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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가게

On August 28, 2012

남자가 볶고, 굽고, 파는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 가게에서 꾸는 꿈을 들어보았다.




 

이 | 진 | 욱
Disco Surf

최근 핫 스폿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남동 거리의 어두컴컴한 골목을 어슬렁거리노라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디스코 서프’.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한잔 걸칠 만한 곳인지, 그냥 물건 파는 가게인지 헷갈린다. 이럴 땐, 심호흡 한번 들이쉬고 용감하게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럼 클럽 신에서 아주 유명한 DJ이자 이곳 주인장인 이진욱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주인과 만나기까지 통과의례가 필요하다. ‘당신이 서핑이라는 문화에 한 발 담그고 있는가, 혹은 지대한 관심이 있는가’다. 물론 이진욱과 평소 친분이 있거나, 혹은 지인의 이름을 팔 수 있다면 문제없다. 왜냐하면 디스코 서프는 단순히 술과 제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문화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약 1년 전쯤 서핑에 흠뻑 빠지기 시작한 이진욱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서핑 장소인 강원도 양양에서 1년만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했단다. 집도 알아봤다고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너무 막연했다. 이 모호함의 구체적 실현이 바로 2012년 봄에 문을 연 디스코 서프였다. “처음에는 서핑 콘셉트의 음악이 좋은 작업실을 구상했다. 친구들도 놀러 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디스코 서프에는 그 흔한 메뉴판도 없다. 한참 더운 여름엔 헨드릭스 진에 오이 슬라이스를 첨가한 술을 팔고, 우롱차와 일본 소주를 믹스한 우롱하이를 판매한다. 물론 캔맥주도 마실 수 있다. 너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물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들어오는 분에겐 여긴 서핑 숍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열린다. 나 역시 이제 서핑 초보 단계를 겨우 넘어선 상태라 초보자의 비애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게 이야기이고 문화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꽤나 널찍한 공간을 혼자 관리해야 하기에 한 번에 세 테이블 정도가 한계다.” 디스코 서프 운영으로 이익을 보는지가 궁금했다. “이젠 부업이 아닌 본업이 된 것 같다. 현재는 용돈 벌이 정도는 된다. 이쯤에서 만 39세까지 가능하다는 청년창업대출을 신청하려 하고 있다. 조금 더 큰 사업을 위해서다. 낼모레 마흔이라 빨리 받아야 한다.” 대출받아서 무얼 하려는지 물었다. “현재도 서프보드나, 서핑 수트 등의 전문 제품과 새러데이 서프 NYC, 빌라봉, 인사이트 등의 브랜드 티셔츠 및 보드 쇼츠를 판매하고 있지만, 조금 더 전문적인 편집매장의 구색도 갖추고 싶기 때문이다. 호주의 데우스(DEUS)라는 서핑 및 바이크 브랜드와 파타고니아 서핑 라인을 취급해보기 위해 현재 접촉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하하. 물론 이루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혹 한남동을 어슬렁거릴 일이 있다면 디스코 서프에 들러 <아레나>와 서핑을 빌미로 이진욱과 대화해보길 권한다.

address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9-4
tel 02-749-9838
open 오후 5시 ~ 오전 2시

 

유 | 현 | 구
Williamsburg-er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니 그냥 서울이라 해도 무방한 판교 IC를 지나쳐 조금만 가면 뉴욕 힙스터의 성지 윌리엄스버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서 윌리엄스버그 거주민이었던 유현구 셰프를 만날 수 있다. 처음 윌리엄스버거를 소개받고, ‘햄버거집 이름 하나 재미있게 잘 지었네’라는 생각을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er’에서 알 수 있듯 윌리엄스버거는 사람을 뜻한다. 유현구 셰프의 윌리엄스버거는 단순한 햄버거집이 아닌, 뉴욕 브루클린식 이탤리언 푸드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아메리칸 식당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오후, 윌리엄스버거 유현구를 처음으로 대면했다. 마침 그에 대해서는 지인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었다. 유현구는 전직 포토그래퍼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포토그래퍼들이 그의 친구이거나 선후배다. 그러다 보니 그가 오픈한 윌리엄스버거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나 있었다. “애초에 사진을 더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 고민이 시작됐다. 결론은 요리였다. 그래서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요리를 공부하러 오는 많은 이들이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때 내게 프랑스 요리는 조리 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예쁘게 보이는 것에 비해 그냥 그렇다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간단하면서도 저렴하고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가 더 좋았다. 그래서 뉴욕의 유명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인턴 과정도 밟고 본격적으로 일도 했다.” 8년여의 뉴욕 생활을 마치고 작년 3월 귀국한 유현구는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내기로 마음먹었고, 올 4월 윌리엄스버거를 열었다. 윌리엄스버거에서는 버거, 파스타, 브런치 등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여타 레스토랑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직접 만드는 베이컨이 가장 중요한 차이가 아닌가 싶다. 버거에 토핑으로 오를 뿐만 아니라, 파스타 및 피자의 토마토 소스를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되는 것이 이 수제 베이컨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는 현재 숙성 중인, 허브로 가득 둘러싸인 베이컨을 내보인다. 맛보라며 살짝 구운 두툼한 베이컨 한 조각을 낸다. 허브와 후추 향이 가득한 베이컨 맛이 일품이다. 만일 가로수길이나 이태원에 가게를 냈으면 시쳇말로 대박 났을 거라고 했다. 유현구는 “물론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게는 첫 사업이었고, 연습이기도 했다. 무리수를 두긴 싫었다”고 한다. 서울과는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오픈한 이후로 손해를 본 적은 없단다. 또 이 지역이 분당 정자동 카페 거리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것에도 희망을 건다.홀로 매일 생면을 뽑고, 베이컨과 소시지를 직접 만드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제맛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 이런 그의 모습에서 윌리엄스버거가 전부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의 다음 행보로는 진짜 제대로 아시안 푸드 레스토랑을 구상 중이다. 물론 이제 갓 시작한 윌리엄스버거의 성공 이후다”라고 말한다. 만일 당신이 여유로운 주말 브런치가 생각난다면 혹은 시원한 저녁 바람에 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다면 당장 윌리엄스버거로 발걸음을 옮기길 바란다. 

address 경기도 분당구 백현동 579-4
tel 031-8016-7676
open 정오 ~ 오후 10시
(주말 오전 11시부터, 월요일 휴무)

 

김 | 현 | 덕,  신 | 동 | 일
Coffee D.N.A

이른 아침, 택시에 올라 주소를 건넸다. 목적지 근방에서 하차했다. 들러야 하는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갓 볶은 커피 향이 주변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그 향을 따라 커피 디앤에이에 다다랐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한 아침을 맞을 것 같다는 상상이 들었다. 외대와 경희대 사이에 위치한 커피 디앤에이는 테이크아웃 카페인 동시에 로스팅 랩이다. 커피 한 잔을 내려준다. 에디터는 커피 애호가 중 한 명인지라, 당장 맛보고 싶었다. 진하면서 그윽한 향이 입 속에 맴돈다. 어떤 원두를 사용했느냐 물었더니 이제 서른 살을 갓 넘긴 젊은 청년 사장이 답한다. “처음엔 한 가지 원두를 사용했었다. 진한 초콜릿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블렌딩을 시작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금 마시는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는 7가지 원두를, 라테에는 6가지 원두를 사용한다”고 했다. 이런 맛난 커피를 뽑아낼 재주가 있는데, 왜 굳이 이리 외진 곳에 가게를 냈냐고 나무랐다. “여기 월세가 아주 저렴하다. 동시에 나름 경쟁력이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주요 상권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데, 우리 나름의 커피 맛을 찾아가는 시간도 필요했기에 이곳에서 작게 시작했다”고. 대학 동기로 서로 다른 일을 하다 의기투합한 김현덕, 신동일 사장은 최근 난무하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다. 그러니까 이들은 독학 바리스타인 셈이다. 그들은 400℃를 상회하는 로스팅 기계 앞에서 숱한 땀방울을 흘렸다. “올 3월 초 오픈하고선 디앤에이의 블렌딩 커피를 만들기 위해 50kg 이상 생두를 버리기도 했다. 이 노력이 통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커피를 사가는 손님이 늘고, 다른 카페에서도 우리 원두를 찾는다.” 6평 남짓한 커피 디앤에이의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기계들이었다. 보기에도 고가의 고급 머신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업 매출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물어보았다. “하루 200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주신다. 그 덕에 분명 이익은 꽤 나는 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수익을 모두 기계 및 시설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 덕에 커피 디앤에이의 커피는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 기준) 2천5백원의 아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현재는 머신 커피만이 메뉴에 기재되어 있지만, 커피 디앤에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비밀리에 진행된다. 일단 장비 특성상 하루 2병밖에 내릴 수 없는 더치 커피다. 잔으로 판매하진 않아 예약에 한해 병당 1만2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또 이곳의 자랑인 브라질 비뇨(vinho, 와인 향이 나는 커피) 핸드드립 커피도 원하는 고객에게만 내려준다. 커피 디앤에이의 인기 메뉴는 자몽 1개를 온전히 짜서 내주는 자몽에이드와 베트남 연유의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월남 라테다. 내년 봄에는 강남역과 광화문에서 또 다른 커피 디앤에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서울 외곽에서 열심히 커피를 볶던 두 청년의 진한 향을 곧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커피 디앤에이의 젊은 두 사장은 커피계의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미국 로스터스 ‘스텀타운’처럼 자신들의 커피 유전자가 한국에 퍼져나가길 꿈꾸고 있다.

address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336-3
tel 02-960-0447
open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일요일 휴무)
(왼쪽부터) 신동일, 김현덕

 

조 | 진 | 용
Ginsberg

그는 마케터였다. 도쿄에서 NTT 등을 상대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껌 씹듯 주물럭거리던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출장길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니 비행기 타기가 싫어지고, 두려워지고 끔찍해져 병원에 갔다. 수차례 진찰 결과 그의 병명이 ‘폐소공포증’으로 판명되었을 때 자신도 주변도 인정할 수 없었다. 명랑 쾌활 수다 작렬 조진용에게 폐소공포증이라니. 결국 그는 비행기는커녕 승용차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치료법이 병행되었다. 조진용은 디지털 세계에 함몰되어 있었고 그 결과 신체 감각이 무뎌지고 정신적인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그는 신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밀가루 반죽을 선택했다.
그가 반죽 공부를 위해 도쿄의 유명 베이커리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마케터 경력 때문일까? 그는 반죽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착하고 순수한 먹거리가 점점 잔혹해지는 인간을 순화시키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대강의 사업 계획까지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천연 효모와 유기농 밀가루를 자신이 만드는 빵의 주원료로 결정했다. 그는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유기농 빵집의 스튜디오를 순례하면서 주인장들의 먹거리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배웠다. 관건은 자신만의 천연 효모를 발명하는 일이었다. 그는 수차례 실패 끝에 건포도를 이용한 두 가지 천연 효모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고, 치료도 지속되었다. 천연 효모 발명에 성공한 뒤 그는 폐소공포증과 완벽한 작별을 하고 빵집 시장 조사를 겸한(마케터 아니랄까봐!) 유럽 여행길을 떠난다. 김포와 나리타도 후덜덜거리며 오갔던 그가 매우 편안하게 14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뮌헨 공항에 내렸다.
‘돈’이 문제였다. 조진용은 유럽 여행이 마무리될 즈음 런던의 한 서점에서 결론 내렸다. 본인도 예견했듯이 천연 효모와 유기농 밀가루, 천일염 등으로 만드는 빵집이란 자연과 순리를 따르겠다는 착하고 여유로운 마음의 집합체다. 그러므로 핍진한 삶을 각오해야 하고 돈보다는 정신을 다듬는 일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앨런 긴즈버그’는 자본주의로 병들기 시작하던 1960년대 미국에 ‘자본의 부속물이 아닌 독립된 자유 인간’을 표방한 ‘비트제너레이션’ 운동의 지도자이자 시인이었다. 그의 정신, 실천력, 게다가 낭만적인 문장에 매료된 조진용은 자신이 발명한 천연 효모의 이름을 ‘긴즈버그’로 하겠다고 그 서점, 그 책 앞에서 선언했다.   
양평군 서종면 ‘긴즈버그’는 개업과 함께 유명 빵집이 되었다. 서종면 사람들, 양평 일대에 이주했거나 주말 거처로 이용하고 있는 보보스족, 자녀들의 먹거리로 고민하는 개념 엄마들이 단골이 되었고, 긴즈버그의 천연 빵을 먹고 신경질이 줄어가고, 빵을 먹고도 소화가 펑펑 되는 경험을 했고,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발 빠른 사업가들의 제휴 제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조진용은 하루에 꼭 1백 개의 빵만 만든다. 자신의 삶이 다시 행복해진 만큼, 자연을 믿고 서서히 흘러가겠다는 생각이다.  

address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398-3
tel 031-771-8798

남자가 볶고, 굽고, 파는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 가게에서 꾸는 꿈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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