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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F STORY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의 힘’

세상 많은 이야기에는 수많은 상징과 비유가 마법처럼 숨어서 우리에게 손짓 한다. 우리는 그 숨겨진 매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 속으로 스르르 빨려든다. 재미난 그림책을 보여줄 때,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토록 장난꾸러기인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 건,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힘 덕분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하자.

 

 

인간과 이야기는 함께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 자체가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로 끝나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

는 ‘21세기 세상’ 역시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게다가 점점 복잡하게 분화되는 시대인 만큼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영상, 게임, 웹툰, 책, 심지어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 많고 많은 것들 중 아이에게 가장 어울리고 적절하며, 큰 사랑을 받는 방식은 누가 뭐라 해도 ‘이야기’다. 엄마·아빠, 할머니의 품에서 따스한 음성으로 듣던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오랜 역사를 관통해 온 방식, 과거에도 지금도 전 세계 아이들이 동일하게 경험해온 것,

 

때로는 엄마의 무릎에 앉아 때로는 베갯머리에 누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몸 곳곳에 배어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고전적인 어쩌면 올드한 방식임에도 일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면 여지없이 곁으로 모여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눈을 초롱 초롱 빛내며 몰입하는 것. 바로 이야기가 지닌 힘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이야기는 오랜 시간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다듬어진 상징과 은유의 문학이다. 그리고 의사 표현 능력이 아직 서툰 어린아이들에겐 상징과 은유가 직접적인 설명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말로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책으로 보여주면 보다 쉽게 이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막 세상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세상의 이치와 관습,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를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등장인 물들이 펼쳐나가는 스토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아이는 자기가 살아갈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굳이 많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아이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관과 세상의 관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2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서너 살 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가끔 ‘이 작은 머리로 내용을 알아듣긴 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아이는 보란 듯이 책 속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종알거린다. 마치 ‘나도 다 알고 있어요’라고 항변하듯 말이다.

 

발달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어 달라 조르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달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본능

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어주면 이내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든다.

 

특히 만 세 돌 무렵은 듣고 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일취월장 발달하는 시기다. 기억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부위의 발달이 두드러지는데 아이는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체계화하고 정리해 두뇌에 차곡차곡 저장해 나간다. 

 

이때 엄마가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는 ‘기억 메커니즘’에 적절한 자극을 준다. 이야기를 들으며 등장인물과 사건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순서에 맞게 배열하고 정리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아이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뇌에 기록하는 것과 비슷한 기억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방적으로 영상과 음성을 송출해내는 영상미디어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TV나 스마트 기기의 영상물을 볼 때는 굳이 집중하지 않고 흘러가는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보기만 해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그림책을 볼 때면 귀와 눈을 긴장시킨 채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부단히 애써야 한다. 때로는 등장 인물의 입장이 되어야 내용을 온전히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이야기의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타인에게 공감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한발자국 더 다가서게 된다.​

 


 

풍성한 이야기의 세계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는 마음속에 온갖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영상 매체는 정해진 화면이기에 여간해선 생각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을 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하나’지만 거기에 상상력과 생각의 살을 붙여 재창조하는 건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이는 비단 ‘듣는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그림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면 아이의 눈은 정지된그림에 머물고, 귀는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소리에 집중한다. 이야기에 몰입할수록 책 속 장면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곁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고 그림책 속 꽃밭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오며, 숲 속 토끼의 보드라운 촉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정지된 장

면임에도 아이의 머릿속에선 책 속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세상의 철학과 가치관은 아이의 삶에 뿌리가 되어준다.​

 

부모와의 관계를 친밀하게 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내 아이는 부모와 마음을 교류한다. 엄마의 따뜻한 숨결, 내밀한 목소리,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기억은 아이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림책에 얽힌 일들을 회상할 때마다 책을 읽어 주던 어머니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림책의 그림과 언어와 더불어 지금도 나에게 이야기하며 살아 계신 듯한 생각이 듭니다...(중략)... 어머니가 반은 졸면서 읽어 준 유아기 시절의 그림책 체험은 마음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언어와 그림책이 가진 신비한 힘을 느낍니다. 언어가 마음에 남게 되는 데에는 한 가지 분명한 조건이 있는 듯 합니다. 그 조건이란 이런 거지요.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 이고 기쁨과 즐거움을 가지고 그 사람의 말을 들었을 때 그 언어가 마음에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와 함께 그것을 말해 준 사람의 존재도 마음에 남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책 읽는 시간은, 어머니를 독점할 수 있는 시​간이자 마음을 열고 좋아하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었습니다. 눈 앞에 어머니의 얼굴이 나를 향해 있고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4~5세의 유아에게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일본의 그림책 편집자인 마쓰이 다다시의 저서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 나오는 글귀다. 저명한 그림책 비평가의 말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든 부모와 아이에게 해당되는 사항 일 것이다​ 

 

  

이야기에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있다

주인공이라고 무조건 똑똑하고 힘이 센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임에도 약자인 경우가 더 많다. 처음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용기와 지혜로 극복해내어 마침내 원하는 걸 얻어내는 식이다. 

 

물론 모든 이야기들이 이런 패턴을 가진 것은 아니며 전래나 민담을 기반으로 한 옛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원형으로 삼고 있는 판타지 분야의 그림책이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편이다.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목표한 바를 성취해 낸 주인공의 모습에 아이는 큰 용기를 얻는다. 

 

이야기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여기기 때문에 주인공이 난관에 부딪혔을 땐 함께 안타까워하고, 위험을 극복해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한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를 느끼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 안을 풀어낸다. 

 

물론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땐 이야기가 지닌 의미를 전적으로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 기쁨, 두려움, 용기, 희망의 메시지는 조그만 씨앗이 되어 아이의 마음속에 남겨지고 긴 세월의 체험과 사색이 더해져 아이를 성장시킨다.​ 

 


 

PLUS TIP  엄마표 이야기를 들려주자

흥미진진한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고,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온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그런데 여기, 개성 넘치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는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원칙과 방법만 기억하면 누구라도 쉽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엄마·아빠가 직접 만들어낸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자.


 1  우선 주변 환경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만들어라

먼저 아이가 긴장을 풀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게 하자. 조금 전까지 방방 뛰놀았다면, 들숨과 날숨을 깊게 쉬며 심호흡을 하게 한다. 눈을 감고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것도 좋고 따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백열등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도 좋다.

 

“자~ 그럼 이야기 들을 준비가 되었니?” 하고 마법과도 같은 시작 주문을 외운다.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일종의 ‘의식’을 갖는 것이다

 

 2  구체적인 묘사로 이야기에 살을 붙이자

직접 이야기를 지어낼 땐 가급적 생생한 묘사를 곁들이자. 가령, 숲속에 사는 거인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의 이야기’로 정했다면 아직 숲도, 거인도 잘 모르는 아이를 위해 숲과 거인에 대해 최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

 

‘산 위를 한참 오르면 푸르른 나무, 알록달록 꽃들이 피어있었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들은 쉴 새 없이 노래했고 자그만 다람쥐, 꼬마곰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지. 그리고 숲 속 가장 높은 꼭대기에 가면 머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키가 큰 거인이 살았어. 거인이 얼마나 컸냐면 나무 한 그루가 고작 거인 손가락만 했지 뭐야?’ 

 

이렇게 이야기에 살을 붙이면, 아이는 점점 더 빠져들게 되고, 아이의 머릿속엔 엄마가 만들어낸 멋진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3  이따금 내 아이를 이야기 속에 집어넣는다

무얼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고민이라면 아이가 최근 꽂혀있거나 고민 하고 있는 것들을 주제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할지

라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어린이집 생활에 힘이 든 아이라면 그곳에서 일어날 법한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얼마 전 태어난 동생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동생’이라는 모티프를 이야기 안에 슬쩍 슬쩍 집어넣는 것이다. 아이의 상황을 비슷하게 가져오겠다고 이야기 속 주인공 이름을 내 아이 이름으로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이와 비슷한 나이, 같은 성별, 비슷한 경험을 지닌 가상의 또래로 설정하는 편이 한 발자국 떨어져 이야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관망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고민거리가 엄마표 이야기를 통해 들려올 때, 아이는 공감 받는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주인공 아이와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애쓸 것이고 종국에는 나름의 솔루션은 물론 마음의 위로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4   때로는 옛이야기, 그림책 등에서 스토리를 빌려보자 

가장 훌륭한 이야기 소재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아이가 원하는 것, 관심 갖는 것, 고민하는 것을 이야기 속에 녹여보자. 때로

는 아이가 자주 하는 말에서 소재를 찾아도 된다.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게 어렵다면, 유명한 옛이야기나 그림책의 구성을 빌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야기 짓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자.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지 않아도 괜찮다. 곁에서 엄마가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즐겁고 행복하다. 이야기를 하는 엄마 역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


 

 

 

세상 많은 이야기에는 수많은 상징과 비유가 마법처럼 숨어서 우리에게 손짓 한다. 우리는 그 숨겨진 매력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 속으로 스르르 빨려든다. 재미난 그림책을 보여줄 때,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토록 장난꾸러기인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 건,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힘 덕분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선물하자.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주현
모델
이현우(5세), 이윤하(6세)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참고도서
<하루 15분,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김영훈 저, 라이온북스)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봉쁘앙(02-3442-3012), 오즈키즈(02-517-7786), 컬리수(02-517-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