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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이어워즈: 감독 한준희

한준희 감독은 군필자가 아니어도, 군대가 싫어도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끈끈한 서사와 진솔한 그림은 <D.P.>의 힘이다.

UpdatedOn December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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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장 디테일 셔츠·팬츠·가죽 앵클부츠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제품.

<D.P.>는 익숙함과 독특함이 맞물린 소재다. 원작 웹툰을 영상화하는 작업은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원작은 훨씬 더 어두운 면이 있는데 이걸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기획 당시 고민을 많이 했다.

조 일병의 계단 신, 부산 옥상에서의 격투 신 등 신선한 연출이 많았다. 장면들의 구상 과정이 궁금하다.
직관적인 것 같다.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이기도 하고. 또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그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장면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D.P.>의 화제성은 예비군들의 공감대를 넘어 국방부의 입장 표명으로 이어졌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어떤 반응도 예상하진 못했다. 만든 사람의 의도가 전해지면 다행이다 싶었다. 군에 대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칫하면 옛날 얘기라고 치부될 수도 있고, 저항에 부딪힌다는 의도와 전하고자 하는 것들에 닿지 않으면 어떡하나. 그런 우려는 있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었다.

국방부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D.P.>가 군대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처럼 보였다.
만든 사람의 입장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지, 감히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거고, 보는 이들이 각자 답을 생각할 거다. 다행히도 앞으로 더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면 영화 외적인 거지만 꽤 괜찮은 반응이 아닐까? 이 작품을 보고 상황이 개선된다면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군대 이야기를 하면 당한 것들을 언급한다. 아무도 가해자였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는다. <D.P.>는 우리가 황장수 병장의 어떤 면을 가졌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도 좋은 선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기억에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시청자 중에선 스스로 가해자였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우리 작품이 돌아보길 강조하는 건 아니다. 감히 그러지는 않는다.

배우들이 캐릭터와 딱 맞았다. 어떻게 배역에 적합한 배우들을 찾았나?
정해인 배우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멜로에 뛰어난 배우인 동시에 융통성 없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젊은 남자의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구교환 배우는 오랜 지인이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손석구, 조현철 배우는 전작을 함께했고, 김성균 선배는 다른 톤의 연기를 시도하면 드라마가 훨씬 더 재밌으리란 기대가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그 배우들의 어떤 순간을 만들고 싶고, 비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탈영한 병사를 쫓느라 팔도를 돌아다닌다.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겠다.
카메라가 배우의 표정에 집중하는 기본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정확한 동선과 정확한 카메라 워킹, 배우의 얼굴을 어디서 어떻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요즘 스펙터클하고 강렬한 장르물이 많은데, 내가 1990년대와 2000년대 좋아한 한국 영화들은 정직하지만 ‘따박따박’ 찍는 문법의 영화였다. 그렇게 찍고 싶었다. 그래서 어렵지만 로케이션에 집중하려 했다. 제작진들이 고생 많이 했다.

로케이션마다 세트를 만드는 건 고된 일이었을 거다.
힘들지만 그게 우리가 이전에 영화를 찍던 방식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소를 헌팅했고, 때로는 비효율적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6부에서 마지막 장면 터널 위는 강원도고, 땅굴은 충청도, 터널 앞은 부산에서 찍었다. 강원도, 충청도, 부산을 오가면서 찍다 보니 감정을 이어가야 하는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다. 그 정도로 로케이션에 충실하며 그림에 대한 집착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D.P.>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가장
좋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음
영화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는 거다.”

 

넷플릭스에 작품이 오픈되는 건 영화 개봉과 같은 기분일 것 같다. <D.P.> 오픈 직전에 얼마나 긴장했나?
넷플릭스에선 작품이 오후 4시에 공개된다. 그럼 오픈 당일 시즌 전 회차를 정주행한 사람들이 바로 평가를 내린다. 매주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전 회차가 단번에 공개되니까. 당일 나온 평가가 많은 영향을 끼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점에선 더 긴장됐다.

<D.P.> 오픈날 제작진과 함께 있었나?
아니다. 다들 바빠서, 각자 집에서 보냈다.

OTT 오리지널은 오랫동안 스트리밍된다. 극장에서 상영 기간 끝나고 내리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서비스되다 보니 영화보다 여운이 길 것도 같다.
나는 비슷했다. 영화도 그렇고 OTT도 그렇고 수백 번 편집하면서 보다 보니 개봉하고 난 뒤에는 잘 안 보게 된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욕을 하기도 하고, 감사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그 과정이 지나가고 오늘 에이어워즈 수상처럼 좋은 일도 생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다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다.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든, 어떤 아쉬운 결과를 남겼든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대본 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몇 십 번 영화를 만들어도 땅바닥을 다지기 시작하는 이 과정은 똑같을 거다. 그래서 감사하고 당연히 기뻐하되 다음 작품에 대한, 다음 작업에 관한 생각도 남는 거 같다. 정신 차리고 잘 됐든 안 됐든, 다음 걸 하자는 생각이다. 이게 내 직업이니까.

직장인 같다.
정확하다. 영화감독은 프리랜서이긴 하지만 직업 삼아 일해야 한다.

작품이 대박 나면 성취감에 오래 취해 있을 줄 알았다.
아휴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당연히 즐겁긴 하다. 근데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작품은 칭찬을 많이 받고, 어떤 작품은 아쉬운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는 법이다. 오래 취하지 않는 건 내 성격일 수도 있다. 연출팀과 작가를 하며 애쓴 시간도 있었다. 연출팀에 있든, 작가로 글을 쓰든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면 먹고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럼 <D.P.> 오픈하고 홍보활동 기간 끝난 다음에는 바로 다음 작업에 돌입한 건가?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구상하고 있다. <D.P.> 시즌 2가 될 수도 있고. 아직 확실하진 않다. 만약 다음 프로젝트가 <D.P.>가 된다면 그에 맞춰 빨리 작업해야 할 거다. <D.P.> 오픈한 지 벌써 두 달 됐다. 두 달이면 짧은 시간은 아니다.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 입장에서 OTT 시대는 반가울까?
나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제일 즐겁고 좋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즐기는 분들이 늘어났다. 그렇다 하여 아쉬운 건 아니다. 세대가 바뀌면 달라지는 문화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극장에서 경험해야 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을 거다. OTT와 영화가 공존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보면 나에게는 더 좋지 않을까?

관객의 입장에선 짧고 굵은 콘텐츠는 극장, 긴 호흡의 콘텐츠는 OTT를 선택할 것 같다. 이미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극장에서는 스펙터클하거나 큰 규모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겪어온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당연히 영화는 계속 있을 것이고,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OTT도 계속될 테고. 채널에 맞게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잘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고민하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연말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다음 작업을 준비해야겠지.

너무 직장인 마인드 아닌가?
물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도 봐야 하고…. 근데 우리는 다음 작업 준비하는 게 행복한 거다. <D.P.>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가장 좋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음 영화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는 거다. 어떤 감독이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한준희 감독에게 2021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결과가 좋다 해서 나쁜 기억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작업한 제작진들, 배우들에게 우리 고생했고, 잘 했고, 사람들이 기억해줄 수 있는 걸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음에도 함께했으면 한다. 일하는 게 현장에서 노는 것이기도 하다. 함께 일하자는 말을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되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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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셔츠·팬츠·가죽 앵클부츠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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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장 디테일 셔츠·팬츠·가죽 앵클부츠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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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FASHION EDITOR 김성지
FEATURE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채대한
HAIR&MAKE-UP 이은혜
ASSISTANT 김지현, 하예지, 김나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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