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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LUXURY #전시장을 나서며

새로운 럭셔리가 온다. 럭셔리 브랜드는 우아한 것에서 힙하게 경험하고 즐기는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아트와 미식 등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해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환상을 전하고, 환상을 소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MZ세대는 새로운 럭셔리를 놀이로 해석한다. 기사에서는 새로운 럭셔리의 조건을 전시와 미식, 보고 먹는 놀이로서의 브랜드 경험에서 찾는다.

UpdatedOn June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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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서며

럭셔리 브랜드는 결국에는 예술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건을 구입할 때 효용성을 따진다. 쓸모 있는 물건이냐 아니냐. 필요한 것이라면 상품에 매겨진 값을 따진다. 값어치가 있느냐 없느냐. 우리는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한다. 효용성도 없는 것을 비싼 값에 구입하는 건 예술품뿐이다. 그럼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왜 예술품을 구매하는가. 돈을 지불하고 소유할 만큼 만족감을 주는 것이기에, 또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이기에 구입하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왜 그럴까. 브랜드는 왜 팔지도 않을 상품을 예술품처럼 전시하는 건가.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지향하는 가치를 홍보할 방법은 많은데, 굳이 큰 예산을 들여서 거대한 전시로 설명하는 이유는 뭔가. 명쾌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전시장을 절반쯤 지났을 때 기업과 예술가를 구분 짓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기업은 상품을, 예술가는 작품을 판매한다. 그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전시에 도취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기업이 강조하는 기술 혁신과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개념이 아주 다른 것은 아니다. 기업의 기술적 노하우나 오래도록 쌓아온 전통성도 예술 작품에 담긴 채색의 아름다움이나 조형미와 다른 것 같지 않았다. 충격적인 새로움, 놀라운 기예 뭐 비슷하지 않나? 예술품의 소유와 명품 구입이 등치라는 생각을 하며 전시장을 걸었다.

아, 상업과 예술을 구분하며 하나 빼먹은 것이 있다. 발언이다. 예술은 언어고, 예술품은 작가의 외침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캠페인이 반영된 상품도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가? 나아가 브랜드의 발언이 의미 있는가? 그걸 판단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거다. 브랜드는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니까. 단지 브랜드 상품에 담긴 발언이 예술품보다 영향력이 더 큰 건 확실히 하고 싶다. 명품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라면 부족할 정도로 많이 팔리니까. 상품에 담긴 발언에 관심 없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채 구입한다고 뭐라 할 순 없다. 예술품 구입에도 조건이 필요하진 않으니까.

전시는 브랜드의 시대별 컬렉션이었다. 컬렉션의 주제 그리고 고민의 결과물, 브랜드가 지닌 히스토리와 가치를 미술 작품의 형태를 빌려 전했다. 그래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연상시키거나 디오라마도 있고, 모델의 역동적인 순간을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에는 설명이 있어 작가의 의도가 이해됐다. 친절한 해설은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의미를 알고자 하는 고객, 아니 관객에게는 유용한 것이다. 전시장을 나올 때 즈음에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브랜드가 전해온 여러 발언을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빛과 조형으로 40여 분간 경험하니 브랜드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이제 누가 그 브랜드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각에 대해 잠깐은 떠들 수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전시장을 나와서 사진 몇 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속물 같지만 브랜드 로고가 나온 사진들이었다.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인증샷과 공유라는 방식으로 럭셔리 브랜드 체험을 내 피드에 갖게 됐다. 나뿐만이 아니다. 관람객의 인증샷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브랜드를 체험한 이들의 환상을 담은 이미지들은 재생산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중에는 브랜드가 의도했던 발언도 녹아 있을 거다. 그리고 해당 이미지를 본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환상이 복사된다. 대중에게 퍼진 이 환상은 소유욕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획득한 브랜드 상품을 자랑하는 놀이로 진화한다. 가장 빠르고 비싸며 아름다운 예술을 체험하고 소유하는 놀이. 그것이 지금 뉴 럭셔리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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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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