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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파헤친 기발하고도 낯선 정체의 물건들.

UpdatedOn July 04, 2012




자전거 탄 풍경
르네 라코스테가 입던 우아한 경기복이 맘에 들어 테니스를 배울까 생각했고, 한정판 농구화 때문에 농구가 하고 싶은 경우가 가끔 있었다. 얼마 전엔 괜찮은 자전거를 하나 사고 싶었다. 이게 다 리바이스의 ‘커뮤터(Commuter)’ 라인을 보고 난 후였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위한 옷인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민망한 쫄쫄이 옷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볼 법한 간결한 옷에 자전거 타기 좋은 기능과 요소들을 명민하게 적용했다. 예를 들면 안장에 앉았을 때 상의가 올라가 속옷이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를 길게 디자인한 재킷, 벨트 라인에 자물쇠를 꽂을 수 있는 치노 팬츠, 방수가 가능한 데님 트러커 재킷 같은 것들이다. 빈폴 아웃도어의 ‘P+P’ 라인 역시 자전거 타기에 최적화된 디자인의 옷들을 전개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기능적인 포켓, 바지가 체인에 걸리는 걸 막기 위한 스트링 장식, 기능적 소재, 움직임을 고려한 입체 패턴 재킷 등 라이더의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스타일 좋은 옷들을 속속 소개하고 있다. 어떤가. 라이딩 욕구가 절로 생기지 않나?
늘어뜨린 밑단이 실용적인 재킷 43만8천원·스트링이 달린 카고 팬츠 15만8천원 모두 빈폴 아웃도어 제품.

 

소화기의 불타는 진화
우체통이 빨간색이고 돼지 저금통이 빨간색인 것처럼 소화기도 언제나 빨간색이었다. 소화기는 소화기일 뿐, 지금과 다른 디자인은 생각해본 적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프랑스의 소화기 제작업체인 파이어 디자인은 소화기에 디자인을 부여했다. 색상과 글자체, 일러스트, 재치 있는 콘셉트를 적용해 오직 불을 끄는 도구로만 여겼던 소화기를 하나의 오브제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들이 디자인 소화기를 선보인 이유는 어디에나 있는 소화기를 패셔너블하게 바꿔놓으면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고. 그들의 의도대로 이 소화기들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소유하고 싶게 만든다. 화려한 외양 때문에 성능을 의심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내용물을 소진하게 되면 프랑스 본사로 보내 리필할 수도 있다.
(왼쪽부터) 크롬 스틸 소화기 89만9천원·빈티지한 디자인의 소화기 29만7천원·와인병을 모티브로 제작한 소화기 32만8천원 모두 파이어 디자인 by 셀러브레이션 제품.

볼일 볼 때 쓰는 향수
여자친구의 집에 갔다가, 혹은 여러 명이 한방을 쓰는 여행지에서, 또는 사람이 많은 화장실에서 큰일을 봤는데 냄새가 난다면, 그 민망함은 어쩔 건가. 다음에 들어갈 어느 누군가를 위한다면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한다. 아페쎄와 에이솝이 화장실 에티켓을 위한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포스트 푸 드롭(Post Poo Drop)’이라는 직설적이고 재밌는 이름의 화장실 탈취제로 변기 물을 내리고 몇 방울만 떨어뜨리면 향긋한 감귤 향이 이내 화장실에 퍼져 당당하게 화장실 문을 나설 수 있다. 게다가 민망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내 집 화장실에 두고 매너 있는 남자인 척하기도 좋다. 진중하게 생긴 갈색 병을 감싼 흰색 라벨에는 니체의 명언이 쓰여 있다. ‘자기 안에 카오스가 있어야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 이 문장의 의미에 대해선 볼일을 보며 생각해보자.
감귤 향의 포스트 푸 드롭 100ml 6만2천원 아페쎄×에이솝 제품.

 

덧신이 간다
갈로슈는 비 오는 날 구두 위에 덧씌워 구두를 보호하는 고무 소재의 덧신이다. 이런 형태의 신발은 중세 시대부터 존재했지만 정작 신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잘빠진 구두를 막무가내로 덮어버리는 디자인 때문에 줄곧 소외당한 거다. 실용적인 건 명백한 사실이지만 오직 실용성 하나로 제품의 가치를 논할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갈로슈가 곧 유행이 될 조짐이다. 프라다와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2012년 F/W 컬렉션에서 갈로슈를 응용한 신발이 꽤 등장했다. 프라다에서는 페이턴트 구두 위에 갈로슈를 덧씌우고, 몇 개의 구두는 아예 갈로슈 씌운 디자인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갈로슈로 유명한 오슬로의 스윔스(swims)와 합작해 갈로슈를 포멀하게 뒤바꿔놨다. 언뜻 보면 갈로슈의 존재감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다. 이 같은 매끈한 진화를 거친 갈로슈는 비 오는 날 신을 수 있는 신발의 최상의 대안이 될 거라 확신한다. 갈로슈를 덧씌운 듯한 형태로 제작된 검은색 구두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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