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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네게 해준 일이 별로 없어 편지로나마 너와 대화하고 싶구나.” 김종학 화백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써 있었다.

UpdatedOn April 24, 2012



아비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시인 김현승이 그랬다. 그래, 아들을 생각하는 김종학 화백의 편지에도 눈물이 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은 무덤덤하기 그지없다. 보통의 아비와 아들의 관계가 그러하듯, 문장엔 형용사 하나 없고 말은 참 짧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편지글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묶음이 공개되는 일이 흔치 않다는 데, 아니 이런 편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5월을 맞아 공개하는 화가 김종학의 책에는 그가 자식들에게 보낸 연서가 가득하다. 설악의 화가라 불리는 그는 편지마다 이 땅의 풍경을 담았다. 자필 편지를 둘러싼 그림은 대가의 필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버지의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지만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한가득이다. 글을 읽으며 실없이 웃게 되는 건 무뚝뚝한 이 시대 아버지의 순진한 외사랑이 느껴져서다. “사랑하는 홍석아. 넌 꿀 먹은 벙어리냐. 엽서라도 써서 회답을 좀 보내봐라. 자기가 할 일을 내일로 미루거나 안 하는 습관은 좋지 못한 습관이다. 그럼 건강에 조심하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설악산에서 아버지가.” 답장을 안 하는 아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이 순진하고 솔직한 문장이 그 증거다. 이 책이 소중한 건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그 아버지가 이 책을 보는 내내 떠오르기 때문이다. 5월이라 그런가, 더더욱 살가운 책이다. 책 제목은 <김종학의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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