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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 이영지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존재해왔다. 지금 Z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영지다. 과감하고 솔직한 애티튜드, 상황과 인물에 맞게 적절히 던지는 드립, 재치 있는 대화법. 영지와 셀러브리티가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은 스타들의 버킷 리스트라 칭해도 될 정도다. 출연자마다 영지에 대한 칭찬과 출연하고 싶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마음 사로잡는 신인류이자 Z세대 대표, 영지의 매력에 대해 알아본다.

UpdatedOn July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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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에 이영지가 출연한다. 뜬금없는 질문 하나. ‘나영석 PD의 새 예능’이라는 표현, 즉 ‘아무개 PD의 새 예능’이라는 표현이 적합한가? 작품 하나를 ‘누구의 것’이라고 말하는 게 합당한가?

다시, 이영지가 출연한다. 이영지의 직업은 이영지다. 래퍼라고 적어야 할지, 유튜버라고 적어야 할지, 개그우먼이라고 적어야 할지, 방송 진행자라고 적어야 할지, MZ세대 리더라고 적어야 할지, 다 적어야 할지 다른 단어가 있을지 고민했다. 한두 단어로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 때는 말이야, 가수는 가수고, 가수가 예능에 나가면, 가수가 예능에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영지가 가수야? 가수가 아닌 건 아닌데, 그러니까 가수가 분명한데, 그건 이영지라는 우주 대스타의 일부 캐릭터일 뿐. ‘부캐’가 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뭐가 ‘본캐인지’ 헷갈려서.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이영지가 나영석에게 말한다. “PD님 몇 년 차예요?(몇 년 차길래, 이렇게 어설퍼요?)” 이영지는 나영석을 잘 모른다. 유명한 PD라는 것 정도를 안다. 그의 명성을 체감해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다. 이영지에게 나영석은 옛날 사람이니까. 나영석은 22년 차 PD가 맞긴 한데, MZ세대가 코어 타깃인 예능을 이제 막 시작한, 초보 PD다(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니잖아!). MZ세대 예능을 한 걸로만 따지면 이영지가 선배지.

이영지는 상징적이다. 모든 기성세대를 순식간에 낡은 세대로 만든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라고 적어야 할 것 같은데, 단정하지 못하는 건, 내가 낡은 세대고, 내 세대가 동시대를 대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쉬워서다. 사실 새로운 세대는 늘 등장하고, MZ세대라는 용어 역시 2~3년 전에 있었으니, 갑작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시대’는 대표로 삼을 대상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어린 이동국이 그랬고, 논쟁의 여지는 있겠으나 박주영도 그런 선수였다. 야구로 치면 이정후와 강백호가 그렇다. 이들은, 그들 스스로 그걸 원하거나 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선을 긋는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라는.

(엉뚱한 이야기. 10년 전의 유재석은 지금의 유재석이다. 유재석의 입지는 달라지지 않았고, 유재석을 위협하는 대상도 없다. 그러나 유재석의 시대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세대가 등장한다면, 바로 이영지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대가 아닐까?)

이들 세대는 어쩌다 벼락 스타가 되기보다, 그들 스스로 그런 삶을 선택한다. 모두가 ‘크리에이터’다. 예전엔 TV를 켜야 드라마를 보고, 예능도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침대나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것들을 무한대로 볼 수 있다.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그런 것들을 만든다. 소수의 방송 권력이 네모난 화면과 감각의 트렌드를 장악하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물을 필요로 한다. 언제나 이러한 역할은 새로운 세대의 것이며,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응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자랄 것이고, 응원해준 자만이 그나마 좋은 선배가 될 테니까.

물론 시대성으로 환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영지를 좋아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영지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최근 세븐틴 호시가 출연했다. 이영지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나온다. 어떤 날은 변장을 하고, 또 어떤 날은 자장면 양념을 입가에 묻히고 나온다. 그게 이영지에겐 별일이 아니다. 망가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예쁘다는 것의 기준은 뭘까? 이영지는 이 본질을 생각하게 만들고, 세련된 외모의 출연자를 돋보이게 하면서도(또한 이것은 출연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이영지식 테크닉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영지 스스로 빛난다.

이날 이영지는 만취해서 바닥에 누웠다. 팔다리를 쭉 펴고. 남자든 여자든 술 취해서 누워버리면 보기 안 좋을 수도 있고, 보통 방송에선 그렇게 잘 안 하는데 이영지가 그렇게 하는 건 귀엽다. 꾸밈없다, 가식 없다, 이런 맥락에서 분석이 안 된다. 우리 세대는 여러분 세대와 다르게 으레 금기하던 행동도 그냥 막 해버립니다, 우리 세대는 여러분 세대와 다르게, 외모로 사람 평가 안 합니다, 라는 의식을 ‘우리’ 세대가 동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여러분’ 세대도 자기 안의 억압을 이들을 보며 해소하는 걸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분석이 의미 있을 것 같진 않다.

이영지는 시청자가 궁금해할 것 같은 내용을 대신 묻지도 않는다. 난 그때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같은 류의 이야기를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안다.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한다. 시청자를 염두에 두기보다,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이 이러한 흐름으로 변화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단초가 되어, 앞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기존의 흐름을 전복시키며 새로운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것 역시 지금 의미 있는 사항은 아니다. 지금은, 이영지가 TV에 나오는 그 누구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만이 의미 있다.

놀랍게도 tvN 같은 큰 방송사에서 하는, 무려 나영석 PD의 새 예능에서도 그렇게 한다. “영석이 형, 미안하다고요. 나 머리에 피도 안 말랐어요.” <뿅뿅 지구오락실> 초반 회차에서 두서없이 내뱉은 이 대사는, 과장해서 말하면, 한 세대의 출현에 대한 예의 바른 출사표다. ‘나영석 PD님’ 대신 ‘영석이 형’이라고 불렀을지언정, 바닥에 누워 뒹굴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어쩌라고요, 너나 잘하세요, 라는 거친 인사 대신 ‘꼰대’들이 어린애들에게 훈계할 때 쓰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라는 표현을 “나 머리에 피도 안 말랐어요”로 바꿔 되돌려주는 감각도 오직 그들 세대의 것이다. 이렇게 한 세대가 시작된다.

그러니 이영지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이유를 찾자면 차고 넘쳐 모두 떠내려갈 판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모두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다. 이건 새롭다는 것. 저들은 낯선 인류다. 낯선 그들이 지구를 장악하려고 한다. 세대 혹은 세대론을 넘어 저들이라는 새로운 흐름은 마치 ‘르네상스’와 비견되는 어쩌고저쩌고 더 말하면 ‘오바’가 될 것 같으니 그만. 다만 <뿅뿅 지구오락실>의 경우만이라도 ‘아무개 PD의 새 예능’이라는 표현 대신 이영지로 대표되는, 새 시대를 여는, 뉴 제너레이션 4인(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의 새 예능이다, 라고 적어야 한다고, 이 연사 목청껏 주장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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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소진
Words 이우성(시인,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미남 컴퍼니 대표)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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