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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올림픽을 입에 담지 마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동생을 동생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올림픽을 올림픽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누가? 왜?

UpdatedOn July 04, 2012




올림픽이 다가오는데 열기가 시원찮다.

 “IOC 때문에 판을 키울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니까요.” 익명의 스포츠 브랜드 마케터가 말한다. “아니면 제대로 하던지.” 누가 뭘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까? “삼성(전자제품), 비자(신용카드), 맥도날드(패스트푸드), 이런 데죠. 이런 회사들이 올림픽 앞두고 뭘 준비하고 있는지 일반 사람들은 거의 모른다고요.” 이들은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 즉 스폰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에 돈을 내는 회사다. IOC는 그 돈으로 올림픽을 치른다. 코카콜라(음료), 아토스(사무자동화 기기), GE(가전제품), 오메가(시계), 파나소닉(전자제품), 에이서(노트북), P&G(생활용품), 다우(화학) 이렇게 11개 회사가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다.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돈을 냈기 때문에 권리를 갖는다. 그러니까 저 익명의 마케터는 권리를 획득한 월드와이드 파트너가 올림픽 열기를 끓어오르게 할 자격이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직접 못할까? IOC에 천재가 있는 게 분명하다. IOC는 ‘RULE 40’이라는 걸 만들었다. ‘RULE 40’은 하면 안 되는 수십 가지를 적은 문서다. ‘RULE 40’은 광고가 허용되는 여러 예를 알려준다. 쉽게 말하면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를 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선수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 예로 최근에 갑자기 비자 카드 페이스북에 장미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비자가 올림픽 출전 선수인 장미란과 계약을 맺은 것이다. 비자 카드 페이스북에 들어가 장미란을 응원하는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장미란의 육성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다. 이 영상엔 올림픽 오륜 마크가 새겨져 있다. 


P&G는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와 계약을 맺었다. P&G는 ‘땡큐 맘(Thank you Mom)’이란 캠페인을 준비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와 선수를 키운 어머니, 즉 가족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그리고 이용대는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소속이다.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삼성은 이용대를 ‘사용’해 무엇인가 해볼 권한을 갖고 있다. 이용대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삼성은 ‘RULE 40’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발 빠르게 TV 광고를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영국 출신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영국 출신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를 런던 올림픽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올림픽 기간 중에 런던 곳곳에 ‘SAMSUNG’과 오륜 마크가 나란히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 그 장면을 올림픽을 시청하는 세계인들이 볼 것이다.


비자도 P&G도 삼성도 스포츠와는 상관없는 브랜드지만 그들은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찍을 수 있고 광고에 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물론 ‘RULE 40’에는 선수와 올림픽이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RULE 40’은 특정 선수가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리고 월드와이드 파트너라고 해도 올림픽 오륜 마크, 엠블럼 등을 사용할 때는 별도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IOC는 월드와이드 파트너에게 관대하다.
정작 스포츠와 관련 있는 기업들은 어떨까? 그들 중 누구도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가 아니다. 리복의 한 마케터는 말한다. “저희는 그냥 관전만 해요. 올림픽 파트너도 아니고, 저희 회사와 관련 있는 선수 중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타 선수도 없어요.”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타 선수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질까?


푸마 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우사인 볼트다. 볼트는 올림픽에서 푸마의 스파이크를 신고 달린다. 그렇다면 푸마는 우사인 볼트와 광고를 찍거나 광고에 준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푸마와 우사인 볼트 사이의 비즈니스니까. 그런데 광고를 찍어도 우사인 볼트가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 당연히 올림픽 오륜 마크나 엠블럼도 사용할 수 없다. 올림픽에서 푸마의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은 맞지만 그 사실을 적을 수도 없다. 광고니까. 기업이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에도 올릴 수 없다. ‘올림픽’이란 단어 혹은 그걸 연상할 수 있을 만한 무엇도 사용하면 안 된다.
왜 못하게 할까? ‘RULE 40’에는 적혀 있다. ‘이는 올림픽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게 후원해주는 공식 파트너만이 가질 수 있는 독점적인 혜택을 방해하는 행위다.’ 


그런데 애매한 게 있다. 올림픽과 연관만 시키지 않으면 푸마가 우사인 볼트를 광고에 사용하는 건 자유다. 그건 우사인 볼트와 계약을 체결한 푸마가 ‘가질 수 있는 독점적인 혜택’이다. 그런데 ‘RULE 40’은 런던 올림픽이 시작되기 열흘 전인 7월 18일부터 폐막 3일 후인 8월 15일까지 이 혜택을 제한한다. 어? 그럼 그 기간 중엔 진작 제작한 광고들도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올림픽과 상관없어도? 그렇다. 최근 푸마의 지면 광고는 모델이 우사인 볼트에서 이효리로 바뀌었다. 푸마 홈페이지 전면 이미지도 우사인 볼트에서 이효리로 바뀌었다. 아직 ‘RULE 40’에 명시된 날짜는 오지 않았고, 푸마 관계자에 의하면 마케팅 포인트가 러닝 라인에서 라이프스타일 라인으로 바뀐 것뿐이다. 하지만 올림픽 때 러닝 라인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라인을 주력으로 마케팅한다는 건 역설적이다. “푸마 홈페이지에 우사인 볼트에 대한 뉴스, 관련 제품 정보가 많이 올라가 있는데 7월 18일 전에 전부 내려야 해요. 그것도 ‘RULE 40’에 위배되거든요.” 푸마 마케팅팀의 김형식이 말한다. 올림픽과 전혀 상관없는 기간에 올림픽과 전혀 상관없는 뉴스를 올린 건데도 7월 18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모두 내려야 한다. 이 기간에는 언론사에 ‘우사인 볼트가 올림픽에서 신는 스파이크’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도 보낼 수 없다. 이 정도면 영업 방해 아닌가? 아닌…가?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 함께 생각해보자.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는 LG 에어컨 휘센 광고 모델이다. 손연재는 올림픽에 참가한다. 그러면 LG는 7월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 광고를 사용 못할까? “네, 그 기간 중엔 다 내려야 해요. TV도, 지면도 안 돼요.” 손연재의 소속사인 IB 스포츠의 김동욱 국장은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곤혹스러운 경우도 많아요. 올 초에 출시하기로 예정됐던 게임이 있었는데, IB 스포츠에 소속된 선수가 그 게임의 광고 모델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게임 개발이 늦어져서 출시 시점이 올림픽 기간이랑 겹친 거예요. 사실 이런 건 올림픽과 상관이 없는 광고인데도 할 수가 없어요. 물론 잘 조절해서 대안을 찾아보겠지만.” 그래서 물었다. “그건 영업 방해 아닌가요?” 억울하다는 듯한 목소리의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중에 그런 일이 생기면 선수는 제명당하는 거예요.”


나이키는 축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한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다. 아디다스가 월드컵의 오랜 파트너인 것에 비해 나이키는 세계적인 대회의 공식 파트너였던 적이 없다. 나이키의 방침은 팀과 선수를 후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올림픽의 공식 파트너 지위보다 세계적인 팀 혹은 세계적인 선수의 파트너가 되는 쪽을 택한다. 올림픽 혹은 올림픽이 지핀 에너지를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2008년도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해였다. 더불어 ‘나이키+ 휴먼 레이스 10K 서울’이 열린 해였다. 이 러닝 대회는 ‘위 런 서울 10K’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위 런 서울 10K’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마라톤 대회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나이키+ 휴먼 레이스 10K 서울’ 때 한강을 메운 건 젊은 남녀였다. 이 대회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열렸다. 베이징 올림픽 ‘RULE 40’이 명시한 올림픽 기간을 넘긴 직후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태권도 선수 차동민, 임수정이 참가했다. 물론 나이키가 섭외했다. 금메달리스트들에 대한 관심이 식기 전에, 그들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이날을 택한 걸까? “보다 넓은 측면에서 볼 때 올림픽이 지핀 에너지를 활용하고 싶었던 거예요. 선수들만 뛰고 선수들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선수들이 경기하는 걸 본 젊은이들이 그들 스스로도 뛸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실제 함께 뛰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나이키의 마케팅 담당자 제연숙이 말한다. 나이키도 올림픽의 무엇을 사용하긴 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의 ‘RULE 40’으로도, 규정이 더 엄격해졌다는 런던 올림픽 ‘RULE 40’으로도 구속할 수 없다. 나이키가 사용한 건 올림픽 오륜 마크도, 마스코트도, 경기장 사진도 아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열기였다.


“아마 갈수록 심해질 거예요, 이런 제재가. 월드컵도 따라서 엄격해질 거고요.” 푸마의 김형식이 말한다. “우사인 볼트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다 같이 응원하면서 경기 보는 이벤트 같은 걸 하면 올림픽 열기도 지피고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 역시 푸마의 김형식이 말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되지도 설레지도 않는 건 사람들이 예전보다 둔해져서일까?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한강 시민공원에 모여 큰 스크린으로 함께 본다고 가정하자. 2008년 남아공 월드컵 때보다 거쳐야 할 단계들이 많다. 무척 복잡한 문제가 됐다. IOC에 천재가 있다면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스타는 광고를 찍는다. 광고는 스타와 광고주 사이의 비즈니스다.

 IOC는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이 비즈니스를 제한한다. 그게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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