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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육아

워킹맘의 첫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예비 노산맘이었던 나는 임신 6~7개월에 앞으로 필요한 육아용품 목록을 작성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시급했던 건 어린이집 사전 등록이었다(다행히도 요즘은 사전 등록이 제한된다고 들었다).

 

딸이 뱃속에 있었던 그때 서울시보육포털에 접속해 집, 회사, 친정, 시댁 근처의 모든 국공립 어린이집과 웬만한 민간어린이집, 그리고 정말로 동선이 훌륭한 가정 어린이집까지 10군데가 넘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정도면 정보력에서 뒤처지지 않는 엄마인 듯싶어 스스로 대견했다.

 

그런데 좀 더 알아보니 맞벌이에 영유아 2자녀 이상 정도가 기본 스펙이고, 여기에 국가유공자, 다문화가정 같은 가산점이 붙어야 국공립어린이집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란다. 

 

조상님들도 평범한 소시민이셨고 핏줄도 한민족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던 데다 외동 확정이라 국공립은커녕 서울형 어린이집, 평가인증 받은 민간 어린이집도 감히 넘볼 수 없었다. 

 

당연히 아이가 태어나 두 돌이 되도록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아이의 두 번째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친정 근처의 가정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친정집 50m 이내에 위치한 어린이집이라 열악해 보이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기를 걸어두었는데 거기서 전화가 온 것이다. 

 

객관적인 선호도로 따진다면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같은 계보와 비교해볼 때 아예 낄 수 없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단 ‘합격’했다는 기쁨이 어찌나 컸던지 전화기에 대고 90도 감사 인사는 물론 호탕하게 사무실에 피자 두 판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삶은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라고 했던가. 좁고 낡은 빌라 1층에 있어서 유독 대기가 짧았던 이가정어린이집은 우리 아이가 입소하기 1년 전 새로운 원장님에게 인수되어 길 건너 멀쩡한 단독주택 건물로 이전을 했다. 

 

게다가 마당도 있어서 여름에는 물놀이도 하고 봄에는 꽃도 심고 가을에는 바자회나 캠핑도 한다고 했다.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게는 국공립이라는 신뢰도나 그 어떤 교육 프로그램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전통적인 2층 양옥집인 어린이집 건물은 1970년대 중반 태생인 나에게 은근히 향수를 자극하는 면도 있었다. 어릴 적 지냈던 할머니 댁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2층으로 굽이굽이 올라가는 계단은 고풍스러웠고, 방과 방이 연결되는 뒷문 역시 집 전체를 미로처럼 만드는 흥미로운 장치였다. 

 

방 안쪽으로 비밀스러운 공간도 있었다. 남쪽으로 난 창으로는 마당을 통과한 햇빛이 집 안 깊숙이 스며들고, 아이들은 비가 오면 비 오는 소리를 듣고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풍경을 보면서 지냈다.


물론 예민하고 까칠한 딸내미가 생애 첫 기관에 적응하기까지 석 달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나는 대성통곡하는 딸내미를 한 발 한 발 떼어내 어린이집에 던지고 나와 삐거덕대는 철제 대문 앞에서 한참을 울며 서성대기도 하고, 돌 갓 넘은 아이들에게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을 쿨하게 먹이는 원장님 모습에 조마조마해하기도 하고, 어린이집 안에서는 꼭 양말을 벗도록 하는 어린이집 보육 원칙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 아이는 이곳에서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밥 먹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의 기질과 성향에 대해서 의식하고, 갈등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는 곧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오는 3월엔 집에서 30m 거리에 있는 유치원에들어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한 가지 부분만 보지 않고 폭 넓은 시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민한 딸이지만 어린이집에서도 그랬듯 유치원 생활도 잘 해내리라 기대해본다.

김희진 씨는요…

김희진 씨는요…

5세 딸 여울이의 엄마이자 인문학 도서를 출간하는 출판사 반비의 편집장. 

아이를 기르면서 어떤 글을 썼을 때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또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의 위대한 가치를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이원지 기자
김희진
사진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