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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 육아의 해법을 찾아서

키울 때 같이 후딱 키우는 게 낫다며 자녀의 적은 터울을 선호하는 엄마들이 꽤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년생’ 하면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녹록지 않은 연년생 육아를 잘해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하우는 물론이요, 마음가짐도 단단히 가져야 한다.

 

Solution 01 첫째를 ‘다 큰 애’로 보지 않기
“둘째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2~3주 만에 집에 왔는데, 큰애가 그새 키도 훌쩍 크고, 표정도 어딘지 모르게 전과 다르더라고요.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언니 포스가 느껴지는 것 같아 기특하고 대견했어요.” 얼마 전 둘째를 낳은 엄마의 말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며칠 뒤 영유아검사가 있어 큰애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키도 몸무게도 그대로였다는 사실. 여기서부터 첫째의 비극이 시작된다. 자기는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데, 옆에 젖먹이 아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엄마 눈에는 상대적으로 ‘큰 아이’로 비춰진다. 그리고 큰 아이로 여겨지는 순간 좀 더 의젓하기를, 언니·오빠 노릇해주기를 은연중에 바란다. 그런 반면 당장 빽빽 울어대는 젖먹이에게는 집중적인 관심을 쏟아주니 첫째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 ‘맏이’라는 타이틀이 생겼다고 갑자기 첫째가 어른스러워지는 건 아니다. 엄마의 기대감으로 맏이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parenting tip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한다

둘째가 태어날 무렵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홀로 육아가 힘든 엄마의 육아 품을 덜어주고, 큰아이에게는 놀이 친구가 생길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은 절대 급작스레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충분한 시간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동생 출생에 임박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거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상황은 피할 것. 평소 생활하던 공간과 라이프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는 변화는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최소한 둘째 출산 5~6개월 전부터 준비해 충분한 적응 기간을 갖도록 신경 쓰자. 

 

Solution 02 연년생 엄마는 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녹록지 않은 유년기를 보내야 하지만 연년생을 키우는 부모 역시 고된 육아를 겪어야 한다. 특히 엄마는 체력적 한계에 자주 부딪힌다. 여자가 출산하고 회복해 다시금 원래 몸 상태로 돌아와 임신하기까지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연년생 임신은 이 순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아이들 치다꺼리하며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우울감을 무조건 나쁘게 여겨 억압하거나 모성을 의심하지는 말자. 올망졸망한 아이들 돌보느라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 지내면 누구라도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차라리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지금 내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는 거다. 어쨌든 아이들은 하루하루 자랄 테고, 더디지만 조금씩 자기 앞가림을 해나가게 돼 있다. 육아는 자기가 원한다고 빨리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일정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터널도 결국은 끝이 있으며, 다 지나고 나면 잘 해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찾아온다. 물론 힘든 육아 속에서도 이따금 숨통을 틔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주말 오전,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단 몇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든지 마음 맞는 또래 엄마들과 소통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등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솔루션을 찾아 실천에 옮겨보자.


Solution 03 연년생 육아에는 ‘마음 내려놓기’ 신공도 필수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늘 동시에 요구한다. 한 아이는 이거 해내라, 또 한 아이는 저거 해 달라며 꼭 동시에 징징댄다. 몸은 하나인데 두 아이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게 연년생 엄마들의 가장 흔한 하소연이다. 이럴 때는 ‘마음을 내려놓는 육아’가 필요하다. 어차피 아이들 요구를 그때그때 다 들어줄 수도 없는데다 엄마 혼자 애태운다고 뜻대로 되는 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 부탁을 일일이 들어주려 애쓰기보다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속상해할 때 “그랬구나, 그래서 힘들었구나” 하면서 아이 말을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 주도록 하자.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라면 “네 마음 알아. 그런데 지금은 엄마도 너무 힘들어”라고 엄마의 힘든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해보자. 선배맘들의 주옥같은 간증에 따르면 신기하게도 아이 말에 귀 기울여주고 엄마의 상황을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풀린다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이걸 꼭 해내야 한다’, ‘아이 모두에게 다 잘해줘야 한다’는 욕심과 집착을 버리는 순간, 오히려 엄마도 아이도 자유롭고 행복해진다.

 

Solution 04 합리적이면서도 온당한 ‘공평 육아’ 실천하기
아이들은 누구나 서로 자신이 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 엄마 딴에는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는다. 첫째는 늘 “네가 형이니 양보해야지”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여기고, 동생은 “형한테 누가 그러래!”라고 혼났던 것만 말한다. 사실 엄마는 첫째 편을 들 때도 있고, 둘째 편을 들 때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만 마음에 담아두기 마련이다. 연년생 육아일수록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게 ‘공평함’이다. 일반적으로 ‘공평’이라 하면 물건도 사랑도 똑같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똑같이 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할 수 있다. <아름다운 가치사전>(한울림어린이)에서 저자 채인선 작가는 공평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똑같이 사랑해 주는 것, 강아지 밥을 줄 때 고양이 밥도 같이 주는 것이 공평이며, 놀이기구를 탈 때 줄을 서서 기다린 순서대로 타는 것이 공평이라 말한다. 책 속의 여러 가지 예시 중 ‘공평이란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 ‘책을 옮겨 놓을 때 형은 책을 다섯 권씩 나르고, 나(동생)는 세 권씩 나르는 것’이라는 글귀가 공평에 대한 정의 중 핵심이랄 수 있는데, 이는 연년생 육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공평하게 연년생 육아를 하고 싶다면 단지 맏이라는 이유로 양보와 이해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동생이란 이유로 첫째보다 적게 가질 것을 요구해도 안 된다. 물건도, 사랑도, 시간도 똑같이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상대성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젖먹이 아기에게는 꽤 긴 시간을 육아에 할애해야 한다. 반면 말이 조금씩 통하는 큰아이에게는 양적인 시간보다 함께 공감하며 놀 수 있는 ‘질적인 시간’을 내줘야 한다. 물론 적절한 가이드라인은 각 가정의 특수한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테고, 그에 걸맞은 공평 육아를 실천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Solution 05 물건의 소유주는 명확히 정해주자
연년생이다 보니 서너 살 이후부터는 키와 몸무게도 얼추 비슷해지고 심리 발달 상태도 조금씩 비등해진다. 그래서 옷도 같이 입히게 되고 육아용품도 ‘내 것, 네 것’ 없이 공동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물건만큼은 명확하게 주인을 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똑같이 나누어서 같이 쓰는 거야’라는 원칙이 오히려 싸움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 것. 옷, 학용품 등을 구입할 때는 아이 각각의 취향에 맞춰 장만하고 이름을 적어 소유주를 명확하게 한다. 어린이날이나 생일날 받은 자기만의 특별한 장난감이 있다면 아예 수납함을 따로 만들어 보관하게 하고, 서로의 것을 빌릴 때는 허락을 받는 것으로 원칙을 정해야 차후 다툼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4~5세 이후부터는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는 시기인데 어린 동생은 그런 맏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 탓에 첫째는 아끼는 장난감이 망가지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소유권을 정해주는 것이 싸움을 한결 줄이는 방법이다.

 

Solution 06 싸움 중재자 역할 현명하게 해내기
연년생 형제는 연령이 비슷해 다툼도 빈번한 편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엄마의 역할이다. 누구 하나의 편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우선 주먹이 오가는 심각한 상황이 아닌 이상 다툼에는 개입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한 마디라도 거들다 보면 상대적으로 지지를 덜 받았다고 여기는 아이한테 ‘엄마는 OO 편만 들어준다’는 원망을 듣게 된다.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금물. 싸움에는 늘 각자의 주장이 있고 자기 입장에서 그 주장은 늘 정당하기 때문이다. 단, 앞서 말했듯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는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툼 뒤에는 충분히 이야기 나누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왜 화가 났는지,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갖고, 각자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할 것.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고 연습이 되면 차츰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Solution 07 함께 할 놀이거리 만들면 육아가 한결 수월해진다
젖먹이 시절엔 쌍둥이 육아 못지않게 힘든 게 연년생 육아다. 하지만 아이들이 4~5세 정도 되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놀잇감 하나만으로도 한두 시간은 신나게 놀 수 있다. 가령 커다란 종이 박스 하나만 줘도 오리고 붙이면서 재미있게 논다. 바닥에 커다란 전지를 펼쳐주면 서로 돕고 경쟁하고 열을 올리며 그림을 그린다. 밀가루 반죽이나 클레이를 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며 역할놀이를 한다. 블록이나 퍼즐도 저희끼리 머리 맞대고 제법 긴 시간 진지하게 몰입해 놀 수 있는 아이템이다.

 

Solution 08 ‘하루 10분 효과’를 실천해보자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순간, 그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아이의 두뇌 회로에 그로 인한 결핍이 인지된다. 그래서 엄마가 보기엔 별거 아닌 일에도 징징대고 투정을 부리는데 이는 신경계의 결핍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라 할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데에는 밀도 있는 ‘10분’이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단 10분만이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 애정을 쏟으며 부모가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반응을 보여주면 결핍은 금세 채워진다. 결핍을 채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따스한 눈맞춤,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 맨살이 닿는 스킨십이면 충분하다. 부모가 전하는 다양한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아이의 행복 호르몬이 생겨난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고,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지, 저녁에 읽고싶은 그림책은 무엇인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어 보자. 누군가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만남의 시간을 갖고 데이트를 즐기듯 아이와도 그런 ‘만남’을 가져보자.

 

parenting tip •한 가족의 ‘따로, 또 같이 나들이’

가족 나들이 시간이 난다면 온 식구가 다 같은 스케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따금 ‘따로 데이트’를 즐겨보길 권한다. 가령 큰아이는 엄마와, 둘째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것. 모든 식구가 매번 다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접어두자. 따로 데이트를 즐기면 오히려 나들이 만족도도 높아지고 시간의 밀도도 촘촘해진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엄마 아빠의 관심이 분산된 2시간보다 ‘1:1로 나만 봐주는 1시간’이 더 알차게 느껴진다. 

키울 때 같이 후딱 키우는 게 낫다며 자녀의 적은 터울을 선호하는 엄마들이 꽤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년생’ 하면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녹록지 않은 연년생 육아를 잘해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하우는 물론이요, 마음가짐도 단단히 가져야 한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김진섭
모델
이아린(6세), 이윤하(5세)
도움말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소장),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헤어ㆍ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찬
제이키즈(02-2231-5654), 키블리(www.kively.co.kr), 섀르반(02-548-3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