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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지콰이가 리믹스 앨범 <Pinch Your Soul>을 발표했다. 가볍게 신경을 꼬집힌 것처럼 기분이 또렷해지는 비트가 즐겁다. 사실 이 핑계로 만났다가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수다가 길어졌다.

UpdatedOn April 24, 2006

얼마 전 <Pinch Your Soul>이라는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다. 그런데 나는 리믹스 앨범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한 가지가 궁금하더라.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버전이 정규 앨범에 실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새롭게 리믹스 작업을 하고 앨범을 발표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클래지 1집 때도 <Zbam>이라는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는데, 사실 (음반사)사장님의 제의가 있었다. 이번에 다시 리믹스 작업을 하는 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그러던 것을 역시 주위 의견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2집에는 어쿠스틱한 소리들이 많이 들어간 바 있다. 악기 편성이나 이런 부분에서 다시 프로그래밍을 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전자음이 입혀진 사운드지만 이번 작업에는 묘하게 차분한 느낌이 있다.

클래지 그렇다. 요즘 내가 그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냥 느낌이 가는 대로 작업하는 거다.

이번 리믹스 앨범 중 특히 각자 마음에 드는 트랙이 있나? 오리지널 버전보다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거나.

알렉스 내 경우에는 ‘Fill this night’다. 사실 며칠 전에 처음으로 이어폰을 꽂고 들어보았다. 평소에 그냥 흘려들을 때와는 또 다르게 너무 좋더라.

호란 ‘Cry out loud’가 좋았다. 일단은 박자가 2배로 늘어났는데, 그러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들을 때도, 또 부를 때도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클래지 ‘Love mode’는 리믹스가 아니라 새로 만든 곡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작업했다. 처음 작업한 트랙은 ‘Fill this night’, ‘Come alive’ 같은 트랙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중적인 방향으로 풀리지는 않은 것 같더라. 오히려 ‘Color your soul’ 같은 경우는 쉬운 코드 안에서 편하게 만들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원래 버전과 다른 맛도 있고.

에픽 하이의 타블로가 ‘Love mode’에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I’ll give you everything’에서는 제이와 바비 킴이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고.

클래지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러 랩퍼들이 있지만 꼭 타블로와 작업을 하고 싶었다. ‘I’ll give you everything’은 2집에서 알렉스와 크리스티나가 함께 부른 곡인데, 남매의 우애에 대한 내용이다. 제이와 바비 킴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두 분 아버님께서 예전부터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거의 남매처럼 가깝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연주가 됐다.

나 역시 두 곡이 귀에 잘 감기더군. 요즘 내내 듣고 다니는 중이다. 아, 평소에 음악은 꾸준히 듣는 편인가? 오히려 점점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지 않게 된다는 뮤지션들도 있던데.

알렉스 내 경우에는 그래도 집이나 차 안에 있는 시간에는 항상 뭔가를 듣는 편이다. 스티비 원더를 좋아하고 디안젤로의 <Voodoo> 같은 음반도 즐겨 듣는다. 요즘에는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듣던 옛날 음악에 다시 손이 가기도 한다. 건스 앤 로지스나 에어로스미스 같은 것들. 에어로스미스의 <Crazy>는 중학교 2학년 즈음 캐나다에 이민을 가서 처음 산 음반이었다. 당시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클래지 나는 취향이 잡식성인데, 요즘 세르지오 멘데스의 <Timeless> 앨범을 듣고 있다. 윌 아이 엠이 공동 프로듀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블랙 아이드 피스의 느낌이 좀 강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믹싱과 소리를 잘 연구한 음악 같다.

호란 오히려 그루비한 음악보다는 어쿠스틱한 여성 보컬을 좋아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일본 여가수 시이나 링고의 리메이크 음반을 듣는다. 기본은 모던록인데 좀 전위적인 면이 있다. 자신의 색이 독특하고 뚜렷한 뮤지션이다.

현재 ‘Pinch Your Soul’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콘서트 중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는가? 그렇다면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무엇인가?

호란 커버곡을 한다. 보통 노래를 부르는 나나 알렉스가 하고 싶은 곡을 연주하게 된다. 이번에 나는 베스 히쉬의 ‘Come a day’를 부른다. 에어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여가수다.

알렉스 나는 제이미 컬럼의 ‘Mindtrick’이다. 원래 에릭 베네의 ‘Hurricane’을 부르려고 했는데, 예전에 존 레전드나 씰 등 비슷한 느낌의 곡을 많이 연주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약간 느낌을 바꿔보려고 음악을 찾았다. 그중 딱 귀에 들어온 곡이다. (세션을 맡은)형들도 공연 중 너무 신나게 연주를 잘해줬다.

둘이 하는 노래도 있다. 지금까지는 ‘Something stupid’ 같이 달콤한 곡을 많이 불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란츠 퍼디난트의 ‘Do you want to’를 한다. 녹음실 실장님이 추천해주셨는데,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콘서트장에서 연주하면 분위기가 굉장할 것 같다! 완전히 파티 느낌 아니던가?

클래지 하하, 맞다. 사실 살짝 로망도 있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록음악을 해보고 싶은 그런 것.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가는 경우도 종종 있나? 아무래도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알렉스 캐나다에 있을 때는 많이 놀러다녔다. 오히려 그때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퇴근하면 공연도 보러 다니고 그랬다. 요즘은 어렵다. 제임스 브라운도 못 보러 가고, 오아시스도 놓치고.

호란 나는 멤버들을 배신하고 혼자 제임스 브라운을 보고 왔다(웃음). 기억에 남는 걸 또 들자면, 작년의 수잔 베가 콘서트. 공연이 훌륭했다기보다는 그저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황홀해하면서 노래 듣고, 사인도 받아왔다. 그런데 베이스와 통기타만 등장하는 단순한 악기 구성이었기 때문에 편성이 허락하는 곡만 연주한 게 아쉬웠다. <99.9F> 앨범에서 들려준 실험적인 사운드를 기대했는데, 꼭 듣고 싶었던 넘버들 중에 놓친 게 많다.

클래지 오래전, 캐나다에서 킹 크림슨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2시간 동안 연주한 음악이 딱 4곡이었다(웃음). 다들 무슨 도사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로버트 플립의 굉장한 팬이다. 맨 앞줄에서 무대 위, 그의 발치에 손을 얹고 우러러보면서 음악을 들었다. 클럽 공연이었기 때문에 가까이 있으니 기타줄 튕기는 소리까지 들리더라. 코앞에서 봤다는 자체만으로 정말 좋았다.

하하, 그 기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면 이런 것도 있나? 아직은 못 봤지만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은 뮤지션의 콘서트.

알렉스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공연을 보고 싶다. 아는 분에게 공연 실황 음반을 받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오히려 나중에 스튜디오 녹음을 접하니 그게 심심하게 느껴지더라. 라이브 음반을 듣고 있다가 이 분들, 머리에 (손으로 머리 모양을 만들며)이만한 가발을 이고 노래하는 모습이 자꾸 상상돼서 막 웃었다.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 브라스 밴드에 맞춰서 같이 춤추고 그러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클래지 나는 매시브 어택. 어떻게 그런 사운드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Mezzanine> 앨범은 정말 좋아한다. ‘Teardrop’같은 곡은 콘서트 때 꼭 한번 해보자고, 우리끼리 이야기도 했었다. 믹싱이나 사운드가 굉장히 훌륭하다. 참, 올해 10월인가 일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원년 멤버가 뭉친다는 소문이 있다. 이 라인업으로는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웃음).

호란 벡을 보고 싶다. 혼자 하는 공연일 텐데 어떤 식일지 궁금하다.

클래지 그런데 벡이 실제 콘서트에서는 뮤지컬 같은 연출을 보여준다고 한다. 쇼맨십이 굉장해서, 어떤 곡인가를 연주할 때는 무대 전체에 책상을 채운 다음 사람들을 자리마다 배치하기도 하고…. 아무튼 공연에 볼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란 그렇다면 더더욱 보고 싶다! 그런데 벡이 한국을 꽤 좋아한다던데? 어릴 때 한인 타운에서 자랐다고 한다. 뮤직 비디오에도 한글이 등장하고, <Sea Change> 앨범의 ‘Paper tiger’ 같은 트랙을 들어보면 엔딩에 가야금 소리 같은 것도 들린다.

그런가?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군. 그나저나 한국을 좋아한다면서 왜 내한 공연은 안 하는지!

알렉스 하하, 맞다. 아, 그런데 나 또 생각난 밴드가 있다. U2!

호란 나는 처음에는 보노 얼굴도 모른 채 U2의 음악만 들었다. 그러면서 보노의 생김새를 나름대로 크리스 마틴(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처럼 상상하고 있었던 거다. 나중에 모습을 확인하고 크게 실망했다.

남자들 일동 보노가 어때서!

호란 한 공연 클립을 봤는데, 점점 다가오는 카메라를 향해 보노가 가슴을 풀어헤치면서 씩하고 웃어 보이는 거다. 그다음부터 도저히 느끼해서 음악을 못 듣는다. 하하.

이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내게 보노는 너무나 멋진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의례적인 질문 하나 하겠다. 콘서트를 마친 뒤 앞으로의 계획은?

알렉스 4월 말까지 방송 활동을 하고 나면 잠깐 쉬지 않을까. 그다음에는 바로 새 음반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참 의례적인 답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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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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