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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⑫

예방접종, 고민과 불안 사이에 놓인 부모들을 위한 조언

아이가 태어난 후 맞혀야 할 예방접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월령별로 빼곡히 적힌 접종 스케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 많은 주사를 전부 맞혀야만 하는지, 아이를 힘들게 하진 않을지, 부작용으로 고생하진 않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예방접종의 ‘불편한 진실’이라도 접하게 되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예방접종은 왜 필요한 걸까.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걸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의 조언을 들어보자.

PROLOGUE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예방접종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아직까지는 백신을 잘 만들더라도 실제로 그 질병에 걸리는 것만큼 확실한 면역 효과를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거나 ‘직접 질병에 걸리는 게 더 이롭다’고 비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주장은 이제 나름의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방접종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강철같은 면역 효과 단 하나가 아닙니다. 다른 약물이나 건강에 대한 권장 사항들이 그러하듯 우리는 예방접종을 통해 조금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고자 할뿐이지요. 이 지점부터 시작해 예방접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엇을 위해 ‘예방접종’을 하나요? 
예방접종을 위한 백신은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고자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감염성 질환을 대비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고요. 대표적으로 ‘감기’만 하더라도 원인 바이러스가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고 수일 안에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백신 개발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일이지요. 

 

이거야말로 예방접종을 하느니 그냥 걸리는 게 낫습니다. 이와는 달리 필요성에 의해 이미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인 백신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그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때, 백신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소아마비(폴리오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사망률이 5~7%에 달했고 장애가 남는 비율도 매우 높은 질환이었습니다. 

 

또 ‘살면서 한번은 으레 치러야 하는 병’으로 불리는 홍역은 감염자 1000명 중 1명은 뇌염이 발생했는데, 뇌염 발생 환자의 절반은 사망하거나 살아남더라도 대부분 심각한 후유증을 보였습니다.

 

‘대부분 결국에는 걸린다고 가정할 때’ 아이들 1000명 중 1명이면 한 동네에 한 명 혹은 두 명꼴입니다. 뇌수막염 백신으로 널리 알려진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균(Haemophillus Influenza b)이나 폐구균은 2세 이전 소아에서 심각한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의 주요 원인균이었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아기 때 열병을 앓고 난 다음 청력 장애가 남은 사람들 대부분이 이 균에 의한 감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아야 일어나는 일인데,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해당 질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 후에는 모두 옛날이야기가 되었지요.

 

둘째, 전염력이 강한 질병에 백신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감염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정도가 높은 질병에 대해 예방접종을 권합니다. 홍역이나 수두는 접종을 안 받은 아이, 걸린 적 없는 아이에게 노출된다면 거의 100% 감염됩니다. 그러니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지요.

 

반면에 소아마비는 반대입니다. 감염자의 90~95%에서 증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다거나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증상 없는 사람들이 옮기고 다닐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질환의 경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가 서로에게 옮길 확률이 줄어들고 이런 집단면역 효과 덕분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예방접종을 한 것 같은 효력을 얻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남들에게 하지 말자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집단면역’에 무임승차를 권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셋째, 일단 그 질병에 걸렸을 때 특별한 치료가 없거나, 치료법이 있더라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경우 예방접종이 꼭 필요합니다. 안전성으로 보나 경제적인 면, 효과적인 측면에서 봐도 모두 그렇습니다. 

 

수두, 홍역, 볼거리 등 대부분 바이러스 질환의 경우 특별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몇몇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도 증상을 약간 가볍게 하거나 아픈 기간을 조금 줄여주는 정도가 다입니다. 

 

결핵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에게 BCG를 접종하는 것은 결핵 감염 전체를 예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핵성 뇌염·뇌수막염이나 온몸에 결핵이 퍼지는 파종성 결핵 등 심각한 결핵 감염을 막으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결핵에 감염되면 6개월간 약을 복용하지만 심각한 결핵 감염의 경우 최소 12개월 간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게다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을 접종해도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돕니다. 그러나 걸렸을 때 ‘증상의 중증도’가 감소한다는 점은 감안하지 않은 소문입니다. 

 

요즘은 로타 바이러스 장염에 걸렸다고 마치 소변 줄기처럼 나오는 물 설사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만 하더라도 소아 병동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지요.


요약하자면 예방접종은 수많은 감염성 질병 중에서 아주 일부분, 많은 사람이 모여서 살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들만 선별적으로 개발하였거나 개발 중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직접 앓고 면역력을 갖는 게 더 낫다고요? 
예방접종을 받는 것보다 직접 병에 걸려 면역력을 갖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면역 자체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 면역 반응을 우리 몸이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빼놓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아이가 달리는 자동차에 직접 부딪히는 것과 그림이나 이야기로 큰 길에서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것 중 무엇이 더 확실하게 아이의 기억에 남을지를 따질 순 없는 노릇입니다. 

 

단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 아니니까요. 예방 접종은 직접 걸리지 않고, 견딜 수 있거나 예측 가능한 부작용을 전제로 그 질병에 대해 ‘간접 경험’을 시키는 일입니다.


물론 예방접종과 관련한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무조건 괜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백신에 함유된 수은 성분인 치메로살은 방부제로 쓰이는 수은으로 알려지면서 엄마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산물을 섭취할 때 쌓이고 장기간 노출될 때 신경계 문제를 일으키는 메틸수은이 체외로 배출되는 데 40일 이상 걸리는 반면, 에틸수은인 메로살은 4일 안팎의 반감기를 갖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기에는 매우 짧은 기간 몸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게다가 생선 섭취로 몸 안에 쌓이는 수은은 그 흡수량을 가늠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반면, 치메로살은 안전한 범위 내에서 백신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백신에 포함된 치메로살이 신경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으며, 아주 소량의 첨가만으로도 미생물에 의한 백신 오염을 예방하고 보존 기간을 늘려 더 낮은 가격에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가난한 저개발국가의 아이들도 백신의 혜택을 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항을 감안하더라도 수은에 대한 불안감이 예방접종의 방해 요인일 수 있어 현재로서는 치메로살을 더 줄이거나 아예 제거한 백신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불안감은 전문가에게 물어봅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입장에서 한참 물러서고 양보하더라도 예방접종은 ‘최소한의 차악(次惡)’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지금의 결론을 의심하고 다시 살피는 것은 과학의 습성입니다. 

 

그렇기에 예방접종이 언젠가는 전 인류적인 헛된 짓으로 기록에 남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지금 할 일을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100% 확실한 것, 100% 안전한 것만 바탕에 두고 행동으로 옮기기에 우리의 수명은 너무 짧고, 너무 많은 개체수를 이룬 채, 너무 가까이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무조건 이롭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권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나 통계적으로 그리고 매일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상으로 판단할 때에도 그냥 해당 질병에 걸리는 것보다 접종을 받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이롭고,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소아과학 교과서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당면하는 문제는 ‘선과 악’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두 가지 선’ 또는 ‘두 가지 악’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하는 상황인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확실하게 이로운 것과 절대적으로 해로운 것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이롭고 덜 해로운 것을 찾아주려고 고민할 뿐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예방접종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는 전문 영역의 밝은 면 외에도 어두운 면을 모두 살피고 경험하고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접종을 하지 말아야하는 예외 상황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인터넷이나 친구가 아니라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정재호

정재호

▶ PROFILE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맞혀야 할 예방접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월령별로 빼곡히 적힌 접종 스케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 많은 주사를 전부 맞혀야만 하는지, 아이를 힘들게 하진 않을지, 부작용으로 고생하진 않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예방접종의 ‘불편한 진실’이라도 접하게 되면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예방접종은 왜 필요한 걸까.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걸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의 조언을 들어보자.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