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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돌시계

가장 진보한 세라믹 손목시계를 차고 느낀 것들.

UpdatedOn March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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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리미티드 에디션

레퍼런스 넘버 R32147162 케이스 지름 43mm 두께 14.6mm 케이스 소재 하이테크 세라믹
방수 300m 잠금방식 폴딩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 하이테크 세라믹, 티타늄 버클 무브먼트 라도 03.808.060
기능 시, 분, 초 피워 리저브 80시간 구동방식 오토매틱 시간당 진동수 21,600vph
판매방식 오프라인 부티크 한정여부 1천9백62개 한정 가격 6백42만원

라도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리미티드 에디션을 차보기 위해 나는 스와치그룹 라도 담당자가 내 앞에서 망치질하는 걸 지켜보았다. 브레이슬릿 길이를 줄이려면 브레이슬릿 조각을 빼내야 한다. 브랜드마다 브레이슬릿을 탈착하는 방법론이 다른데 라도는 핀을 망치로 쳐서 빼는 방식이다. 그런데 세라믹 시계라 망치를 잘못 치면 부품이 상할 수도 있다. 담당자는 이내 능숙하게 브레이슬릿을 줄여주었다. 시계를 차고 늦겨울 거리로 나섰다.

라도는 알고 나면 상당히 컬트적인 시계 브랜드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작명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거의 설립자 이름과 관련된다. 리차드 밀이나 A. 랑에 운트 죄네는 설립자 본인의 이름이다. 대부분은 설립자 가문 두 개의 성을 섞는다.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 파텍 필립 모두 그렇다. 몇 가지 드문 예외가 있다. IWC 같은 약자, 롤렉스 같은 마케팅의 산물(발음이 쉬운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라도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라도는 에스페란토어로 ‘바퀴’라는 뜻이다. 철학적이다. 브랜딩 전문가들은 이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라도를 보면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이름부터 컬트적인 라도는 시계의 발전 방향도 달랐다. 그중 하나가 세라믹 시계다. 지금이야 샤넬, IWC, 위블로 등에서 세라믹 시계를 발매하지만 라도는 위블로보다 앞선 1980년대부터 세라믹 시계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라도가 마케팅을 위해 시계를 만든 것도 아니다. 라도에게 세라믹은 수단이었을 뿐이다. 목적은 긁힘 방지였다. 라도는 1962년 세계 최초의 긁힘 방지 시계를 만들었다. 그때는 금속으로. 1986년부터 라도는 세라믹을 시계 소재로 썼다. 캡틴 쿡 하이테크 세라믹 리미티드 에디션은 라도판 컬트의 최신판이다.

그 컬트의 디테일을 설명하기 전에 촉감 먼저 말하면 따뜻하다. 세라믹 시계니까. 라도의 기술이나 이 시계에 들인 노력은 둘째치고 세라믹 시계는 착용감이 무척 좋다. 금속과는 열전도율이 달라서 차가워도 금방 따뜻해지고, 온기가 오래간다. 반대로 여름에는 시원할 것이다. 세라믹이니까. 사람에 따라 금속을 둘렀을 때 체취와 붙어서 나는 냄새를 싫어할 수도 있는데, 세라믹은 그런 면에서도 걱정이 없다. 사실 세라믹으로 시계의 모든 부품을 만들 수는 없어서 세라믹 시계라도 케이스백은 금속인 경우가 많다. 라도는 케이스백을 유리로 마무리했다. 컬트적이다.

이 따뜻한 촉감 속에 라도의 각종 디테일이 들어 있다. 일단 무광 세라믹을 구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 거기 더해 라도는 베젤과 크라운까지 세라믹으로 만들었다. 크라운까지 세라믹으로 만드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베젤 위를 오돌토돌하게 처리한 것도 기술과 고집의 디테일이다. 시계를 잠그는 버클 소재도 스틸보다 단가가 높은 티타늄을 썼다. 가볍고 견고하고 시계 전체의 무광 기조와도 잘 맞는다. 무브먼트는 라도 전용 타임 온리 무브먼트. 긴 파워 리저브의 시대답게 80시간 파워 리저브다. 뜯어볼수록 잘 만든 시계다.

차고 다니는 동안에도 즐거웠다. 시계를 차고 스웨터 소매 안에 시계를 넣고 걷다 보면 곧 시계가 손난로처럼 따뜻해진다. 브레이슬릿이나 케이스의 촉감은 잘 갈아둔 조약돌 같아서 괜히 쓰다듬기도 했다.

딱 하나 신경 쓰인 건 무브먼트의 구조가 다 보이는 스켈레톤형 다이얼. 개인적인 기호는 둘째치고 다이얼 배경이 복잡하니 시간이 한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계는 라도 캡틴 쿡 라인업의 최고 사양 한정판 모델이다. 여러 부분에 남다른 터치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서 고가 시계의 다양성은 아직 넓지 않다. 라도는 분명 뜯어볼수록 좋은 시계다. 이 좋은 시계를 뜯어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 라도의 숙제다. 가격 대비 스펙으로 봤을 때 이 시계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절대 가격이 비싸 보일 수는 있으나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이 정도 스펙의 세라믹 시계가 이 가격인 건 아주 훌륭하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진보한 형태의 세라믹 시계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시에 그 사실에 수백만원을 쓸 소비자를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사실이다. 한 번만 손목에 감아보면 좋은 걸 알 텐데.

그러고 보니 이건 잡지의 고민이기도 하잖아? 한 번만 보면 좋은 걸 알 텐데 그 한 번의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까 라도를 더 응원하게 되었다.

 이런 게 끌린다면 

• 가장 순도 높은 세라믹 시계
• 확실히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과 구성 요소
• 한정판 모델의 희소성과 상징성


 이런 게 망설여진다면 

• 약간은 복잡한 시인성
• 아직은 숨겨진 듯한 라도의 가치와 높지 않은 인지도
• 긁힘에 강하지만 깨질 수 있다는 세라믹의 근원적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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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신동훈

202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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