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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를 위한 반응육아법

혹시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가 먼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고 반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반응육아’의 핵심이다.


의욕이 앞선 부모가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애쓰는 요즘 부모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아이가 반응이 없거나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와 놀이하는 시간을 한번 떠올려보자. 

“와! 이거 재미있겠다. 엄마랑 해볼까?”, “책이 있네. 책놀이 하자. 이렇게 쌓아봐”라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대부분. 겉보기에는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큰 오류가 있다. 놀이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이가 아닌 부모라는 점이다. 

비단 놀이뿐만 아니다. 아이를 훈육할 때, 교육을 시킬 때도 부모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꺾어버린다. 반응육아 전문가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검증된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인 ‘반응교수법(Responsive Teaching)’은 부모가 아이를 이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이론이다. 아이 스스로 활동을 주도하고 부모는 그에 적절하게 반응해주면 이를 통해 인지 및 의사소통, 사회정서 능력까지 발달할 수 있다는 것.

부모는 평소 아이가 흥미를 갖는 게 무엇인지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며, 필요할 때 즉각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의 제럴다 마호니 박사가 연구한 교수법으로, 국내에서는 아동발달심리 전문가인 한국 RT센터의 김정미 원장을 통해 소개됐다.

김정미 원장은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가 모르는 것을 부모가 먼저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켜나갈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생후 12개월 이전 아이들을 한번 관찰해보자.

끊임없이 손을 흔들거나 뭔가를 입으로 가져가려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세상을 스스로 탐색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용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가르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이러한 잠재력을 펼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의욕이 오히려 아이의 흥미를 꺾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응적인 부모가 되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할 것
1.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라
반응적인 부모란 아이가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리고 필요할 때에는 즉각 반응해줘 아이가 점점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부모다. 어른이 먼저 많은 것을 알려주고 앞서서 실행해야만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버릴 것.

가령 아이가 놀이를 하고 있다고 치자. 아이가 먼저 부모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는데도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줄 필요는 없다. 그저 부모는 뒤로 물러나 아이를 지켜보다가 아이가 필요로 할 때 나서면 된다.

2. 아이의 관심사를 살펴라
반응적인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하건 스스로 흥미를 보이는 활동과 행동이 무엇인지 항상 세심히 관찰하고 살핀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반응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이가 두 번 이상 쳐다보거나 오랫동안 눈길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또한 아이의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눈빛으로 나타내는 미세한 표현에도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3. 0.5초 이내에 반응하라
아이가 부모에게 어떤 반응이나 피드백을 요구했을 때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학에서는 0.5초 이내의 시간차를 ‘즉각적’이라고 말한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아이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것.

아이가 뭔가를 해낸 뒤 “엄마! 여기 좀 봐요”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런데 엄마는 설거지를 하느라 “기다려 봐, 이것만 끝내놓고 놀아줄게”라고 얘기한다면 아이의 관심은 이미 떠난 뒤다. 즉각적인 반응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1시간의 학습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4. 아이의 발달 수준에 눈높이를 맞춰라
발달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아동의 학습에 있어 부모의 역할을 ‘비계’로 비유했다. 비계란 건축물을 지을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로 이것이 있어야 재료 운반과 작업이 가능하다. 

건축물의 비계처럼 부모는 아이가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이나 언어보다 ‘조금만’ 앞서 자극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여기서 ‘조금만’ 자극을 주라는 것은 아이의 발달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 아이의 요구 수준에 맞추어 반응하되 최소한의 변형만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땅땅 치며 놀고 있다면 엄마도 아이와 똑같이 장난감을 땅땅 치며 반응하면 된다. 아이가 충분히 반복했다 싶으면 다른 장난감도 두드려 땅땅 소리를 내본다.

아이의 발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약간의’ 변형만 시도하는 것. 이는 아이가 말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멍멍’ 하면 엄마도 아이와 함께 ‘멍멍’이라고 반응해주면 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한 뒤 ‘강아지가 멍멍’ 하고 단어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요령이다.

5. 반응의 균형을 맞춰라
아이와 생활하며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얼마나 반응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 데서 기인한다.

동등한 무게로 번갈아 오르내리는 시소처럼 하나 주면 하나 받고, 하나를 받기 위해서는 하나를 내주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방식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엄마가 너무 말을 많이 하거나 끊임없이 움직여 아이가 개입할 기회를 빼앗는다면 균형은 깨지게 마련. 반대로 아이가 반응을 원할 때 부모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 역시 흥미를 잃기 쉽다.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키워주는 반응육아 실전 편
아이에게 주도성을 주었다고 해도 부모가 제대로 반응해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잘못된 상황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CASE 1 끊임없이 아이에게 설명하는 부모
MOM : □□아, 간식 먹고 싶지 않아?
KIDS : 조금.
MOM : 부침개는 어때? 그럼 마트에 가야겠다. 부침개 하려면 재료가 필요하잖아. 그렇지?
KIDS : 지금?
MOM : 지금 가야지. 그래야 얼른 준비해서 저녁 먹지. 안 그래? 그리고 지금 안 가면 마트에 사람이 엄청 붐빌 거야. 지금 가야만 싱싱한 재료를 살 수 있어.
KIDS : (말없이 신발을 신는다)
MOM : 우리 저 아래 D마트에 가자. 부침개에 오징어 넣으면 맛있겠지?


▶아이의 의사를 묻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대화를 부모가 일방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아이가 묻기 전에 끊임없이 설명하고 과도하게 질문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말문을 닫게 만들고 대화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아이가 간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면 “뭐가 좋을까?”라고 간단히 묻고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자. 만약 김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면 “무슨 김밥?”이라고 물어보고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한 번 더 물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엄마는 짧게 묻고 아이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문장으로 대화를 유도하면 훨씬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CASE 2 놀이에 집중한 아이에게 계속해서 학습 정도를 체크하는 경우
MOM : (소방차 놀이에 푹 빠진 아이를 보며) 이건 무슨 색깔이지?
KIDS : 빨간색?
MOM : 잘했네! 그럼 이건 뭐 할 때 쓰이는 자동차지?
KIDS : …….
MOM : 이건 소방차야. 차 안에 물이 들어 있어서 집에 불이 나면 불을 꺼준단다. 엄마가 이 차를 뭐라고 했지? 다시 한 번 말해볼래?
KIDS : 소, 방, 차.
MOM : 잘했어. 다음에 엄마가 물어볼 때도 이렇게 대답해야 해.


▶아이가 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부모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애쓴다. 문제는 인지학습은 흥미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것. 아이가 집중하지 않거나 흥미가 없으면 아무리 유도해도 배우지 못한다. 부모가 물었을 때 적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이는 색깔놀이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게 흥미롭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기보다 소방차로 어떻게 놀이를 하고 있는지, 어떤 걸 할 때 눈빛이 가장 반짝이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아이가 원할 때 반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마 차례가 되면 자동차를 가지고 줄을 세우거나 아이가 하지 않았던 놀이를 보여줘 흥미를 자극할 것. 장난감을 색깔별로 주고 아이가 무슨 색인지 물어보면 그때 알려줘도 늦지 않다.

CASE 3 아이의 발음을 억지로 고치려는 부모
KIDS : (사탕을 집어 들고) 아땅 먹고 싶어.
MOM : 아탕이 아니라 사탕이라고 해야지. 사, 탕! 엄마 따라 해봐.
KIDS : 아, 탕!
MOM : 아탕이 아니지. 사, 탕! 다시 한 번 발음해봐.
KIDS : 아! 탕!


▶부모들은 아이가 말문을 떼기 시작하면 바로 아이의 발음이나 단어를 바로잡으려 한다.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발음을 교정해주는데, 오히려 아이는 어른 말투보다 아기 말투로 의사소통할 때 더 관심을 가지고 반응적으로 참여한다.

아이가 ‘아땅’이라고 하는 건 어떤 이유로든 사탕보다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라고 계속 강요하면 아이는 좌절을 느끼고, 심할 경우 부모와의 능동적인 대화를 꺼리거나 망설일 수 있다.

아이가 ‘아땅’이라고 말한다면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아땅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자. 조바심은 나겠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어느 순간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 같은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능한 한 반복을 피하는 게 아이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노하우다.

CASE 4 아이에게 놀이 방법을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우
KIDS : (고리에 링을 끼우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중)
MOM : ??아, 이거 빨간색도 있는데 한번 껴볼래?
KIDS :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
MOM : 엄마가 해볼게. 이거 봐. 이렇게 하면 잘 들어가지? 다시 한 번 해봐.


▶링의 크기나 색깔이 아주 다양한데 한 가지 색만 고리에 끼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에 직접 방법을 알려주는 엄마들이 많다.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몰라 고민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블록을 가지고 놀까? 와, 재밌겠다” 식으로 먼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그 시간에도 탐색을 하며 어떤 게 재밌을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엄마 차례가 되기를 기다려 링의 색깔을 구별해 끼워보기도 하고, 하나의 링이 다른 것보다 크거나 작아서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는 편이 낫다.

아이는 엄마가 하는 걸 관찰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장난감 놀이에 약간의 변형을 시도해봄으로써 아이에게 선택 범위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가령 아이가 장난감 트럭을 일렬로 늘어놓는 걸 반복하고 있다면 엄마 차례가 되었을 때 트럭 사이사이에 다른 것을 끼워 넣거나 트럭의 방향을 반대로 늘어놓는 식.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 “그게 아니야”라는 말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는 건 삼가도록 하자.

CASE 5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부모
KIDS : (볼풀장에 들어가 엄마에게 공을 던지며) 빨강!
MOM : 와, 여기 빨간색 공이 있네? 그럼 엄마는 파란색 공이다! 여기 봐, 초록색 공도 있다. 그럼 이건 무슨 색일까? 알아맞혀보세요!
KIDS : …….


▶아이는 그저 빨간색 공만 하나 던졌을 뿐인데 되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많다. 아이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놀이 친구가 필요해 엄마에게 공을 던진 것뿐이다.

게다가 아이의 현재 단계를 훌쩍 뛰어넘는 질문도 있다. 아이가 공을 던지며 빨강이라고 말했다면 엄마도 ‘빨강’이라고 대답하고 아이에게 공을 던져주자.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하거나 단어의 수를 늘려 하나의 문장을 만들지 말고,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상호작용은 충분히 가능하다.

CASE 6 아이의 물음에 즉시 정답을 알려주는 경우
KIDS : (그림책을 보다가) 엄마, 이건 뭐야?
MOM : 이건 호랑이야. 어흥~ 하는 호랑이. 그럼 이건 뭘까?
KIDS : …….
MOM : 이건 토끼야.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 (책을 넘기며) 이건 또 뭘까?


▶아이가 먼저 “이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바로 친절하게 대답해주며 스스로 반응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정답을 맞혀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질문한 것을 그대로 받아서 “글쎄, 이게 뭘까?” 하고 반응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때 아이가 대답을 못하더라도 답답해하거나 화를 내지 말 것.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는 “음…” 하고 눈동자를 동글동글 굴리면서 자기 나름대로 답을 만들어낼 것이다.

혹시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부모가 먼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고 반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반응육아’의 핵심이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사진
이주현
모델
민서(5세),엔죠(5세),레오(8세)
도움말
김정미 (한솔교육 연구원, 한국RT센터 원장)
소품제작
이규엽
의상협찬
빈폴키즈·펜디키즈(02-3447-7701), NBA키즈(02-3446-7725), 크록스키즈(02-517-7786)
참고도서
<가르치지 말고 반응하라>(김정미 저,한솔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