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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의 아버지

국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남자,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글로벌 제작 총괄 제러미 리(Jeremy Lee). 그가 지난 10년과 미래, 그리고 한국 게이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UpdatedOn July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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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는 대한민국 청년의 놀이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10대부터 30대까지 공유하는 대표적인 게임 콘텐츠다. 3세대에 걸쳐 인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라이엇 게임즈의 꿈이자 비전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4세대에 걸친 게임 스포츠로 확고히 하는 것이다.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우리가 e-스포츠에 중점을 둔 덕분이 아닌가 싶다. 경쟁을 공정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기획했고, 그 중심에는 경쟁 공정성이 있다. 플레이어들의 경쟁에 방해되는 요소, 게임 내 능력치 구매나 부정행위 등을 예방한다. 경쟁 요인 외에 중점을 두는 것은 플레이어다. 게임을 개선하기 위해 플레이어들로부터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게임 본질은 유지하면서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반영해 2주마다 게임을 업데이트한다.

한국에는 폭넓은 팬 외에도 프로 선수와 구단도 있고, 중계를 직업으로 삼은 스트리머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산업이 활발한 만큼 진지한 분석이 라이엇 게임즈로 전달됐으리라 추측된다.
좋은 질문이다. 페이커를 예로 들면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고 인기도 굉장하다. 한국 프로 스포츠 선수들 중 연봉이 가장 높다는 소문도 있더라. 사실이 아니라 해도 라이엇 게임즈로서는 엄청난 성과다. 우리가 희망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큰 사랑은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 프로 선수들의 인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진정한 스포츠임을 보여준 계기였고, 게이머에게 언젠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e-스포츠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다. 열광하는 팬들이 가장 많고, e-스포츠의 태생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게임 무대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한국 문화의 일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놀이 문화뿐만이 아니라 스포츠로서 또 직업으로서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e-스포츠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는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그래서 선수 생명이 길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페이커처럼 오랜 기간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외에도 승부에는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맞는 말이다. 순발력과 판단력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난 경기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프로 선수와 일반 게이머의 차이는 의지다.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 대해 더 배우길 원하는 선수, 관심이 깊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게이머에 비해 실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측면이나, 정보 확보 차원에서도 상대보다 유리하다. 페이커가 그런 선수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우수한 선수로 활동해왔는데, 게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하지만 그는 배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인기는 프로 스포츠와 견주어도 아쉽지 않다. 프로 스포츠가 스폰서십과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롤드컵 또한 광고 수익 등 산업 확장을 위한 고민이 있는지?
e-스포츠를 전담하는 별도의 팀이 있어서 내가 공개할 수 있는 분야만 말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 이번에 부산에 가서 놀란 것은 10년 전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린 곳과 같다는 점이었다. 당시 해변에 관객이 10만 명 몰렸다고 들었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 규모의 챔피언십을 펼친 적 없다. 하지만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말씀하셨듯 스폰서나 파트너와 협업할 기회도 늘어났다. 10년 전이라면 함께 작업할 수 없던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가 생겼다. 브랜드와 함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용자의 플레이 경험 개선이다. 협업이 플레이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가 진행한 협업 중에서 루이 비통과의 스킨 제작이 창조적인 파트너십 사례라고 생각한다.

기존 게임은 출판사나 영화사 등 매체에서 저작권을 구입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고, 큰 반향을 일으켜왔다. 특히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도 실수를 많이 했고, 의도가 제대로 전달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실패에서 배우고자 노력했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살피면서 다음 작업에 반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해왔다. 성공 비결보다는 지금 우리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야겠다. 새로운 스킨을 제작하거나, TV 드라마를 만들 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면 시간, 노력,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에 관심을 둔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성공의 기준은 플레이어의 사랑이다. 플레이어로부터 공감을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척도다.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플레이어의 사랑을 받았기에 성공했다. 물론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플레이어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게임이 아닌 다른 종류의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고민의 시작은 메시지일 것이다. 콘텐츠에 담을 메시지는 무엇이고, 팬들이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 같다. 콘텐츠를 포함한 최근 마케팅 활동에선 어떤 메시지를 전해왔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창의적인 과정을 따르게 된다. 플레이어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기쁨을 주고, 놀라움을 선사할 것인가에서 기획은 시작된다.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는 협업 형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스토리텔러, 프로듀서가 함께 모여 작업해야 하는 상당한 규모의 협업 프로젝트다. 몇 명의 이름만 부각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팀 모두의 노력이 담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창의적인 프로세스로 작업하고 있다.

지금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이 게임에 무엇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나?
경기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과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일 테다. 물론 우리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플레이어들은 질문한다. 아직도 경쟁 청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신들의 피드백을 듣고 있는지. 매번 그렇다고 답변하지만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하고, 우리는 답을 고민해야 된다. 개인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수년 동안 게임으로서, 스포츠로서 지속되기를 바란다. 문화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우리 삶에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목표를 이룬 것 같다. 10년 넘게 전 세계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게임은 흔치 않다.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앞으로도 도전 과제가 많을 것이다. 당면한 도전 과제가 있다면?
목표 달성을 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흥미로운 시각이다. 도전 과제는 항상 있다. 지금 중점을 두는 것은 5년 후, 10년 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습이다.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는데, 최신 수준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것과 플레이어에게 현대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 플레이어의 변화하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그래픽적인 변화일 수도 있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야 할 수도 있지만 핵심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신선하고 현대적인 게임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어려운 도전이다. 그 과정에서 게임의 본질도 잃지 말아야 한다.

게임의 본질이라고 하면 공정한 경쟁인가?
공정한 경쟁 외에도 심도 깊은 숙련도가 있다. 여기서 숙련도란 게임에 대해 더 배우고 훈련할수록 잘하게 되는 것인데, 우리는 게임을 끝냈다거나 목표를 달성했다는 식으로 느끼지 않게 하려 한다. 쉬운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처음 게임에 끌리게 되는 이유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게임에 끌리는 데는 무형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앞서 말한 공정한 경쟁성, 심도 깊은 숙련도, 피드백을 반영하는 투명성이 게임의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본질이다.

모바일, 태블릿, VR 등 디바이스의 진화에 맞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방식도 변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툴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궁극적으로 우리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하나의 기술, 하나의 기기에만 중점 두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게임은 특정 수단으로 즐길 수 있고, 기기별로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요구에 따라 우리는 발전해나갈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일드 리프트’는 모바일 게임인데, PC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PC가 없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서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일원으로서 현재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
지난 주말이었다. MSI 부산 대회 경기장에 팬들과 선수들이 가득 모인 모습을 봤다. 게임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모이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너무 좋았다. 최고의 감동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 음악 축제도 갈 계획인가? 오케스트라로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건 신선하다. 또한 행사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나는 기분은 어떤가?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테지만 아쉽게도 행사에 참여할 수가 없다. 팬데믹 때문에 오랫동안 대면 모임을 갖지 못했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리고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PC방을 가는데, 정말 좋은 장소다. 게임을 즐기는 것 외에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치킨과 라면도 먹을 수 있다. 작은 규모의 PC방이라 할지라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게임 커뮤니티와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절대 식상하거나 지루해지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기분을 느낄 수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그나저나 티어가 어떻게 되나?
하하. 가장 높았던 티어는 골드다. 하지만 북미 서버라서 한국 서버로는 브론즈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 실력을 잘 알기 때문에 밸런스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내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일단 기대할 게 상당히 많다. 먼저 ‘롤드컵’이 있고,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여름과 가을에 큰 행사가 준비돼 있다. 우리의 목적은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에 남은 한 해도 기대했으면 한다. 한국 팬들에게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상 열정을 보여주고, 우리가 잘하건 못하건 매번 피드백을 보내주는데, 한국 플레이어의 피드백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점에 특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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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안승현

202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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