이 간식을 챙겨 줬으며, 아이가 난장판으로 만든 방을 청소했다는, 그러니까 단순하고 평범한 가사노동 혹은 매일같이 지속되는 육아 현장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놀이나 코스프레, 애스타그램, ‘오늘도 열육아 중’ 같은 타이틀을 붙임으로써 좀 더 퍼니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게 된다. 

 

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놀이문화를 즐기는 젊은 부모 세대의 특성인 동시에 스스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성향,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받아온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지금 한창 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 세대는 태생 자체가 검지족인 10대, 20대 젊은 세대 못지않게 인터넷 세상에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은 부모님 세대로부터 ‘자랑스러운 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대한민국 최초의 알파걸이고 성차별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세대다. 인정 욕구도 높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망설이지 않기에 이 같은 성향이 온라인 세상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04 이젠 육아도 욜로(YOLO)다!

 

최근 영어권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쓰던 인사말 헬로(Hello) 대신 ‘욜로(YOLO)’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YOLO(You Only Live Once)는 미국의 인기 래퍼인 드레이크의 노래 ‘더 모토(The Motto)’의 가사가 재조명되며 널리 퍼지게 된 말인데 직역하면 ‘너 한 번밖에 못 살아’라는 뜻.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외치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트렌디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발행된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 창)에서는 ‘YOLO’야말로 저성장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시점에 매우 적합한 용어라며 2017년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 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다 나중을 즐기겠다’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순간순간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게 내용의 골자인데,욜로 현상은 육아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분위기다. 

 

결혼하면 으레 아이 낳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낳더라도 하나만 낳거나 아니면 굳이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 역시 자유로운 일상을 육아에 저당잡히느니 ‘바로, 지금,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YOLO는 미래에 대한 대비는 전혀 안 하고 오늘 하루치의 즐거움에만 집중하자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그날치의 행복을 채우는 것, 오늘의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걸 뜻한다. 

 

고속 성장 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가 미래를 기약하며 오늘을 희생했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행복한 오늘’이 없다면 나중에도 결코 행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행복은 유예할 수 없다는 그 단순한 진리는 육아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아이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늘치의 행복을 충만하게 누렸다면 내일도 그 다음날도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꽉 찰 것이다.

 

 투데이 족 

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을 ‘투데이(Today)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며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 막연히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는 대신, 오늘의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05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누리는 삶의 태도

재봉틀이 부활했고 자수·뜨개질을 배우는 공방이나 원데이 클래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DIY 관련 강좌가 급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 IMF 경제위기 시절 아나바다 운동이 한창 붐을 이루던 그때와는 다른 맥락이다. 

 

당시에는 절약 차원에서 직접 옷을 만들고 수선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선택한 ‘불편함을 즐기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이 시간도 걸리고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손수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그 과정을 SNS에 올리며 지인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즐겁고,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유니크한 창작물이라는 데 뿌듯함을 갖는 것.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소비 시대에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 는 건 최근 주목받는 ‘메이커 운동’과 같은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메이커 운동은 자신이 만든 것,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누구나 따라하거나 개선하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캠페인. 제작 과정이 모두에게 열려 있고 만드는 도구나 설비 비용도 최대한 줄이고자 함께 고민한다. 

 

메이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공유하는 삶, 만드는 행위에 담긴 순수한 기쁨을 추구한다. 또한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면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제대로 살아나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기에 자본주의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06 대한민국은 지금 아재 전성시대​ 

2017년도 아재 열풍은 지속될 예정이다. 결혼하고 애 아빠 되고 나면 통칭 ‘아저씨’라 불리며 트렌드와는 한참 뒤떨어진 존재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아재’ 라는 친근하고 정겨운 이미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남성들. 

 

아재 개그가 유행하고 TV에서도 매력적인 40대 아저씨들이 전성기를 이루고 있으며 <아저씨 도감>(윌북)이라는 책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아재파탈(치명적인 매력을지닌 아저씨)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매력적인 아재들은 어리다고 무조건 반말을 하거나 꼰대처럼 ‘우리 땐 말이야’ 하며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 이미지 관리도 잘한다. 배 바지를 입는 패션 테러를 결코 범하지 않으며 양말과 샌들의 조합은 있을 수 없고 롤업 패션, 투블럭 헤어도 부담 없이 소화하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마스크팩으로 피부 관리도 할 줄 안다. 

 

이런 아재가 내 남편이고 애들 아빠라면 집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고 가정 내 의사 소통 방식도 원활하지 않을까. 이렇듯 오빠라고 부르기엔 다소 중후하고, 그렇다고 꼰대질 하는 남성은 아닌 오빠와 꼰대 사이의 어디쯤 존재하는 남성으로 ‘귀엽고 편안하다’, ‘좀 썰렁해도 재밌다’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는 게 요즘 뜨는 ‘아재’들의 조건이다. 

 

이 쯤에서 궁금증이 든다. 내 남편은 그냥 아저씨일까, 매력적인 아재일까? 후자에 해당되는 조건을 갖추었다면 자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보다 잘 소통하는 멋진 아빠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재파탈 

아재(아저씨를 친근히 부르는 단어) + 옴므파탈 (Homme fatale :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 ‘아재 + 옴므파탈’의 합성어로 나이에 관계없이 자기

관리가 잘된 남자를 뜻한다. 과거 골드파파, 미중년,꽃중년과 비슷한 맥락의 용어. 무심한 듯 귀여운 매력을 뽐내고 있는 대표적인 아재 연예인으로

조진웅, 마동석, 박성웅, 유해진 등을 꼽는다.

 

07 혼밥, 혼술도 기꺼이 즐기는 나홀로 육아족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여기에 ‘혼밥’, ‘혼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혼자서도 당당하게 여가 생활을 즐기는 트렌드가 생겼다. 

 

2016년에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케이블 채널임에도 시청률 5%를 넘기며 인기리에 방영됐고, <혼밥육아>(팬덤북스), <혼밥>(조선앤북) 등 1인 메뉴 레시피 북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런데 1인 가구에만 해당될 것이라 예상했던 나홀로족 문화가 엄마들의 일상에서도 일정 부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엄마들이야말로 혼자 먹는 밥에 익숙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식구들 식사를 챙겨 주고 정작 본인은 후다닥 나 홀로 끼니를 때우는 게 엄마들이 답습 해온 일상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혼밥과 혼술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금은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식은 국에 밥 말아 먹던 ‘과거의 혼밥’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혼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게 외롭고 처량하다는 인식은 사라지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들이 많아진 것. 

 

이따금 자신만을 위한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차리고, 동네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를 즐기기도한다. 혼자 먹는 밥이라도 그럴싸하게 스타일링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 하는 게 요즘 엄마들의 일상이다. 

 

혼밥과 혼술의 열풍으로 편의점 프리미엄 도시락과 냉장 간편식 등도 덩달아 인기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물론 차림새까지 훌륭해 한 끼 혼밥 메뉴로 제격인 까닭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4캔 1만원’ 하는 수입 맥주는 싱글족을 비롯해 혼술을 즐기는 엄마들에게도 인기 아이템이며,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지 않은 과일 맛 소주도 술을 즐기지 않는 엄마들이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밤이면 아이를 재워놓고 혼술을 하거나 모처럼 여유가 생기면 ‘혼영(혼자 보는 영화)’을 하는 등 올해는 괴로운 독박육아를 넘어 나홀로 육아를 즐기는 엄마들을 더욱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 나홀로족의 유의어인 얼로너(ALONER)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히키코모리와 달리 그저 좋아서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한 이를 뜻한다. ‘나’라는 주체의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게 특징이다​. "


 

08 엄마들, 연대를 외치다

 

세월호 사건 이후 더 이상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생겨났다. 최근 몇 년 새 우리 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며 기나긴 경기 침체를 알리는 깜빡이등이 켜졌다. 

 

언제 다시 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른다는 생각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켰으며, 지진 등 자연재해에 무능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사람들은 더 큰 불안을 느낀다. 

 

더불어 영국의 EU 탈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정책 등 세계적인 분위기도 공생이 아닌 고립과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고 있다. 고립은 이기주의에 불을 지폈으며 그 여파로 지난 한 해 동안 ‘여혐’, ‘남혐’, ‘극혐’ 등 상대를 미워하고 멸시하는 뜻을 지닌 ‘혐오’에 관한 신조어가 마구 생겨났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가족 안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많은 엄마들이 ‘나홀로 육아’ 중이다. ‘육아빠(육아하는 아빠)’와 ‘살림남’이 대세라는데 정작 우리 집 남편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엄마들의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렇게 공동체가 빠른 속도로 와해되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대를 향한 많은이들의 바람은 지난해 말부터 모인 촛불집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은 삶, 함께하는 삶을 위해 사람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그중에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다섯 살 꼬마의 입에서 ‘하야’, ‘탄핵’ 등의 단어가 나오는 광경이 이제는 결코 낯설지 않다. 

 

한편 독박육아로 외로운 엄마들은 동지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각 지역별로 공동육아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터넷 지역 카페와 SNS를 기반으로 한 엄마들 사이의 소통도 활발하다. 이런 영향 탓일까? 지난 한 해 서점가에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육아 에세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출간됐다. 

 

비록 수는 적지만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도 매해 늘고 있으며, 육아일기로 파워블로거가 된 아빠도 여럿 있다. 육아와 살림을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독박육아에서 공평육아로 나아갈 실마리도 조금씩 보인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시대라고 하지만 수백만 개의 촛불이 모여 뜻을 이뤘듯 서로 힘을 합치면 해내지 못할 것도 없다. 2017년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우리’가 주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진정한 트렌드는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공생’이 되길 바라본다.

 

각자도생 (no one backs you up,各自圖生) 

 사람은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협력보다는 이기주의, 경쟁 등을 부추긴다. ‘남보다 내가 먼저’라는 의식.

 극혐(極嫌

뭔가가 매우 싫을 때 쓰는 표현으로 ‘혐오하다’라는 말에 접두사 ‘극’을 붙여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

 

 


 

09 부모 품으로 되돌아가는 뉴캥거루족

캥거루족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업 등 문제로 부모 곁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을 일컫는다면, 뉴캥거루족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도 자발적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은 돌아가다(return)와 캥거루족의 합성어로 ‘리터루족’으로도 불린다. 리터루족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미친 전셋값’이라고 불릴만큼 천정부지 뛰어오르는 집값에 대한 부담감이 첫 번째 원인. 

 

집값을 마련하는 대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경제적 자립력을 키우기 위해 부모 밑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육아 문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맞벌이 부부는 늘고 있는데 야근이 잦은 우리나라 기업 문화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부의 육아 정책으로 인해 젊은 부부에게 육아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부모를 찾게 되는 것.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구 조사 실태에 따르면 자녀를 낳은 뒤 다시 본가로 들어가 노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자녀 세대와 부모 세대가 함께 살 집을 찾는 수요와 맞물려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량도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량은 9만5972건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모와 같이 사는 성인 자녀의 주택 상속 공제율을 2배로 늘리기로 해 중대형 아파트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핵 가족에서 3대가 함께 사는 집이 늘었다. 자발적 동거라기보다 대부분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합가라는 점이 씁쓸하다.

 

 


 

10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대가 왔다

2016년은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즈 관련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

 

불과 1~2년 전만 해도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폴리> 등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 즐겨 찾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제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 대신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소통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독립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0~3세 아이들에게 뽀통령이 있다면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도티&잠뜰TV’, ‘마이린TV’, ‘라임튜브’ 등이 있다. 

 

특히 유아들에게 절대 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진행자 캐리 언니가 시중에 판매하는 장난감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소개하거나 재미난 놀잇법을 알려주고,‘도티&잠뜰TV’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덧입혀 중계하며 재미를 더한다. 

 

아예 어린이가 직접 출연해 진행까지 도맡는 ‘키즈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마이린TV’는 여러 가지 놀이와 게임을 소개하거나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라임튜브’는 장난감 놀이, 그림 그리기 등 유아의 창의성을 돕거나 숫자와 알파벳을 배우는 동영상을 올려 또래 사이에서 최고 인기 스타로 통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단순히 장난감을 갖고 놀며 놀잇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적 효과까지 전한다는 것. 아이들이 콘텐츠를 보면서 자연스레 한글이나 영어 등 언어를 배우고 창의적으로 생각 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올해는 이와 같이 다양한 키즈 채널이 새로운 영유아 놀이문화의 한 영역으로 정착 할 듯하다.

 

 > 콘텐츠 크리에이터 

자신이 정한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동영상을 촬영 및 제작해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타인에게 공유하는 창작자. 그중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어린이가 직접 창작자인 경우를 키즈 크리에이터라고 칭한다. 키즈 크리에이터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11 캄테크 육아에 스며들다

 

최근 IT업계에서는 캄테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캄테크는 조용하다는 의미의 캄(calm)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 센서나 loT, GPS 등 첨단 기술 등이 해당하는데, 이와 같은 캄테크 열풍은 육아 형태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기저귀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센서 ‘케어벨’이 대표적. 

 

탈착되는 동전 모양 센서를 기저귀에 붙이기만 하면 기저귀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 아이가 용변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아이의 기저귀 상태를 자주 확인하지 않아도 되어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고 대소변 횟수나 시간, 수유 횟수 등을 앱에 저장할 수 있어 아이의 건강이 한눈에 보인다. 

 

이밖에 추운 겨울 밖에서 시린 손을 불어가며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는 엄마를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통학 버스 알람 서비스’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통학 버스의 위치를 알려줘 버스가 집 근처에 다다를 때쯤 아이를 데리러 나갈 수 있도록 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걸어서 통학하는 아이의 위치 파악도 가능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염려도 덜어준다. 

 

그밖에 맞벌이 부부를 위해 아이가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홈캠 서비스’나 자동으로 움직이며 백색소음을 내 아이의 숙면을 돕는 ‘스마트 바운서’ 역시 육아를 더욱 편하게 돕는 캄테크 아이템이다.

 

 

12 B+ 프리미엄 가성비에 프리미엄을 더하다

 

2016년의 소비 키워드는 가성비.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올해는 가성비라는 키워드에 프리미엄이라는 가치가 더해질 전망이다. 

 

000원을 훌쩍 넘는 김밥이 유행하고 편의점 도시락 역시 가격은 좀 더 오르되 양은 물론 질도 좋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값은 좀 더 나가지만 그만한 값어치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반면 명품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졌다. 소비자의 정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정확해진 까닭이다.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라는 허울에 현혹 되지 않는다. 

 

백화점 대신 복합 쇼핑몰이나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처럼 과시하기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쓰이는 대중 제품에 가치를 더한 ‘B+프리미엄’이 2017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육아용품 시장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존에는 아이에게 만큼은 좋은 것을 사주겠다는 부모들의 마음이 시장의 프리미엄화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브랜드를 살펴보되 제품의 소재와 성분, 디자인, 가격 등 모든 면을 꼼꼼히 따져보는 추세다. 

 

값비싼 ‘유기농’, ‘천연’ 소재의 제품을 사더라도 품질 좋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어야 그만한 값을 지불하려는 분위기. 깐깐한 엄마 들의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의 ‘고퀄리티’ 육아용품을 올해도 많이 만나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가성비 (cost-effectiveness, 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 대표적인 가성비 ‘갑(甲)’ 제품은 이마트의 ‘노브랜드’로 대표되는 대형마트 PB상품, 2000원짜리 빅 사이즈 아메리카노,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중국 스마트기기 브랜드 샤오미 등을 꼽을 수 있다.

 

트렌드,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알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사업하는 사람들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2017년을 상징하는 트렌드 키워드는 무얼까? 매년 한 해를 시작할 때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각종 트렌 드 리포트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7>,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기자들의 현장 경험 을 더해 2017년 정유년을 관통할 육아 트렌드 키워드 12를 선정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강지수·전미희 기자
사진
이성우(인물), 김진섭(제품)
모델
유예인(7세)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H&M(1577-6347), 오즈키즈(02-517-7786)
참고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