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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잡지 <에쎈> 편집장의 얼렁뚱땅 아이 밥상

싸고 맛있고 안전하다! 엄마표 수제 햄

밤샘과 야근의 나날 중에도 아이들을 야무지게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늘 새로운 레시피를 궁리하는 요리 전문지 <에쎈> 편집장의 꼼수 레시피. 요리 고수들이나 시도할 법한 수제 햄 만들기에 도전했다.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남들이 잘하지 않는, 좀 어려워 보이지만 결과물이 근사할 것 같은’ 레시피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요리 전문지를 만들다 보니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메뉴들이 속속 생긴다. 차곡차곡 레시피를 메모해두었다가 마감이 끝나면 주말 내내 요리를 만들어 식구들 먹이는 것이 끔찍한(?) 마감을 견뎌내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이번 겨울 가장 강렬하게 호기심을 자극한 메뉴는 바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수제 햄이다. 수제 햄 만드는 원리는 간단하다. 덩어리 돼지고기를 허브와 소금에 일주일간 절였다가 양념을 씻어낸 뒤 저온의 오븐에 굽거나, 저온으로 훈제하거나, 자연 건조시키는 3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손쉬운 자연건조법은 제대로 된 발효미학을 즐길 수 있는 햄으로 이탈리아식 베이컨인 판체타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최소 4주에서 6주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인내를 요하며,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다.
시판 햄 맛과 가장 비슷하면서 근사한 맛을 내는 훈제법은 일반 가정에서 시도하는 데 무리가 있는 사실. 캠핑 때 시도하면 딱 좋다. 작년 가을쯤이었나, 훈제를 한답시고 가스레인지 위에 야외용 원형 그릴을 올려놓고 숯불을 피워 햄을 구운 적이 있다. 
물론 앞뒤 창문을 다 열어놓고 후드까지 가동시켰지만 집 안이 온통 연기로 가득 차 남편이 불이 난 줄 알고 안방에서 뛰쳐나오기까지 했다. 노인 부부들이 사는 오래된 빌라여서 망정이지, 아파트였다면 주민신고가 난무했을 것이다. 이때는 숯을 너무 많이 쓴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에 아파트로 이사 온 뒤 그간 익힌 요령으로 훈제를 해봤는데 별 무리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저온의 오븐에 굽는 것인데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훈제 햄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첫째는 안전성, 둘째는 맛, 셋째는 경제성이다.
햄은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시판 제품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한데 직접 만들어보니 여느 값비싼 고급 햄보다 훨씬 맛있고, 그동안 먹은 햄은 진짜 햄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판 햄에 비해 매우 건강한 맛이 느껴진다.
게다가 햄 만드는 데 필요한 향신료는 한 번 사두면 꽤 오래 사용하고 다른 요리에도 쓸 수 있으며, 원재료인 돼지고기만 구입하면 되니 시판 제품에 비해 무척 저렴하게 명품 햄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 반찬이나 간식으로도 참 좋지만, 어른들 맥주 안주나 선물용으로도 무척 유용하니 한번 만들어보길 권한다.



수제 햄의 다양한 활용법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구워 머스터드소스나 토마토케첩을 찍어 반찬으로 먹거나 채소와 함께 송송 썰어 볶음밥을 만든다. 햄을 구워 부드러운 빵 위에 얹고 슬라이스 치즈와 얇게 저민 토마토 정도만 얹어도 훌륭한 샌드위치가 된다. 올리브오일을 뿌려 오픈 샌드위치로 먹어도 맛있다. 
얇게 저민 햄을 살짝만 구운 뒤 밥을 깔고 팽이버섯, 파프리카, 무순 등을 넣고 돌돌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하면 햄말이밥 완성! 밥 잘 안 먹는 아이를 위한 핑거푸드로 그만이다. 캠핑용품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없으면 이불 꿰매는 무명실을 이용해도 된다.

재료 구입하기
큐어링 솔트 
일명 ‘핑크 솔트’라고도 하는데, 아질산나트륨에 소금을 더한 것이다. 주로 햄이나 젓갈을 만드는 데 쓰는데 세균 번식을 막고, 발색 효과를 내며, 훈제 특유의 맛을 낸다. 극소량만 사용해도 효과가 있지만 꺼림칙하다면 생략해도 상관없다.
단, 큐어링 솔트를 생략했다면 훈연법으로 조리할 것을 권한다. 수입식품, 허브 전문 인터넷 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쇼핑몰에서 ‘curing salt, 큐어링 솔트, 핑크 솔트, 피클 솔트’ 등으로 검색하면 구입할 수 있다. 
4온스(113g)에 4만원 정도로 가격이 비싸지만 이 정도면 약 100파운드(45kg)의 고기를 염장할 수 있다. Tip 큐어링 솔트는 핑크색이 대부분이지만 흰색 제품도 있다. 개봉 후에는 별도의 병에 담아 매직으로 표시하고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할 것.

주니퍼베리 
후추 알보다 4배 정도 큰 사이즈의 드라이 베리로 고기의 심한 누린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이 강렬한데, 다른 향신료는 생략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구입하길 권한다. 통바비큐를 만들 때 곱게 빻아서 고기에 문지른 뒤 구우면 독특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월계수잎·타임·너트맥 
월계수잎은 정육점에서 수육용 고기를 구입하면 서비스로 주기도 하고 동네 마트에도 다 있다. 소시지를 만드는 데도 쓰이는 너트맥은 ‘육두구’라고도 하는데 없으면 생략해도 무방하다. 타임은 원래 생잎을 사용해야 하지만 없을 때는 말린 것을 쓰거나 집에 있는 오레가노, 파슬리, 피클링스파이스 같은 허브로 대체해도 된다.

고기 묶는 끈 
햄의 단단한 모양을 잡을 때 쓰이는데 캠핑용품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없으면 이불 꿰매는 무명실을 이용해도 된다.

수제 햄 만들기

재료
돼지고기(삼겹살·목등심) 2kg, 주니퍼베리 2큰술, 통후추 4큰술, 월계수잎 4장, 소금 ¼컵, 큐어링 솔트·너트맥 1작은술, 마늘 5쪽, 갈색 설탕 (또는 메이플시럽이나 꿀) ¼컵, 타임 5~10줄기, 고기 묶는 끈 적당량

how to cook
​ 고기 손질하기 
돼지고기는 목등심을 가장 많이 쓰지만 기왕이면 삼겹살과 목등심을 1kg씩 구입해 만들어보자. 껍질 있는 삼겹살로 만들면 근사한 베이컨이 된다. 이때 삼겹살은 뼈가 없는 부위로 사야 번거롭지 않다. 되도록 기다란 덩어리를 구입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하게 닦는다.
​ 염장제 준비하기 
주니퍼베리와 통후추, 월계수잎을 먼저 절구에 빻거나 핸드믹서에 굵게 간 뒤 나머지 재료를 모두 섞어 염장제를 만든다.
​ 염장하기 
돼지고기에 염장제를 고루 문질러 바른다. 이 과정을 럽(rub)이라고 하는데 통바비큐도 이렇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맛을 돋울 수 있다. 비닐팩에 고기를 담아 냉장고 야채칸이나 김치냉장고에 일주일간 넣어둔다. 김치통 밑에 넣어 눌러두면 더 좋다.
​ 씻어 말리기 
일주일 뒤 고기를 꺼내 흐르는 물에 염장제를 깨끗이 씻어낸 뒤 1시간 이상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다. 아이들 먹일 것이라면 좀더 담가 짠맛을 줄이는 게 좋다. 그다음 고기를 건져내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잘 닦는다.
​ 건조시키기 
무명실로 돌돌 말아 묶어 단단하게 모양을 잡는다. 단, 삼겹살은 안 묶어도 된다. 이것을 베란다 등에 두고 하룻밤 건조시키면 되는데, 시간이 없을 때는 꼼꼼하게 물기를 닦아내는 것으로 대체한다.
​ 오븐에 굽기 
원래는 100℃ 정도 저온에 굽지만 우리 집 오븐은 150℃가 최저라 약 1시간 30분 정도 구웠다. 100℃ 오븐에서는 2~3시간 굽는 게 좋을 듯. 고기온도계를 중앙에 찔러보아 65℃ 정도면 적당하다.
​ 보관하기 
한 김 식힌 햄은 바로 먹을 것은 밀봉 포장해서 냉장실에 넣고, 오래 두고 먹을 것은 슬라이스해서 밀봉한 뒤 냉동 보관하면 3주 정도는 너끈하다. 완성된 햄은 하루쯤 숙성시킨 뒤 먹는 것이 더 맛있다.

  • 정혜숙 씨는요…
  • 요리잡지 <에쎈>의 편집장이자 <베스트베이비> 전 편집장으로 8살 현서와 6살 민서 예쁜 두 딸을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맞벌이맘이 다 그러하듯 시간을 쪼개가며 동분서주해야 하는 처지지만, 입 짧은 두 딸이 맛있게 많이 먹고 예쁜 똥 눌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그녀. ‘쉽고, 빠르고, 맛있고, 예쁘게’ 아이 밥상 차리는 요령을 연재한다.

밤샘과 야근의 나날 중에도 아이들을 야무지게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늘 새로운 레시피를 궁리하는 요리 전문지 <에쎈> 편집장의 꼼수 레시피. 요리 고수들이나 시도할 법한 수제 햄 만들기에 도전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요리ㆍ글
정혜숙
사진
이성우
일러스트
경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