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칼럼

초보맘의 생생 육아일기

나의 둘째 출산기

On September 18, 2015




여기는 산후조리원. 사흘 전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두 주나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회음부 보호 방석에 앉아 원고를 쓰다 보니 20개월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도 첫째를 낳고 조리원에서 원고를 쓰고 있었는데 말이다. 첫째는 이사 후 집들이한 날 밤에 태어나더니 둘째 역시 평범한 출산을 거부했다.
출산 예정일을 2주 앞둔 일요일 저녁, 첫째를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출산 전 마지막 영화를 보겠다고 나섰다.
남편은 그 배를 하고 웬 영화냐, 영화 못 봐서 한 맺힌 조상이 있느냐며 타박을 했지만, 나는 이제 출산하면 영화 보는 것도 끝이라며 관람을 우겼다.

친정엄마는 차마 말리지는 못하고 이왕 볼 거면 태교에 좋은 애니메이션을 추천했지만 나는 엄마가 재밌어야 뱃속 아기도 재밌다는 논리를 펼치며 한창 인기 있는 액션영화를 택했다. 일개 형사가 재벌과 맞짱 뜨는 매우 ‘교육적인’ 영화였다.
문제는 한창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진통이 느껴진 것. 평소에 느끼던 가진통이겠거니 하고 나름 편한 자세를 취하면서 억지로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 기분이 살짝 이상했다. ‘설마 진진통은 아니겠지. 아직 예정일이 2주나 남았는데 벌써 애가 나오는 건 아닐거야’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진통은 꽤 규칙적이었다.

시간을 재봤더니 약한 진통이 거의 10분 간격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이상했다. 진진통이 이렇게 안 아플 수도 있나. 혹시나 해서 산부인과에 전화를 했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진통이면 병원에 한번 들러보라고 했다. 사실 전화 통화만으로 진통인지 아닌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 상황에서 가장 ‘멘붕’이신 분은 바로 남편.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를 보지 말걸, 영화관에서 애 낳았으면 내일 아침 뉴스에 나왔을 거라는 투덜거림과는 어울리지 않게 운전대를 잡은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벌써 아이가 태어날 리가 없다고 확신했고 병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남편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해서 태동검사를 한 지 5시간 만에 딸아이가 태어났다.

누가 둘째는 낳기 수월하다고 했던가. 첫째 때는 8시간 진통하느라 힘들었지만, 둘째는 진통은 짧은 반면 아픔은 거의 두 배의 강도였다.
아이가 어떤 자세로 나왔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출산 순간 내 회음부는 거의 폭발(?)했고 한 백 바늘은 꿰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의사가 던진 “우리 엄마 옛날에 술 좀 많이 마셨나 봐요. 마취가 잘 안 되네”라는 말이 어찌나 뜨끔하던지.
아니, 젊었을 때 술 좀 마신 게 출산할 때 이런 영향을 줄지 누가 알았느냐고요.
아무튼 무사히 출산을 마치고 이렇게 조리원에 앉아 원고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긋지긋한 임신성 당뇨에서 벗어나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한여름 폭염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고 땀 흘리며 자지 않아도 되고, 내 마지막 바람대로 재미난 영화를 보고 출산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다.
하지만 한 가지, 첫째가 너무 보고 싶다. 외갓집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만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엄마 아빠와 생이별을 하고 있는 아이가 왜 이렇게 안쓰럽고 마음이 쓰이는지. 오늘 아침에는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세수하다가 눈물을 찔끔 흘리기까지 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마음을 좀 더 강하게 가져보려 한다.
연년생 엄마는 둘째가 태어나면 몸 힘든 것도 그렇지만 첫째가 질투를 많이 해서 그렇게 마음고생을 한다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양육 태도라고, 또 어디서 들은 풍월은 많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아직 닥치지 않은 현실이니 힘차게 외쳐보련다. 대한민국의 연년생 둔 엄마들 파이팅!



심효진 씨는요…

전 <우먼센스> 기자이자 20개월, 1개월 연년생 두 아이를 둔 엄마. 일할 때는 제법 똑똑해(!) 보인다는 평도 들었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여전히 어리바리 초보맘 코스프레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심효진
사진
이성우
소품협찬
요술나무(www.yosulnam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