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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의 미술 작품

건축가 최춘웅의 행동반경은 흥미롭다. 2008년 광주 비엔날레 전시 공간을 연출했고, 2009년 플랫폼 전시에서 `무위를 위한 초대`를, 2012년 PLAYTIME 전시에서 `Skipping Stages`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19금 퍼포먼스 릴레이에서 `사랑의 건축술` 강연으로 뜨거운 건축을 얘기하기도 했다.

UpdatedOn January 28, 2013




1 최춘웅 ‘Skipping Stages’ + 김상돈 ‘휘파람’, PLAYTIME, 문화역서울284, 2012 ⓒ남선우
2 최춘웅 ‘Skipping Stages’ + 하지혜 ‘와이파이스테이션’, PLAYTIME, 문화역서울284, 2012 ⓒ문화역서울284
3 최춘웅 ‘Skipping Stages’ + 홍영인 ‘다섯 번째 비밀노래’, PLAYTIME, 문화역서울 284,

미술 전시 내에서 작업을 소개하는 것이 건축가로서 어떤 경험인가?
건축가가 건축의 영역에서 벗어난 미술 작업을 그럴듯하게 하는 것은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건축가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건축의 독특한 영역 내에서 주어진 공간에 접근하고 실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작업의 배경적 개념을 도출하는 것이 의미 있다. 내 생각에 건축의 본질적 가치는 건물의 물리적 존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시장에서도 충분히 건축적 작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미술을 좋아한다. 다른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업을 보고 배우면서 내 건축 작업에 도움을 얻는다.
‘Skipping Stages’나 ‘무위를 위한 초대’를 보면 의자, 평상, 무대와 같은 기능이 내재된 오픈된 플랫폼 형태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무위를 위한 초대’는 숨겨진 창고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도구로서, 앉고, 눕고, 쌓는 것이 가능해야 했고, ‘Skipping Stages’는 실제로 다른 작가들이 사용하는 무대여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해야 했다. 두 작업 모두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했기 때문에 처음엔 사람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점점 흐트러지고 긁히고 더러워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밟고 올라서 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최근 ‘사랑의 건축술’이라는 흥미로운 강연을 한 바 있다. 강연 중에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사랑의 건축술’의 기본 설정은 건축물들도 육체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단순한 배경이 아닌 건축이 사랑의 주체가 되려면 건축물과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구축 요소들의 육체적 은유가 수용되어야 한다.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그런 건축물을 보면서 신음하고 건물을 만져보고 싶은 사람이다. 뜨거운 감각으로 건축을 느끼고, 좋다고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건축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거다. 건축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세상을 사랑하기에는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서 건축 문화가 존재하기 힘들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축물들이 사람처럼 누군가를 유혹할 수도 있을까?
건축을 통한 유혹이 가능하다는 것은 서로 공유하는 문화적 지식과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유혹의 과정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줄고 유혹의 줄다리기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감성적으로 성숙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호르몬의 욕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성적 자극을 나눌 수 있는 문화 수준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금지에 대한 금지

한 소설가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 1백36명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아는 손홍규는 몹시 게으르고, 경제관념이 뚜렷하지 않으며,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기 일쑤다. 그러나 그는 소설을 매우 잘 쓴다. 최근 출판된 그의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를 읽으면 대번에 안다. 그가 훌륭한 소설가란 걸. 그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공정한 선거를 현저하게 훼방놓았단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젊은 문인들은 지난 5년간 정권과 사회에 깊은 좌절을 느꼈고, 다시는 이런 정권이 들어서면 안 되겠다는 데 무한히 동의했으며 연락이 닿은 1백37명이 뜻과 돈을 십시일반 급히 모아 일간지에 ‘진정한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광고를 냈다. 실무적인 일은 손홍규 작가가 맡았다. 현행 선거법상, 보도자료나 시국 선언 등은 허용이 되지만 광고를 통해 특정 후보 지지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누구를 지지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후보 이름도, 기호도, 당도 밝히지 않았다. ‘정권 교체’란 선거 기간 내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된 단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 단어를 문제 삼았다. 12월 19일,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한 작가가 고발된 것이다. 나머지 1백36명에게도 같은 조치가 행해질 것이라고 한다. 골방에 있던 작가가 광장까지 나오기에는 숱한 고민과 큰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나오면 그들은 드세고 끈질기다. 황석영, 박범신, 신경숙, 한강 등 선배 작가가 선관위 고발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작가 단체가 항의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젊은 문인은 벌금형이 나오면 그냥 몸으로 때우겠다고 ‘노역’을 공언했다(난 아니다). 필자는 1백37명 중 하나다.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가 있다. 전세금 대출 이자와 각종 공과금에 시달린다. 그러니 입 닥치고 얌전히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필 문학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쓰기 때문이다. 표현을 금하라는 선관위의 고발은 문학을 금하라는 권력의 고문처럼 들린다. 문학은 금지하는 모든 것을 금지한다. 당신의 고발을, 문학의 입으로 금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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