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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포인트

왜 어째서 하필이면


 

그들은 왜, 어째서, 하필이면 옥시 가습기살균제를 썼을까. 물론 더 청결하고 더 건강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더 행복하기 위해서 자기 손으로 그것을 구매해 직접 가습기에 넣었을 것이다. 그저 청결한 일상을 위한 생활용품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유독물질일 것이라 상상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가습기에서 뿜어내는 수증기에 섞여 내 아이의 호흡기로 들어갈 것이란 추측은 불가능하다. 이토록 불가해한 일이 이미 우리 곁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금껏 살아 있음은 가습기살균제를 쓰지 않았다는 단순한 운 덕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이렇게 살아남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단순히 운이 좋아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한순간에 또 다른 운의 작용에 의해서 우리도 그들처럼 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겨우 운에 의지해 삶을 유지해야 하는 사회, 우리는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걸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증후군이 알려진 것은 2011년이다. 옥시는 사망자가 다수 나타난 후에도 문제의 제품을 계속해서 팔 수 있었다. 당국은 살균제와 사망 사건의 인과관계가 의심된다면서도 확실한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품을 수거하지 않았다.

 

옥시는 인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왜곡했고 피해자의 파괴된 삶에는 눈을 감았다. 누구도 눈을 뜨지 않았다. 피해자의 절규는 수년간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대형 로펌과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 다국적기업의 경영자, 관리를 책임져야 할 정부 모두가 살인에 공모한 셈이다. 

 

해당 제품의 판매 허가를 내준 정부는 우리나라밖에 없고 당연히 옥시의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 또한 한국인이 전부다. 그들은 그저 가습기를 틀고 숨을 쉬었다는 죄로 죽었다. 

 

그들은 죽을 이유가 전혀 없었으나 죽었고 그 죽음의 배상과 위로는커녕 진상을 밝히는 데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헬조선이 더 이상 은유적 표현이 아닌 이유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제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 피해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묵살되었다. 

 

고통 속에 임신부와 어린아이가 죽어갈 때 옥시의 제품은 마트와 슈퍼에서 여전히 팔려나갔다. 진상의 일부가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도 옥시는 황사와 미세먼지, 사용자의 부주의 등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느라 바빴다.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에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회사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은 재빨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이제껏 기업의 비윤리적 범죄에는 늘 처분이 관대했고 시간이 지나면 망각되기 일쑤였다. 

 

소비자의 불매 운동은 크나큰 타격이 되지 못한 적이 많았고 세상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시 굴러갔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정상인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239명으로 집계된다. 그 239명과 가족들은 왜, 어째서, 하필이면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이 원망이 죽은 자에 한하진 않을 터이다. 도처에 죽음과 망각이 만연해 있고 그것으로 인한 원망은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왜 이런 국가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원망은 이제는 더 이상 불평불만이나 징징거림이 아니다. 원망의 뿌리를 끊어내야 한다. 

 

죽음의 이유를 정확히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여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사람은 죽으면 안 된다. 나쁜 기업은 망해도 좋다. 이것이 정상이다.

서효인 작가는요…

서효인 작가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를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사진
이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