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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신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조명 아물레또를 한국에 론칭한다는 얘기를 듣고 세계적인 제품 디자이너들이 생각났다. 에토레 소트사스같이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필립 스탁, 론 아라드같이 익숙한 이름을 일단 제외하니 몇 명이 남았다.

UpdatedOn December 02, 2012




 

야콥 옌센 Jacob Jensen 1926~
이 덴마크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중 나이가 가장 많을 거 같다. 심지어 아래 인터뷰한 알레산드로 멘디니 할아버지보다 다섯 살이나 많다. 야콥 옌센 할아버지는 1964년부터 무려 30여 년 동안 뱅앤올룹슨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뱅앤올룹슨 스피커의 미니멀한 웅장함은 이 할아버지의 작품이다. 직선은 명료하지만 냉기를 동반한다. 독일산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정서는 직선 때문이다. 하지만 야콥 옌센은 직선으로 조합된 물체가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명백한 직선이 휘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실현한 마술사였다. 

후카사와 나오토 Fukasawa Naoto 1956~
후카사와 나오토가 무인양품의 CD 플레이어를 디자인했다. 그 CD 플레이어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건 미니멀리즘이란 촌스런 단어로 설명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다. 이 일본 출신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보태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제품이 지닌 하나의 목적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것. 이를테면 CD 플레이어를 디자인할 때 그는 좋은 소리를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것들 속에 사는지 느낄 수 있다. 그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대체로 그렇듯 의자도, 시계도, 전화기도, 칫솔도 디자인한다.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지금, 지구에서 손에 꼽힐 만큼 많이

세바스천 롱 Sebastian Wrong 1971~
세바스천 롱은 1971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마흔두 살이다. 30대에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된 것 같다. 많은 선배 디자이너들이 그랬듯 그 역시 간결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든다. 흔히 이런 디자인을 미니멀리즘이라고 명명하는데 물론 이렇게 표현하는 건 폭력적이다. 우리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작품도 세부의 결이 존재하고, 그 각각은 고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보면 그가 만든 조명은 알바 알토의 것과 다르고 톰 딕슨의 것과도 다르다. 여기 사진이 실리진 않았지만 (구글에서 ‘헤이디’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그가 만든 가구는 실용주의자들이 사랑하는 직선으로 직조됐다. 그러나 겉은 동화적인 색들로 칠해져 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그가 믿는 고유함은 ‘위트’가 아닐까. 그가 만들 또 다른 한

카림 라시드 Karim Rashid 1960~
한편으론 필립 스탁보다 자주 회자되는 이름을 여기 거론하는 게 옳은가 고민했지만, 빼기도 애매해서 넣었다. 구글에서 ‘Karim Rashid’를 치고 검색 결과를 보면 0.15초마다 한 번씩 검색된다고 나온다. 보는 순간 기억되는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작품엔 이런 수식이 붙는다. ‘기하학’ 주조할 수 없을 것 같은 선이 그에 의해 현실에 등장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초현실’ ‘퓨처리즘’ 같은 단어로 설명한다. 덧붙여 내게 그의 작품은 ‘색’으로 인식된다. 그도 물론 블랙과 화이트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있어야 할 관습적인 위치에 사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가 만든 수도꼭지는 검은색이다. 화분은 보라색이다. 이것이 익숙하다면 한 대선 후보가 인용한 문장처럼, 미래가

 

마크 뉴슨 Marc Newson 1963~
아래 실린, 온통 은색인 의자는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제품들 못지않게 미래의 것처럼 보인다. 이 의자는 소더비 경매에서 22억에 낙찰됐다. 차가운 금속이 부드럽게 접붙어 있다. 마크 뉴슨의 무기는 ‘첨단 기술’이다. 카림 라시드의 ‘선’도 그랬지만, 마크 뉴슨의 선과 제품을 만드는 방식들, 이를테면 금속을 부드럽게 말아 붙이는 것은 첨단 기술에 의지한다. 그가 디자인한 나이키 운동화 ‘즈베즈도츠카’ (역시 구글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도 이런 면을 잘 보여준다. 구조, 선, 전체적인 틀을 보고 있으면 ‘아, 마크 뉴슨의 작품이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호주 출신이라는 점은 그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단서다. 호주는 대한민국만큼이나 디자인이 별로인 나라다. 그래서 그는 그 나라의

재스퍼 모리슨 Jasper Morrison 1959~
재스퍼 모리슨 하면 역시 의자다. 그런데 카림 라시드나 마크 뉴슨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뭐랄까, 셋은 비슷한 나이지만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은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듯하다. 절제, 간결함, 단조로움 같은 단어를 연상할 수 있다. 그의 의자를 여러 개 찾아보면 소재의 다양함이 눈에 띈다. 그리고 직관적이며 경쾌하다. 색색이 눈부신 ‘매직스 에어 체어(Magigs Air Chair)’는 흡사 폴 스미스의 셔츠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재스퍼 모리슨은 런던에서 태어난 영국 출신 디자이너다. 성급한 일반화겠지만 위트, 알록달록(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은)한 색은 런던 출신 디자이너의 본질 같다. 신기하지만 앉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의자들을 보다가 재스퍼 모리슨의 의자를 보면, 앉아서 쉬고 싶어진다. 이런 걸 ‘실용적’이라고

가에타노 페세 Gaetano Pesce 1939~
의자 하면 가에타노 페세였다. 재스퍼 모리슨보다 스무 살 많은 이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그의 ‘베이스’는 건축이다. 그의 의자는 재스퍼 모리슨의 안락함과 위트, 마크 뉴슨이나 카림 라시드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다 내포하고 있는데(도무지 옛날 아저씨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아마도 건축을 공부한 경력 때문이 아닐까? 또한 그의 의자는 해체주의 미술 작품 같기도 하다. 의자가 지닌 본질에 대한 물음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건축물을 바라볼 때 건축가의 의도, 건축의 본질 따위를 종종 생각한다. 하지만 의자에 앉을 땐, 그냥 의자에 앉는다. 가에타노 페세의 의자 앞에 서면 미술 작품을 바라보듯 생각한다. 그러다 다리가 아파서 앉으면, 그의 의자는 ‘생각’을

톰 딕슨 Tom Dixon 1959~
물론 톰 딕슨도 의자로 유명해졌다. 그가 만든 S 의자는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의자 중 하나다. 발포스티로폼 의자는 실용적이고 가벼울 뿐 아니라 저렴하다. 또한 그는 ‘미러 볼’이라는 조명으로 스스로를 빛냈다. 조명에 금속 외관을 여러 개 배치해 서로를 비추며 반사하게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자체 발광’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시적인 제품이 있다. ‘비트 라이트’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팻, 와이드, 톨 세 종류다. 하늘에서 내려온 고요한 빛 같다. 물론 미러 볼도 천장에 설치하지만, 비트 라이트는 요란하지 않다. 침묵이 빛이라면 아마 이런 빛일 거다. 톰 딕슨은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젊었을 때 오토바이 마니아였다. 그는 오토바이를 가지고 놀며 기술자처럼 금속을 다룰 줄 알게 됐다. 그의 디자인은 이런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는 튀니지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 때 영국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타더라도 영국에서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나눈 대화

어쩌면 여기 거론한 디자이너 중 누군가의 본보기였을 디자이너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에토레 소트사스가 떠난 지금 당신이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대부라고들 하던데, 이런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얼마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지 표현하는 데 대부라는 호칭은 알맞은 단어인 것 같다. 나는 어떤 경우든지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에토레 사트사스, 미켈레 데 루키가 맹렬히 활약하던 시대와 젊은 디자이너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의 이탈리아 디자인계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 젊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디자인 영역은 나이 든 디자이너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디자인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디자인과 정보는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의 어떤 것이 되었다. 게다가 격렬해지는 세상에서 자신의 방향을 잡기란 쉽지 않다.


당신이 아물레또를 디자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잉고 마우러다. 당신과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 ‘조명 디자인의 신’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
잉고 마우러는 빛을 만들어내고 우아하게 표현하는 데 삶을 바친 천재다. 나의 아물레또 램프는 미우러의 작품보다는 실용적이고 덜 특정적이며 내 디자인의 아름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신은 의자도 디자인했고, 시계도, 주방용품도, 와인 오프너도 디자인했다. 디자인할 수 없는 것도 있나?
동양의 디자이너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텔레비젼을 디자인하는 재능은 나의 감성과 거리가 멀다.

아물레또를 정말 당신의 손자를 위해 디자인 했나? 그렇다면 당신의 손자는 이 조명을 받고 뭐라고 말했나? 당신의 손자라면... 서른 살은 족히 될 것 같은데?
내 손자,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아물레또 램프를 보자마자 좋아했다. 그들은 즉시 가지길 원했다. 특히 작은, 세가지 색이 조합된 아물레또를 좋아했다. 나는 두 명의 손자가 있는데 여덟 살과 여섯 살이다.

한국에선 당신이 한 말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고, 감성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미소와 로맨스를 건네는 것"이란 말이 유명하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시와 같고 감성을 주고 생각하게 하며 미소와 로맨스"까지 주는 일이 가능한가?
아흔이 되려면 아직 9년이나 남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는 게 이탈리아 디자인의 전통이다. 경험과 호기심의 조합이 최상의 공식이다.

흔히 "세계적인" "세계 3대 디자이너" 같은 말을 별 생각없이 많이 쓴다. 당신이 생각할 때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면 어떤 걸 갖춰야 하나? 상상력, 로맨스, 이런 얘기는 뻔하다.
세상 물정에 밝고 정직하며 관대해야 한다.

나도 아불레또의 사진을 보고 아이들처럼 바로 갖고 싶었다. 나야말로 정확히 당신의 손자뻘이기도 하고 그래서 홍보 담당자에게 말했다. 할인해달라고 그런데 안 해준다. 당신이 한마디만 해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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