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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⑤

소아청소년과 사용 설명서

On May 26, 2016 0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아야 효과적인 진료를 볼 수 있을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모들에게 듣고 싶어 하는 팩트는 무엇일까? 의사마다 설명이나 처방이 조금씩 다른 이유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알려준 진료실 이용 매뉴얼.


 

의사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요?
의사는 환자가 지금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증상은 어떠하고 증상의 정도는 얼마나 심한지,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난다면 언제부터 나기 시작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콧물도 조금 나고, 기침도 좀 해요. 배도 아픈 것 같아요” 식으로 오래된 문제부터 최근의 문제까지 한 번의 진료로 모두 해결하려는 경우는 난감합니다. 대신 아이가 지금 제일 힘들어하는 게 무엇이고 엄마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범위를 좁힌다면 서로 만족할 만한 진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간혹 있는데 의사 입장에서는 녹록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로 왔어요” 또는 “편도가 부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대하기 어려운’ 환자가 왔다고 느낍니다. 

 

지난달 감기 편에서 설명했듯이 감기인지 아닌지 여부는 ‘감기’가 나은 후에야 비로소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감기 때문에 왔어요”보다는 “콧물이 나고 목이 불편해요”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라면 특히 듣고 싶은 것은 발열 여부입니다. 체온이 높다는 것은 질병이 활동성을 띠고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전해준 정보에 따라 열이 없는 것으로 알고 진료를 마쳤는데 “그런데 아침에 열도 났거든요. 해열제도 좀 주세요”라고 하면 이제까지 한 진료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또 의사는 아이가 얼마나 못 먹고 못 자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의 증상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왔겠지요. 하지만 의사가 그중에서 ‘진짜’ 심한 증상을 구별하지 못하면 필요 없는 약을 처방하거나 검사를 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다면 어떤 증상이 되었건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의사는 아이에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열이 하루 이틀 난 경우와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원인도 다르고 대처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콧물과 기침이 2~3주 된 아이를 대할 때와 2~3일 된 아이를 볼 때 전혀 다른 기준에서 생각합니다. 

 

이렇듯 보다 구체적인 증상을 알게 될 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진료 시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반드시 말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간단하게라도 미리 메모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발열 온도를 기록해 두거나, 어린이집을 보내도 되는지 여부, 병원에 다녀온 후 아이를 어떻게 보살피는 게 좋을지 등등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잘 메모해 두었다가 원하는 정보를 꼭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 TIP 진료 시 부모가 전문의와 공유해야 할 것은?
    □ 무엇을? 오늘 해결하고 싶은 증상, 가장 걱정되는 구체적인 증상이 무언지.
    □ 언제? 해당 증상을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는지.
    □ 어떻게?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얼마나 심한지, 아이가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지.
    □ 발열 여부 발열시작 시점, 체온 정도.


왜 의사마다 설명이나 처방이 다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가장 많이 접하는 ‘감기’에 대해서는 설명이나 치료 방침이 의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백혈병이나 뇌수막염, 장중첩증, 요로감염 등 비교적 중한 질병은 일정한 치료 지침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에 그냥 앓고 지내는 것부터 입원해서 수액 달고 돌보는 것까지 나라나 민족, 각 가정, 개인마다 다양한 대응책이 있습니다.

‘콧물’ 하나만 봐도 이렇습니다. 의사 A는 일단 콧물 이야기만 나와도 콧물 약을 두 개 세 개씩 처방합니다. 반면에 의사 B는 큰 불편함이 없으면 약 없이 지켜보자고 합니다. 누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 선생은 의사라면 아이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줘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도 ‘무언가 해주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B 선생은 모든 약은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있는 만큼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쓰지 않고 콧물 정도는 스스로 견디게 하는 게 아이에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B 선생은 감기가 약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며 A 선생을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B 선생은 A 선생으로부터 주관적인 불편함이나 부모의 불안감을 무시하는 의사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의사에게 진료받았는데 설명 들은 내용이 조금 다르다면 ‘적어도 우리 아이가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보다’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큰 병이라면 설명과 치료가 비슷하게 마련이니까요. 그중 누구에게 다시 진료를 받으면 좋을지는 다음을 읽어보세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의사가 따로 있나요?
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의학 연구가 아닌 진료 행위로 살펴보자면 ‘의사소통’이 의학적인 판단보다 중요합니다. 부러진 곳을 붙여주고 터진 곳을 꿰매주는 외과 계열 의사라면 다소 불친절하거나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그것으로 그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처럼 내과 계열 의사는 ‘설명하는 게’ 일입니다.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의사소통 자체가 업무의 거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결론부터 말하거나 단호하고 명쾌한 설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불편해 하거나 무책임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적으로 신뢰하고 무조건 따르는 환자라고 모든 의사가 반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 방식이 비슷하고 서로 대화하기 편한 의사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짧은 시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특정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혹은 나에게 잘 맞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면 그 선생님과 다른 의사의 처방 내역을 비교해보세요. 아마 처방 자체에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진료가 만족스러웠던 이유는 오히려 처방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와 설명하는 방식 때문이었을 겁니다.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고 싶다면?
위 내용을 숙지하고 이전에 진찰을 받아본 사람들의 평을 참고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직접 진료를 받아봐야 나에게 맞는 의사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첫인상으로 단정 짓지 말고 아이가 아플 때 두세 번은 연속으로 진료받기를 권합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나 휴일처럼 대기 환자가 많은 시간에는 의사들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평일 점심시간 앞뒤처럼 조금이라도 여유로울 때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병원도 괜찮고요. 

 

물론 환자를 많이 보는 의사는 변화하는 질병의 유행을 빨리 파악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차분하게 진료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웃고 다정하게 말하더라도 조급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으니까요.

내게 맞는 의사로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단 믿고 맡겨보는 겁니다. 자기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를 성의 없이 대하는 의사는 드뭅니다. 직접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도움이 될 만한 방책을 내놓을 겁니다. 

 

연애하는 일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의사와 병원을 찾는 일도 ‘기본’은 마찬가지입니다. 모두에게 훌륭한 의사도 없지만 모두에게 맞지 않는 의사도 없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고르고 몇 번 찾아가 보고 의사에게서 큰 단점을 찾을 수 없다면 믿고 맡겨보세요.사람은 신뢰받는 느낌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게 마련이니까요. 의사도 전문가이기 전에 사람이니 말입니다. 


PROLOGUE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몸 어딘가가 불편할 때 증상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내가 아닌 아이 몸에 이상이 있다고 여겨질 때 아이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더욱 어렵지요. 

 

말 못하는 아이를 대신해 핵심을 잘 전달해야 보다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설명을 하다 보면 횡설수설하기 십상이고, 또 이런저런 증상을 빼놓지 않고 말하자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고요. 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복잡해 보이고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정리해 요점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의사의 일이니까요. 

 

다만 의사가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안다면 진료실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게 도움이 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아이가 아플 때 어떤 증상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지 가이드라인도 생기겠지요.

진료받을 때 어떻게 증상을 설명하면 좋을지와 더불어 부모님들이 자주 궁금해 하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두 명 이상의 의사에게 진찰받았을 때 진단이나 설명이 다르거나 진단은 같은데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의사들끼리는 ‘아마도 이래서 이런 진단과 처방을 내렸을 것이다’라고 으레 짐작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병원에 가기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는 질병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간혹 의사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 보다 효과적인 진료를 위한 대화 매뉴얼,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방법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정재호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하고 가까운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육아 전반에 걸쳐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아야 효과적인 진료를 볼 수 있을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모들에게 듣고 싶어 하는 팩트는 무엇일까? 의사마다 설명이나 처방이 조금씩 다른 이유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알려준 진료실 이용 매뉴얼.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김기원(집에서만든사진관)
사진
성나영

2016년 05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김기원(집에서만든사진관)
사진
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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