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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 좋아지는 대화법

아이를 재우고 잠자리에 누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옛날 일만 같다. 서로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급격히 줄어들고, 툭하면 잔소리나 다툼으로 번진다면 이제 진심으로 변화를 모색할 때다.

기획
황선영 기자
취재
홍유진(프리랜서)
일러스트
경소영
도움말
이정숙(유쾌한대화연구소 대표), 이경숙(KS가족소통상담센터 소장)
참고도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갈매나무), <유쾌한 남녀 대화법>(나무생각)
2016.03.22

 


 

part1 대화가 통하지 않는 우리 부부, 무엇이 문제일까

부부에게 대화는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부부의 대화가 단절되는 순간이있다. 이는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대화가 아예 없어졌다는 부부도 많다. 서로의 활동 시간대가 다르고 워낙 바빠 한집에 함께 살면서도 얼굴 마주할 시간조차 없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각자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있다. 대화는 서로 쌍방향으로 주고받아야만 이어질 수 있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화는 이어질 수 없다. 물론 한때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귀한 인연의 끈을 만들었던 두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부부간에 대화 단절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법 전문가 이정숙 유쾌한대화연구소 대표는 남녀의 뇌 모드와 신체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남자들의 뇌는 ‘사냥꾼 모드’, 여자들의 뇌는 ‘파수꾼 모드’에 맞춰져 있다고 보면 돼요. 이성 간의 다른 사고 체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현재는 물론 미래에 겪을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요.”

 

태곳적부터 남자들은 사냥꾼이었다. 밖에 나가 짐승을 잡아다 가정을 책임져야 했다. 사냥을 하려면 비바람 속에서도 짐승 발자국 소리만 골라 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냥꾼 모드의 뇌를 가진 남자들은 자기가 몰두하는 일이 아니면 귀담아듣지를 못한다. 지금이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지만 수천 년 동안 누적되어온 본능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반면에 여자는 남자가 사냥을 나간 동안 집을 지키며 사냥에서 돌아온 남자가 쉴 장소로서의 집을 가꾸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파수꾼은 사냥꾼과 반대로 사소한 일 모두를 알아야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져도 모두 신속하게 해결하고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여자의 능력은 이러한 뇌의 기능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뇌구조 자체가 다른 남자와 여자가 원활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화에도 규칙이 필요하다 

스포츠에도 규칙이 있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다. 그런데 대화에는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불가한지 합의된 규칙이 없다. 이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게 되고,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곤 한다. 따라서 건강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서로 간의 금지어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 좋다. 이를테면 각자의 부모님 흉을 본다든지, 남과 비교해 배우자를 깎아내리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식이다. 이는 어떤 부부에게나 최악의 멘트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라 

부부간에 논쟁을 하다 보면 결국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기 쉽다. 명심할 점은 논쟁의 목적은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방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따지는 대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극단적인 표현은 자제한다 

‘누구나’, ‘늘’, ‘언제나’, ‘아무도’, ‘절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특히 말다툼에서 쓰이는 극단적인 표현은 반드시 반감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반사적으로 전투태세를 취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같은 단어 사용은 굳어진 습관 같은 것이라 고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모든 문장을 질문으로 돌려 말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양말은 빨래통에 넣으라고 백만 번은 말한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대신, “자기야, 내가 양말은 어디에 넣으라고 했지?” 하고 상황을 짚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신 ‘그리고’를 써라 

대화를 나눌 때 ‘하지만’이라는 단어는 지양하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말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대신 ‘그리고’라는 단어를 사용해볼 것. ‘그리고’는 앞서 말한 내용을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하게 해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대화가 논쟁으로 빠질 걱정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긍정적인 표현을 하자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부정적인 표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번 “오늘 집에 늦게 들어오지 마”라고 말해보라.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한 이미지만 뇌 속에 저장되고 뒤의 금지어는 희미해진다. 그러니 같은 뜻이라도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와’라고 말하는 편이 더 힘을 발휘한다.

 


이혼으로 가는 4단계 대화

워싱턴대학의 심리학 교수 존 가트만(John Guttmann) 박사는 35년간 상담과 실험을 통해 부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그는 부부 사이의 대화를 5분만 지켜봐도 이혼 여부를 94% 예측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를 이혼에 이르는 ‘4가지 위험 요인(4 Horsemen of Marital Apocalypse)’이라고 명명했다. 아래 대화 유형을 살펴보면서 우리 부부의 대화 방식은 어떤지 되짚어보자.

 

1단계 비난 “왜 아침부터 애한테 소리를 질러? 당신이 그러고도 엄마야?”

단순히 그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동을 하는 것 보니까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식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비난이다. 물론 문제 행동을 지적할 수는 있다. 이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개선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나 전달법(I Message)’이다.

▶ “아침은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게 어때? 아이에게는 듣기 좋게 타일렀으면 좋겠네.”


2단계 자기방어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데 어떡해?

그럼 당신이 도와주든가!”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거나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점점 찾기 힘들어진다. 이때 필요한 미덕은 ‘솔직함’이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거다.

▶ “미안해. 요즘 너무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아.”


3단계 무시와 경멸 “야, 놔둬. 됐어.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로 골이 더 깊어진다. 이때 더 상처가 되는 것은 상대방을 깔보면서 곁눈질을 한다든지, 일부러 싫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야유와 조소를 보내는 등 비언어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상황에 접어들면 원활한 대화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내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그랬어? 하긴 요즘 당신 일이 많아서 정신없었지. 이해해.”


4단계 도피 “난 이제 모르겠다. 당신이 알아서 해.”

비난과 모욕, 자기방어를 거듭 반복하면서 상처받은 부부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기보호를 시작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이는 최악의 소통 방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 “요즘 여러 가지로 버거운 것 같아.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어.”

 

 


part2 케이스별 실전 편

문제를 직시했다면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대화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 부부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없는지, 어떻게 개선해나가면 좋을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방법을 모색해보자.

 

 

case1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과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한 아내

아내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지겨워? 다른 집 남편들은 퇴근하면 다 알아서 한다는데, 자기는 꼭 시켜야 겨우 움직이더라.

남편 난 회사에서 놀았냐? 하루 종일 회사에서 고생한 사람한테 한다는 말이….

아내 나는 더 힘들어. 자기는 8시간만 일하면 되지만 나는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남편 그만 좀 하자. 네가 이러니까 집에 일찍 들어오기 싫어지는 거야.

아내 그걸 말이라고 해?

 

전문가 코멘트 아내의 첫 마디가 남편을 비난하는 말로 시작하니 남편은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는 비난-방어, 비난-방어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배우자에게 요청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주어를 나로 사용하는 ‘나 전달법’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위 대화에서는 “여보, 지금 내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데 좀 도와줄 수 있어요?”로 시작해야겠지요. 부부간의 대화는 시작이 아주 중요합니다.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시작되면 이후에는 방어와 공격이 되풀이되고 결국 도피나 단절로 이어지게 마련이거든요. 대화의 목적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어떻게 요청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case2 과거의 일을 자꾸 끄집어내는 아내와 회피하는 남편

아내 여보, 음식물 쓰레기 좀 버려줘요.

남편 이따 나갈 때 버릴게.

아내 당신은 꼭 그러더라. 지난번에도 그러다가 까먹었잖아. 결국 내가 버리게 된다고.

남편 안 까먹을게.

아내 저번에도 똑같이 말했어. ‘안 까먹을게’ 하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렸잖아.

남편 아, 진짜 안 그런다니까!


전문가 코멘트 의사소통에서 과거의 경험, 특히 부정적인 판단이 결합된 이야기를 꺼내면 상대방은 감정이 상하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항상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위의 대화처럼 해결되지 않았던 과거의 문제를 끌고 오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해가 되게 마련이거든요. 남편의 전적을 알기에 미심쩍은 마음은 알지만 “오늘은 꼭 버려줘야 해”라고 당부하는 정도로 대화를 맺는 것이 좋습니다.

 

 

case3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과 아내

남편 어떻게 애를 2시간이나 혼자 기다리게 해?

아내 나도 직장인이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당신한테 연락했는데 왜 전화도 안 받는 거야?

남편 애를 데리러 가는 건 당신 책임이잖아. 나한테 전화해서 어쩌겠다고?

아내 나 혼자 애 키워? 내가 바쁠 때는 당신이 데리러 갈 수도 있잖아.

남편 그게 말이 돼? 양육 문제에 대해서는 당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일 시작한 거 아니었어? 청소랑 설거지를 내가 도맡아서 하는 이유가 뭔데?

아내 어떻게 부부 사이 일을 칼로 자르듯이 나누니? 내가 바쁘면 자기가 대신 해줄 수도 있는 거지!

남편 그럼 애초에 역할 분담을 왜 한 거야?

 

전문가 코멘트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상대방의 비판이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게 맞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이지 적이 아닙니다. 사소한 실수를 했다고 약점이 잡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오히려 잘못한 부분을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될 수 있으니까요. 위 대화에서는 암묵적으로 아내의 일로 합의되었던 사항이므로 일단 “나도 애가 혼자 기다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라고 잘못을 인정한 후 “워킹맘으로 다 잘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한 뒤 부부가 함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게 좋습니다.

 

 

case4 바쁜 생활에 피곤한 맞벌이 부부

아내 아, 피곤해. 힘들어. 짜증나!

남편 나도 힘들어. 감기 기운이 있는지 하루 종일 기운도 없고.

아내 나는 어제 밤새고 오늘 출장도 다녀왔다고. 회사 일은 내가 다 하는데도 김 부장은 나만 보면 들들 볶고!

남편 당신은 원래 밤 잘 새우잖아. 난 요새 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야.

아내 어머, 원래 잘 새우는 게 어디 있어? 다 정신력이지! 자기도 정신력을 좀 키워.

남편 남편이 감기 걸렸다는데 걱정도 안 되냐?

 

전문가 코멘트 나도 힘들고 상대방도 힘든 상황일 때는 서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나도 힘든데 당신도 힘든 상황이구나” 하면서 서로를 독려해야 합니다. 내가 더 힘들다는 말만 계속하게 되면 서로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가중되어 서로 섭섭한 감정만 남습니다. 이것이 쌓이면 응어리가 되어 부부간에 금이 가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나 바퀴가 주저앉게 되는 것은 아주 작은 바늘구멍만 한 구멍에서 시작됩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상대방의 고충을 헤아릴 때 비로소 상대방도 시선을 내게로 향하게 된다는 걸 명심하세요.

 


case5 잔소리 심한 남편과 덜렁거리는 아내

남편 여보, 이리 와 봐. 냉장고가 이게 뭐야?

아내 뭐가 어때서 그래. 당신 결벽증이야?

남편 2주 전에 사놓은 바나나가 말라비틀어져 있잖아. 버리든가, 새로 사놓던가 해야지.

아내 그럴 수도 있지. 자기는 왜 만날 잔소리야? 우리 웃으면서 대화한 게 언제 적 일인지 기억이나 해? 

남편 내가 얘기를 하면 당신이 듣기나 해? 얘기해도 듣지 않는데 무슨 대화가 되겠어!

 

전문가 코멘트 잔소리는 가정 내 소음과 같습니다. 아내들은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서로 좋은 감정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기를 원하지만, 남편들은 말하고 나면 꼭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어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기 쉽죠. 이 때 명심할 점은 잔소리는 절대 대화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제 몫을 할 수도, 반감만 살 수도 있어요. 잔소리의 원인이 되는 상대방의 행동만 문제라고 생각지 말고, 함께 해결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세요. 모색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아이를 재우고 잠자리에 누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옛날 일만 같다. 서로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급격히 줄어들고, 툭하면 잔소리나 다툼으로 번진다면 이제 진심으로 변화를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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