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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를 임신했는데 큰아이가 너무 심하게 떼를 써요

 

 

둘째도 아직 어린데 셋째를 임신하셨다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게다가 맏이는 동생이 생기는 걸 감지했나 봅니다. 아이들은 동생이 생기면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첫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생 보는 일은 엄마가 자식을 낳는 것만큼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일 겁니다. 동생이 생기는 순간 아이는 순식간에 어른 취급을 받으며 소외되니까요.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정말 많은 아이들을 키웁니다. 먼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있고요. 피터팬 신드롬 때문에 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남편도 정신세계는 아이들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아들’에 빗대는 농담도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심리적 아이까지, 돌봐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도 몇 년은 집안이 아이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할 겁니다. 첫째 아이는 소외될까 두려워서 울고, 둘째는 언니와 엄마의 틈바구니에서 소리 죽여 울겠지요. 또 셋째는 생존을 위해 시시때때로 울음을 터뜨릴 겁니다. 

 

엄마의 내면에 살고 있는 아이는 또 어떤가요? 자신의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이 밀려오는 집안일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계속 소리치고 화를 낼 겁니다.

 

정블리맘 님, 대부분 여성이 절대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혹독한 시간을 지나고 있네요. 육아와 가사노동에 시달려본 엄마라면 누구나 지금의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도 그 시간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답니다. 

 

어쨌든 그 과정을 지나셔야 합니다. 피할 수 없는, 미숙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앞으로도 몇  년간 겪게 될 겁니다. 세 명의 아이와 함께, 그리고 님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린아이도 함께 챙기면서 말이지요.

 

고통스러운 경험 중에는 피할 수 있는 것과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경험도 있지요. 여성들에겐 육아 경험이 그렇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체의 고단함, 고독감, 불안, 분노와 좌절, 자책감은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반복해서 경험할 뿐입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애쓰다 보면 좀 나아지는가 싶다가 다시 문제가 터지고 그 문제에 여전히 미숙하게 대처하는 내가 보입니다.

 

그러면 다시 자책하고 좌절하기를 되풀이하게 되지요. 제가 이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것은 초보맘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많은 초보 엄마들이 육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아이를 기르는 부모로서, 특히 엄마로서 겪게 되는 근원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면서 겪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파하면서 겪다 보면 조금씩 굳은살이 생기고 내성 또한 만들어지겠지요. 엄마로서의 지혜도, 너른 사랑도 생겨나게 되고요. 아주 천천히 말이지요.

 

숨을 길게 고르고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서툴게라도 엄마 노릇을 계속하세요. 곰처럼 우직한 길, 그 길이 바로 성숙한 엄마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박미라 씨는요…

박미라 씨는요…

가족학과 여성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여러 단체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육아수필집 <엄마 없어서 슬펐니?>, 감정 치유 에세이 <천만 번 괜찮아> 등을 집필했다.

Credit Info

기획
김형선 기자
박미라
사진
이성우
촬영협조
고양이삼촌(www.jaesun-sh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