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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캣 박은지

우먼 인 블랙, 즉 <아레나>가 지향하는 재(才)와 색(色)을 겸비한 블랙칼라 워커라는 콘셉트를 여성 버전으로 바꿔본다면 딱 그녀에게 맞춤하지 않을까? 7년 동안 기상 캐스터의 `지존`으로 남심을 장악해온 박은지가 드디어 새로운 행보를 내디뎠다. MBC <나는 가수다 2>와 MBN <창과 방패>에서 주역으로 비상하며 지성과 고혹을 곁들인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

UpdatedOn May 31, 2012





 

 

 

검은색 재킷 아이잗컬렉션, 실버 튜브톱 김동순 울티모, 검은색 반바지 르이, 검은색 펌프스 발리 제품.
(왼쪽 페이지) 검은색 튜브톱 미니 드레스 봄빅스엠무어, 검은색 페이턴트 오픈토 슈즈 아쉬, 실버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미네타니,   실버와 크리스털 조합의 반지 엠주 제품.

 

속내를 그냥 툭 터놓고 시작하자. 수백 가지 입자의 조합에 불과할 브라운관, 그 표면 위에서 깜빡이는 여인네를 처음 보자마자 한순간에 ‘훅’ 몰입하게 된 경우는 박은지가 거의 유일무이하다. 저 똑부러지는 지성적인 말투, 놀랍게도 그 이면에 도저하게 흐르는 저 고혹(蠱惑). 도저히 한몸에 체현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2가지 요소가 저렇게 완연히 실현된 사례가 있다니. 아마, 그녀의 첫 등장 이후 대다수 남자들의 애절한 시선은 9시 35분 무렵 브라운관에 꽂혔을 터. 왜 고작 1분밖에 등장하지 않을까, 왜 날씨 이야기 외에 다른 건 말하지 않을까, 더 내밀한 속내를 알 방법은 없나, 등등.
알 듯 모를 듯 미묘한 미소만 앞세우며 좀처럼 실체를 보이지 않던 그녀가 드디어 대중 앞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7년 가까이 이어온 9시 메인 뉴스의 기상 캐스터라는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본연의 아찔한 자태를 앞세운 채 앞으로 전진한다. 그런 그녀가 발화한 첫 대화의 테마는? 남자와 결혼과 제도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 빨간 입술과 새하얀 치아 사이로 흘러나오는 풍성한 대화의 향연이라니.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인데 남자와 여자, 결혼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아주 현실적인 내용이에요. 알랭 드 보통이 사랑과 불안 등 현실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것 못지않게 구체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죠. 예전에 한 남자가 나를 떠나갈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은지야, 내가 너를 너무 좋아해서 받들어주기만 했던 게 걱정이다. 네가 나중에 힘들어할 텐데.’ 그게 무슨 말인지를 스물여덟쯤 되어서야 깨달았어요. 아, 지금까지 난 남자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 말하자면 그냥 된장기만 가득했구나.(웃음) 결혼이나 남자에 대한 환상만 가득했구나. 그들도 한정된 돈을 벌 테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나를 만날 텐데. 결국 누구나 현실과 제약 안에서 살고, 사랑하고, 교류하는 걸 텐데. 상대방, 또는 다른 이의 입장에 서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녀는 그저 물 흐르듯이 무리하지 않고 흘러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잡지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패션을 전공하게 되었고, 패션쇼를 준비하다가 자신은 옷을 만드는 것보다 무대 위에서 워킹을 하거나 프레젠테이션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일본에서 잠깐 생활했을 때 우연히 ‘웨더뉴스’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날씨와 접속하게 되었고, 때마침 한국에 돌아오니 ‘장기 집권’ 중이던 안혜경 선배가 그만두는 바람에 MBC 기상 캐스터 공채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서는 더 올라갈 곳이 없어 보여서 다른 걸 하고 싶었다는 것, 그냥 선봐서 결혼하는 건 싫었고, 서른이라는 나이를 넘기까지 쌓고 얻은 것들을 자산 삼아 밀고 나갈 용기가 생겼으며, 블라블라…. 흠, 이야기가 1시간이 넘어갔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마도 아서 밀러가 꿈꾸었던 게 이런 것이었을 테지. 섹시함으로 무장한 여신과 마주 앉아 현실과 철학과 문화와 삶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


당신이 가장 궁금해할 것을 묻는다. 그녀에게 좋은 남자란 무엇일까. 아니, 그녀를 반하게 할 남자는 어떤 걸 갖고 있어야 하나. 귀 기울이시라. “옛날엔 옷 잘 입는 남자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런 사람은 좀 까탈스럽더라고요.(웃음) 뭐, 양날의 검이죠. 스스로 관리를 완벽하게 하니 멋있긴 하지만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피곤하게 할 수도 있는 거죠. 요즘은 자기 관리 못지않게 여유 있는 남자가 좋아요. 여유가 배려로 발전하는 거니까요. 취향이나 목표도 비슷했으면 좋겠고. 그냥 순수하게 스타일만 이야기하자면 톰 포드식 스타일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이탈리아 남자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돌체&가바나나 존 갈리아노? 통이 조금 넓은 바지에 짧은 티셔츠를 입었는데도 멋있는 남자 스타일 같은 거 있잖아요. 베레모 쓰고, 베스트 입고 가죽 가방 큰 거 들고 다니는 스타일도. 뭐, 그냥 패션학도의 시각에서 순수하게 스타일만 보면 그렇다는 거죠.(웃음)”
그녀의 촌철살인의 조언을 잘 귀담아들었나. 실행은 이제 당신의 몫이다. 그럼, 이제부터 사진을 감상할 차례. 음…. 어떤가. 말이 잘 안 나오지?

검은색 브라톱 르이, 커팅 디테일의 검은색 점프수트 그레이 레이먼트 제품.

 

검은색 재킷 아이작컬렉션, 실버 튜브톱 김동순 울티모, 검은색 반바지 르이, 검은색 펌프스 발리 제품.
(오른쪽 페이지) 실버 주얼리 장식 검은색 시폰 드레스 로베르토 카발리, 스와로브스키 반지
미네타니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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