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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휘날리며

청천벽력과도 같은 탈모! 머리카락이 빠지는 걸 인지한 순간, 암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눈앞이 깜깜하고 세상이 암담하다. 나만은 아닐 줄 알았는데.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6개월 동안 탈모 관리 프로그램을 체험한 에디터의 탈(脫)-탈모 고군분투기.

UpdatedOn March 21, 2006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이 분명 대머리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에 놓여 있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히 고민을 말하거나 조언을 구하지 못한다. 탈모가 남들에게 알려지면 민망한 치질 같은 항문질환도 아니고, 전염성이 있는 에이즈 같은 무서운 병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탈모로 고민하는 30대의 수 많은 남자 중 한 명이다. 정확히 지난해 이맘때쯤 나의 탈모는 가시화됐었다. 머리카락이 현저히 줄어들어 가르마가 너무 뚜렷해졌고 이마 라인도 M자로 서서히 파고들어가는 것이었다. 머리 감을 때 특별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내 귀한 머리카락들은 한 가닥 한 가닥 없어져만 갔다. 확실히 이마가 넓어졌고, 바람만 불어도 자연반사로 고개를 돌리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어릴 때만 해도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가면 남들보다 두세 배로 숱을 쳐냈고, 심지어는 너무 부해 보여 내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기 일수였던 내가, 그런 내가 탈모라니! ‘정말 이러다 대머리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부터는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미래 또한 암담하여 식음을 전폐하기에 이르렀다. 허구한 날 예쁜 것만 보고 만지는 패션 에디터랍시고 잡지에는 스타일리시해져야 한다며 남자들을 계몽하고 있지만 정작 대머리인 내가 프라다 수트에 구찌 로퍼가 무슨 소용이며, 각종 유기농 뷰티 제품들로 피부를 가꾼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이 말이다. 집안에 대머리였던 조상님이 있었던가 몇 날 며칠을 따져봤지만 그것도 아니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병은 소문내라’는 속담처럼 주변의 지인들을 만나 여러 가지 조언을 접수하고 인터넷 서핑을 통해 전문적인 탈모 클리닉을 찾기 시작했다. 워낙 좋은 세상이라 각종 정보들을 취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되도록 여러 명이 좋다고 말하는, 그래서 내 머리카락을 믿고 맡겨도 안심이 될 만한 곳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몇 개의 후보들이 있었지만 내 레이더망에 최종적으로 걸려든 곳이 바로 스벤슨이다. 전 세계적으로 1백60개 이상의 센터를 가지고 있고,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만으로도 스벤슨에 대한 믿음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는 보통의 잡지에서 에디터들이 몇 번의 체험을 통해 그 효과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체험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정말 탈모로 끙끙 앓던 필자인 에디터가 직접 탈모 클리닉을 결정했고, <아레나>가 창간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부터 탈모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니,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머리털’과 씨름하면서 얻어낸 ‘리얼토크’인 셈이다. 부디 이 글이 탈모로 고민하는 많은 독자에게 한 가닥 희망을 줄 수 있는 청신호이기를 바란다.

예약을 하고 스벤슨을 찾은 첫날, 마치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환자처럼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탈모 진행 상태가 악화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게 아닐까, 모낭이식 같은 수술이나 가발을 추천하면 어쩌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탈모 진행 상태가 아직 중기 직전의 초기라는 점과 두피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이곳에 들러 상담을 받아보면 알겠지만, 80배로 확대해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로 자신의 두피를 생생히 관찰할 수 있고 여러 부위의 두피 상태를 체크해 나중에 관리가 끝난 후 개선 결과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즉석에서 사진촬영을 해둔다. 보통 한 모근에서 두세 가닥의 모발이 자라야 하는데 내 경우는 1가닥 혹은 정상적인 튼튼한 모발에 비해 아주 가느다란 모발 하나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6, 7개월 정도의 관리 프로그램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고,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은 헤어 관리 센터에 들러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두피 상태를 깨끗하게 만들어 70가지가 넘는 약재들이 잘 침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기초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각종 기름기와 노폐물이 굳어져 모공 주변을 막고 있기 때문에 점점 모발이 가늘어지고 또 아예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데 이런 보이지 않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제부터 프리 샴푸와 샴푸, 컨디셔너를 순서대로 사용하고 머리를 말리고 나서는 아침, 저녁으로 토너와 DHT 억제제를 꾸준히 발라줘야 한다. 무스나 젤은커녕, 샴푸만 달랑 사용하고 타월로 툭툭 털어낸 후 빗질도 안 하던 나로서는 이 많은 제품을 사용하는 일이 앞으로 넘어야 할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담당 선생님이 정해지고 방문할 때마다 당시의 두피 상태를 체크하면서 그때그때 두피 상태에 따른 처방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유분이나 노폐물이 많은 것 같으면 클렌징 단계를 강화한다든지, 지금 두피 상태에 어떤 영양분이 더 필요한지에 따라 관리에 쓰이는 약재가 달라진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두피를 직접 관리해줄 관리사에게 안내되면 여러 종류의 음료를 선택해 마실 수 있고 관리를 준비하는 동안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기다리는 시간이 3~5분 정도 소요된다.  첫 번째로 목덜미와 어깨, 등을 중심으로 마사지를 받게 되는데 따뜻한 스팀 타월과 손, 마사지 기계 등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이 시간 역시 5분 정도 소요되는데 평상시 근육이 잘 뭉쳐 항상 뻐근한 상태로 지내는 내 경우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탈모 고민은 싹 잊고 ‘마사지만 받다 돌아가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사지가 끝나면 레이저 시술이 이어지는데 일반적인 빗보다 조금 큰 형태의 레이저 기기로 계속 빗질을 받게 된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두피 속으로 전파가 전해지는 듯한데, 전혀 통증은 없고 둔한 사람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느낌이다. 레이저가 끝나면 보통 두세 종류의 약재를 손가락만 한 면봉에 묻혀 흡수시킨다. 프리클렌저로 두피를 청결하게 한 후 그날 정해진 약재를 다 바르고 나면 머리에 스팀을 쐬고, 이 관리가 끝나면 다시 한번 레이저 시술이 반복된다. 역시 간단한 마사지 후 관리를 마치게 된다. 총 소요 시간은 50분 정도지만 여러 가지 처방에 따라 시간이 늘어날 수 있으니 한번 관리 받으러 갈 때 넉넉잡아 1시간은 예상하는 게 좋다. 관리를 한두 번만 받아도 두피에 작은 변화들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우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헤집고 두피를 만져보면 까칠까칠한 느낌으로 머리카락이 만져지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머리카락 뿌리에 힘이 생겨서 늘 축 가라앉던 모발이 풍성해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집에서 아무리 샴푸를 자주 해도 느낄 수 없는 변화라 ‘확실히 전문 프로그램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두피 상태를 청결하게 해주는 기초 단계와 두피가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선 단계를 4, 5개월 거치고 나면 모발이 좀 더 굵게 자라고, 자라지 않던 부분도 새로운 모발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강화 단계가 남은 기간 동안에 수행된다. 특히 강화 단계에서 사용된 키녹신이나 유지놀 같은 약재들은 사용한 뒤 일주일만 지나도 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6개월이 넘도록 탈모 관리 프로그램을 받고 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만은 않다. 회식 때문에 술 마시고 집에 들어온 날에도 그냥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은 걸 꾹 참고, 거울 앞으로 기어가서 DHT 억제제를 바르게 되고, 아침 출근 시간에 아무리 늦어도 샴푸는 꼭 하고, 집에서 안 되면 회사에 토너와 약재, 주입기를 가져가서 꼭 챙겨 바른다. 예전에는 머리를 너무 자주 감는 것이 오히려 두피에 안 좋을 것  같아 일부러 머리 감기를 거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식한 행동이었는지. 머리는 자주 감을수록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상식도 덧붙인다. 압구정동인 회사에서 관리를 받는 소공동 센터까지 길에 뿌려지는 시간이 적지 않아 일주일에 두 번씩 헤어 클리닉에  들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루 이틀 정도 담당 선생님의 지시대로 안 한다고 뭐 큰 차이 있겠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마다 내 자신을 다시금 다독거렸다. 정말 인고의 나날이었다.   관리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나는 예전 못지않은 머리카락의 볼륨감을 되찾았다. 이마 라인 역시 1cm 정도 내려와 전혀 모발이 자라지 않던 부분에도 잔털이 많아졌고, 머리카락은 예전보다 더 힘 있고 굵어졌다. 관리를 받기 전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놀라운 변화다. 이제는 누구도 내가 탈모의 괴로움을 겪었던 과거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아채지 못하니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일찍 찾았어야 했다. 내 담당 트리콜로지스트 (Trichologist)인 이영희 본부장은 “아예 모발이 없어져 피부처럼 변해버린 두피는 복원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정말로 모낭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 그런 부분들까지도 미세한 솜털이 돋아나 회복의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더욱 꾸준히 관리를 받는다면 그 솜털들도 분명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 탈모 고민을 안고 있는 독자들에게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 2가지가 있다. 첫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한번 탈모가 시작되면 그 가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하루바삐 탈모 전문 클리닉을 찾아야 한다. 탈모를 직감할 때는 벌써 1~2년 전부터 두피 속에서 탈모가 진행되어왔다고 보면 된다. 물론 비용이나 시간 등의 문제로 여러 가지를 재게 되지만 그런 것들을 다 해결한 후에 시작하면 그땐 너무 늦다. 둘째! 관리를 받기 시작하면 정말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친구들과의 술 약속 때문에 하루 거르고, 귀찮아서 하루 거르다 보면 필자의 경험담처럼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비교적 열심히 관리를 따른 나조차도 좀 더 열성적으로 매달려볼 걸 하는 후회가 생기니 말이다. 담당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꼬박꼬박 프로그램을 지켜 나가다 보면 결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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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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