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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포인트

SNS의 ABC

  

 

우리 사회에서 육아와 SNS는 여행길을 함께하는 동반자처럼 보인다. 공개된 계정에 아이 사진을 올리면 산후조리원 동기부터 직장 동료, 지금은 왕래가 뜸한 학교 동창, 심지어 시댁 식구들까지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클릭한다.

 

SNS는 스마트폰이라는 양탄자에 앉아 삶의 구석구석을 날쌔게 돌아다닌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카펫의 무늬는 달라도 쓸모는 다르지 않다. 

 

그것은 아이의 사진과 일상의 전시를 통해 육아의 고난과 갈등을 잠시 뒤로 숨기려는 표정 관리이거나 함몰된 관계를 온라인에서나마 유지해보려는 안부 인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그중 많은 시간을 사회적 관계망이라고 불리는 SNS의 그물망 안에서 보낸다.

전업주부 A는 남편과 본인이 함께 알고 있는 지인과 페이스북 친구였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지만 사는 곳이 멀어 실제 왕래는 없었던 편. 그런데 그 지인이 페이스북에 자꾸만 가족과 오붓하게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었다. 제주, 통영, 부산, 심지어 일본 온천 여행까지. 

 

그 집의 아이도 두 살이고 우리 집 아이도 두 살인데 A는 여행은커녕 아파트 단지의 카페에도 나가기 힘든 형편이었다. 지인의 여행이 반복될수록 A의 섭섭함도 가중되어 갔다. A는 결국 지인과 친구 관계(물론 온라인상에서의)를 끊어버렸다.

워킹맘 B는 카카오스토리에 가끔 아이 사진을 올린다.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남겼다. 동네 놀이터에서 활짝 웃으며 뛰노는 아이 사진도 올렸지만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주사를 맞고 있는 아이의 모습도 기록할 겸 남겨두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댓글을 남겼고 B는 SNS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픈 아이를 걱정하는 글이었지만 어쩐지 부담이 생겨 그 이후로는 무슨 글이든 솔직하게 남길 수가 없었다.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두 딸아이의 아빠 C는 인스타그램에 가끔 아이의 사진을 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도 쉽지 않아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 사진이 범죄 수단으로 쓰인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 신체가 노출된 사진은 더욱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 C는 그간 올렸던 사진 중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없나 훑어보았다. 

 

계정을 지워버릴까 고민하다 비공개로 돌리고 말았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랑하고 싶어 올린 사진이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어 돌아다닐지 모른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도 쉽게 일어나는 게 요즘 세상이기 때문이다.

A와 B와 C는 어쩌면 모두 SNS에서 친구이거나 친구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온라인에서 사회적 관계망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범위와 질을 꽤나 바꿔놓았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아이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친구 수락’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내가 올린 아이 사진을 본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선택에 의해 공개될 수 있으며, 한 번 공개된 삶은 비공개로의 회귀가 불가능하다. 데이터는 영원하다.

SNS를 모두 끊어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나 또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트위터를 새로 고침 했다. 아이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정작 초상권의 주인인 아이의 허락이 무시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아이는 맛집의 음식이나 새로 산 옷이 아니다.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 알면서도 또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한다. 방금 올린 아이 사진에 몇 개의 좋아요가 달렸는지 확인하면서 두근거리는 이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던데, 그 동물 참 철도 없다.

서효인 작가는요…

서효인 작가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를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사진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