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는 근엄한 셰프의 모습이지만 딸 앞에서는 마냥 하트 눈이 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 하는 딸바보 아빠, 신승환 셰프가 제안하는 특별한 유아식 레시피.
북촌 가회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떼레노는 정통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스페인 대사관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이 레스토랑을 지키는 신승환 셰프는 ‘딸바보’ 아빠로 유명하다. 10개월이 된 딸 수아는 신 셰프의 자랑거리.
사람들과의 모든 대화가 ‘기승전수아’인 것도 부족해 백일이 갓 지났을 때부터 레스토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덕분에 단골손님 중 뽀얀 피부와 야무진 이목구비의 수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신 셰프의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씩 파트타임으로 미술교육 심리 치료 일을 하고 있다. 아내가 일하는 서너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의 몫이다. 가끔 수아를 아기띠로 업고 요리를 하기도 하고, 브레이크 타임에는 유모차에 태워 북촌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평일에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아이가 자고 있어 얼굴을 거의 못 봐요. 가끔 이렇게라도 낮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죠. 직원들도 수아를 예뻐해주고 잘 돌봐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한국과는 다른 스페인의 이유식 문화
신 셰프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유아기는 일본에서, 초등학교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보냈다. 요리를 시작한 이후에도 호주, 두바이, 스페인, 태국, 네팔 등 여러 나라를 거쳤다.
재미난 건 그가 스페인 요리를 접한 곳이 스페인이 아닌 두바이라는 사실이다. 두바이의 레스토랑에서 일본인 셰프에게 처음 스페인 요리를 배웠는데 이내 그 매력에 푹 빠져 지금까지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스페인 요리의 매력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스페인 요리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과는 좀 달라요. 향이 진한 편이고 버터를 많이 쓰죠. 또 유럽에서 쌀이 가장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라인 만큼 쌀도 많이 사용하고요. 밥을 기본으로 하는 건 우리나라 식문화와 비슷한데, 쌀미음부터 시작하는 우리나라와는 이유식 문화가 좀 달라요.”
스페인 사람들은 쌀을 이용해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지 않는다. 채소를 통째로 찌고 으깨서 만든 퓌레를 먹인다. 감자와 당근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고기나 생선, 다른 채소를 첨가하는 식. 이유식 마지막에는 올리브오일을 한두 방울씩 섞어준다.
올리브오일이 위장 활동과 소화를 도와 변비나 배앓이 예방에 좋기 때문이다. 우리네 정서로 보면 이유식에 기름을 넣는다는 게 조금 이르지 않나 싶은데, 이탈리아에서는 의사들이 이유식에 올리브오일 넣는 걸 권장할 정도란다.
“스페인에서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시리얼이나 빵, 비스킷을 먹이는데, 한국은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아 이유식을 시작할 때 아내와 좀 갈등이 있었어요.(웃음) 아내는 ‘이유식은 쌀부터 먹여야 한다’, 저는 ‘고기부터 먹여도 된다, 밀가루 빵이 아닌 천연 발효 빵은 먹여도 괜찮다’고 서로 다른 의견을 펼쳤죠. 결국 제가 아내를 설득했어요. 수아가 먹는 음식은 좋은 재료로 만드니 괜찮다고요.”
수아는 특별히 가리는 거 없이 골고루 잘 먹는다. 아빠의 식성을 닮았는지 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과일과 채소도 잘 먹는다. 아직까지 크게 병치레한 적도 없고 어디서나 잘 자고 잘 노는 순둥이 아가씨다.
신생아 때부터 수아를 살뜰이 돌본 덕분에 육아 실력이 수준급이다. 가끔 수아의 어릴 적 사진을 들여다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아이와 나들이를 즐기는 아빠
신 셰프는 쉬는 날이면 꼭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제일 큰 육아 분담인 것 같아요. 저는 수아에게 되도록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요. 함께 장도 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쇼핑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이가 크면 아빠랑 안 놀아준다고 하던데 전 벌써부터 그 말을 들으면 슬프더라고요. 아이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위한 특별한 유아식
신승환 셰프가 추천하는 유아식 재료
1. 렌틸콩
단백질과 식이섬유,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아이의 영양식 재료로 손색없다. 닭고기 육수에 끓여 죽처럼 먹이거나 소고기와 볶아주면 잘 먹는다.
2. 오리고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나 아이들도 좋아하다. 오리고기는 블루베리와 크렌베리, 체리, 오렌지 등과 함께 먹으면 맛이 상큼하고 궁합도 잘 맞는다.
3. 버섯
특유의 감칠맛이 입맛을 돋우어 무더운 여름철에 먹기 좋다. 채소를 잘게 다져 버섯과 함께 볶아 먹이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4. 닭고기 육수
요리의 기본이 되는 닭고기 육수는 유아식 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밥, 소면, 채소 등 어떤 재료와 섞어도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주방에서는 근엄한 셰프의 모습이지만 딸 앞에서는 마냥 하트 눈이 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 하는 딸바보 아빠, 신승환 셰프가 제안하는 특별한 유아식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