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영화 속 인물들이 집착한 술

영화 속 인물이 집착한, 영화에서 활약한 술이다.

UpdatedOn October 13, 2022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127-498845-sample.jpg

조니워커 레드 라벨의 매운맛

조니워커 레드 라벨은 입문자용이라 불릴 만큼 스카치위스키의 특성을 고루 갖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카치위스키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 위스키의 가벼운 풍미와 서부 해안 위스키의 짙고 무거운 풍미가 조합돼 매력적인 맛과 향을 품었다. 입안에 들어오면 생기 있는 맛으로 시작해 향신료 풍미가 가득 퍼졌다 스모키하게 마무리된다. 바다 같은 시원함과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 시즌3(2017)에 칼리 카르텔의 2인자 ‘파초 에레라(알베르도 암만)’가 자수 결심을 엄장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발설하기 전 파초는 조니워커 레드 라벨을 병째 콸콸 마신다. 코가 저릿할 텐데도 콸콸 삼키는 파초의 모습에선 조니워커 레드 라벨이 그 비장함을 부각시킨다.

  • 시적인 술 압생트

    19~20세기 문학과 예술에서 압생트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쓴맛이 강해 달달한 각설탕을 넣어 음미했던 압생트는 당시 꽤 위험한 리큐어였다. 녹색을 띠어 ‘녹색 요정’이라고도 불렸을 만큼 많은 예술가를 매료시켰는데, 이는 첨가된 ‘향쑥’ 성분이 환각이나 중독 증세를 일으켜 예술 감각을 강화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토탈 이클립스>(1995)에서 ‘아르튀르 랭보(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는 문학가의 삶에서 느끼는 회의감을 늘 압생트로 위로받았다. 현대에는 유해 물질이 제거된 채 생산된다.

  • 잭 다니엘스의 향기

    잭 다니엘스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다. 하지만 미국 위스키는 대개 버번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잭 다니엘스는 달리 불린다. 버번위스키와 다른 생산법 때문. 증류한 원주를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 전 단풍나무 숯으로 만든 필터로 여과해 잔여물을 제거한 후 풍미를 더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버번이 아닌 테네시 위스키라 불린다. 스모키한 버번보다는 대중적인 위스키 맛이라 어떤 방법으로 마셔도 좋다. <여인의 향기>(1993)에서 잭 다니엘스를 달고 사는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의 말을 기억하자. “탱고는 실수하면 스텝이 엉키지만 그냥 추면 돼요.” 스텝 엉킬 때까지 잭 다니엘을 죽 들이켜자.

  • 자유로운 짐 빔

    짐 빔은 유명한 데다 역사적 배경이 굵직해 버번위스키로서 입지가 단단하다. 버번위스키의 풍미를 확실히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짐 빔은 균형 잡힌 맛을 자랑한다.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에 이어 알코올의 알싸함이 입안을 잠깐 장악했다 곧이어 달콤함이 부활한다. 훌륭한 풍미, 오랜 역사, 저렴한 가격, 삼박자를 고루 갖춰 20대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 어쩌면 짐 빔은 청춘을 대표하는 술이 아닐까. 히피와 펑크 감성 가득한 <이지 라이더>(1969)에서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콜슨)이 짐 빔을 병째 들이켜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히피적 행동을 보일 때, 자유를 갈망하며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이 스친다. 콧속을 파고드는 알싸함과 혈관에서 뒤엉키는 피의 흐름을 느꼈던 첫 위스키 경험이 떠오른다.

  • 순수 결정체 스미노프 레드

    위스키나 럼 같은 독주와 달리 보드카 스미노프는 증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알코올 농도를 99퍼센트까지 끌어올린 다음 특정 도수로 맞춘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40도지만, 메탄올 찌꺼기나 불순물이 거의 없어 숙취로 두통이나 위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스미노프 라인업 중에서도 ‘레드’는 자작나무 숯을 이용해 10번의 여과를 거친 순수한 보드카로, 칵테일 베이스로 적합하며 샷으로 마셔도 훌륭하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에서 알코올 중독자 ‘벤 샌더슨(니콜라스 케이지)’은 자다 벌떡 일어나 마치 특효약 마시듯 스미노프 레드를 꿀떡꿀떡 삼킨다. 그의 음용 방식보단 스미노프 레드에 라임과 진저 에일을 섞은 칵테일 ‘모스코 뮬’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127-498844-sample.jpg

발렌타인을 가득히

오랜 역사와 대중성을 모두 챙긴 위스키는 발렌타인이다. 발렌타인 21년은 과거부터 고급 위스키로 칭송받아온 만큼 은은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발렌타인을 대표하는 위스키라 해도 무방하다. 반면 발렌타인 7년 버번 피니쉬는 7년간 숙성된 위스키로, 원액을 버번 캐스크에 가둬 스카치위스키의 깊이와 버번의 달콤함을 품었다. 꿀, 토피애플, 바닐라 향과 캐러멜이 느껴지며, 칵테일 제조에도 탁월한 술이다. 희뿌연 파이프 담배 연기와 다수의 위스키 보틀이 등장하는 <위스키를 가득히!>(1949)의 얼큰함에 발렌타인을 더해보는 것도 영화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도현

2022년 10월호

MOST POPULAR

  • 1
    괴짜 자동차
  • 2
    루이 비통 X 송중기
  • 3
    가구 보러 왔습니다
  • 4
    권정열, “10CM 음악의 근간은 결핍인 것 같아요.”
  • 5
    배우 이영애가 들려주는 평소의 생각들(feat. 취미, 고민, 작품 그리고 돈까스)

RELATED STORIES

  • LIFE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식 중국의 맛.

  • LIFE

    가자! 촌캉스

    지금 이 계절, 촌캉스를 떠나야 할 때.

  • LIFE

    봄의 공기청정기

    미세먼지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라 모아본 오늘날의 공기청정기 4종.

  • LIFE

    꽃구경도 식후경

    눈과 입 모두 즐거운 식도락 봄나들이.

  • LIFE

    스타와 메가

    1위와 2위. 스타벅스와 메가커피는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두 카페는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르다. 어떤 점이 스타벅스를 혹은 메가커피를 찾게 할까?

MORE FROM ARENA

  • REPORTS

    N분의 1

    오랜 고민 끝에 다이나믹 듀오가 <쇼미더머니 6> 출연을 결정했을 땐 목표가 있었다. 함께하는 누구든, 무엇이건 얻어가는 것. 인기와 명예와 돈을 N분의 1 해서 가져가자는 이들의 바람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 INTERVIEW

    1백만원의 사나이

    오정세는 턱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훌륭한 배우가 될 자신은 없었는데 오래 할 자신은 있었어요. 제 호주머니엔 딱 그것뿐이었죠.”

  • LIFE

    靑春 막걸리

    젊은 술꾼들이 빚은, 세상에 없던 크래프트 막걸리.

  • INTERVIEW

    이종석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방향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면 뒤를 돌아본다. 우리는 얼마나 변했던가. 이종석은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자주 웃고, 여유가 느껴졌다. 벌써 <마녀2>와 <데시벨> 두 편의 영화 촬영을 마쳤고, 드라마 <빅마우스>의 촬영을 시작했다. 이종석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 INTERVIEW

    내 영혼을 위한 샌드위치 조립법

    캐주얼 다이닝 셰프들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을 위한 샌드위치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